반도체 생산공정은 여의도 6개를 합친 면적에 동전 1개 크기보다 작은 먼지가 있게끔 유지된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생산 직원들에게 방진복을 입히고 핸드샤워, 에어샤워 과정을 기본으로 거치도록 하며, 공기 차압을 이용해 외부 공기를 차단하는 등 이중·삼중으로 안전장치를 마련해놓았다.
미세먼지는 항공기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미세먼지가 엔진 성능을 떨어뜨릴 수 있기 때문.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미세먼지가 많은 시즌엔 항공기 엔진과 동체 청소를 평소보다 자주 한다”고 말했다.
최첨단 빌딩, 실외보다 먼지 2배 이상 많아
도대체 미세먼지가 뭐기에 이렇게 호들갑을 떠는 것일까?
보통 먼지의 크기는 0.1~500㎛(마이크로미터·1㎛는 100만분의 1m)이며, 지름이 10㎛보다 작은 먼지를 미세먼지라고 한다. 미세먼지는 황산염·질산염·암모니아 등 이온 성분과 ‘전기가 흐르는’ 금속화합물을 가득 품고 있다.
사람의 몸과 마찬가지로 전자장비도 큰 먼지는 쉽게 걸러내지만 미세먼지엔 취약하다. 특히 첨단장비에서 두뇌 구실을 하는 반도체는 미세먼지가 일으키는 정전기, 열에 의해 쉽게 손상을 입는다. 반도체 선폭이 수십nm(나노미터·1nm는 10억분의 1m) 수준으로 내려가면 미세먼지의 위협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최첨단 빌딩은 실외보다 먼지가 적은 것으로 여겨진다. 그러나 사실은 정반대다. 실내의 먼지가 바깥보다 보통 2배가량 많다고 한다. 눈에 보이는 먼지 뭉치는 극히 일부분으로, 대부분의 먼지는 떠 있는 상태다. 우리가 사용하는 첨단 전자장비가 미세먼지의 공격에 노출돼 있는 것이다.
특별한 이유 없이 사무실 PC가 말을 듣지 않는다면 실내 미세먼지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 사무실의 PC를 뜯어보면 먼지가 뽀얗게 내려앉아 뒤엉켜 있을 것이다. 먼지는 전원장치와 냉각팬의 작동을 방해한다. 팬이 느리게 돌면 열 방출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성능이 저하된다.
CPU팬에 미세먼지가 쌓이면 내부온도가 상승하면서 윈도 에러, 시스템 다운 현상 등이 나타난다. 시스템 운용 중에 사용정보를 잃어버리거나 순간적으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는 업셋 고장(upset failure)도 대부분 미세먼지 때문이다. PC 내부 청소를 정기적으로 해주지 않으면 중요한 정보를 잃을 수 있는 것이다.
미세먼지는 PC뿐 아니라 원자력발전소, 무선통신기지국, 엘리베이터, 교통신호 제어기, 군 통신, 지하철, CCTV, 대형 건물의 배전반 및 공조기, 산업체의 전자통신장비 등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엘리베이터가 고장 나 갇히거나 아파트에 정전이 일어나고, 교통신호등이 고장 나 체증이 일어날 때도 미세먼지를 의심해봐야 하는 것이다.
전자장비에 쌓인 먼지는 기기 고장의 원인이 된다. CCTV 내부의 세정 전(왼쪽)과 후 모습.
경기 성남시 J아파트의 엘리베이터 고장 현황을 보면, 황사가 발생하는 3월(23건)부터 사고가 늘기 시작해 습도가 높아지는 6월에 정점(35건)에 이른다. 미세먼지의 전자장비 공격이 가장 활발한 때는 장마철이다. 3~4월 황사에 실려온 미세먼지가 쌓여 있다가 습기를 받으면서 쇼트현상(통전)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따라서 승강기 사고를 막으려면 장마철이 오기 전에 인쇄회로기판의 단자와 반도체에 쌓인 미세먼지를 청소해줘야 한다.
승강기 기계실은 건물의 최상부에 위치하고 있어 먼지에 매우 취약한데도 제대로 관리되지 않고 있다. 산업체, 공공시설, 교통망, 이동통신망 등의 전자통신장비 인쇄회로기판에 쌓인 미세먼지도 관리가 이뤄지지 않기는 마찬가지다. 서울시정개발연구원에 따르면 미세먼지로 인한 사회적 손실은 연간 2조6000억원에 달한다.
환경벤처기업 비엔에프의 이동호 대표는 “미세먼지가 기계에 미치는 폐해가 심각함에도 실상이 잘 알려져 있지 않다”면서 “PC, 무선통신기지국, 엘리베이터 등의 전자장비는 적어도 1년에 한 번은 미세먼지를 제거해줘야 불의의 사고를 막고 제품의 수명도 늘릴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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