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미 현대인은 자유롭게 성형을 하고, 몸의 기능을 대체할 수 있는 보철 기관들을 만들어내고 있다. 그런데 여기 좀 기괴한 디자인이 있다. 잭슨 홍이란 작가가 전시장에서 소개하는 제품들은 일종의 개인용 보철물이다. 이 보철물들은 단지 몸을 움직이는 데 불편한 점을 개선하거나 신체 기능을 보완 또는 대체하는 것이 아니다. 이 보철물은 타인에 대한 방어기제로 작동한다. 이 제품을 사용하는 사람은 타인 혹은 어떤 상황에서 자신을 철저히 방어하고자 하는 사람일 것이다. 오히려 이 제품 앞에서 우리는 깜짝 놀라면서 폭력성에 노출된다.
누군가가 다가가면 머리털이 쭈뼛 서듯, 칼날들이 뻗쳐 나오는 헬멧 제품. 어떤 마스크는 방독면 모양인데 그것을 쓴 사람을 보려고 앞으로 다가가면 곧바로 마스크가 닫히고 이상한 소리가 난다. 위험한 의자도 있다. 소리가 나면 의자에서 칼날이 솟아나기 때문에 우리는 그 의자 앞에선 숨을 죽여야 한다. 사방 몇 cm 이내로는 타인이 들어서지 못하게 하는 제품들이다.
잭슨 홍이 제시한 보철물들은 도대체 편리하지도 않고 안전하지도 않다. 그 보철물들은 우리를 불편하게 하고 심지어 공격성을 채우기 위한 것처럼 보이기까지 한다. 우리를 저지하고, 당혹스럽게 만들고, 불쾌함을 주고 심지어 위험하기까지 한 디자인인 것이다. 잭슨 홍은 안전하고 동시에 위협적인, 안락하지만 공포스러운, 조용하고 섬뜩한, 접근 불가의 불쾌하고 폭력적인 보철물들을 제시한다.
여기서 우리가 발견하는 것은? 이 보철물들이 편리한 생활, 자동화 시스템, ‘몸-기계’와 같은 현대인의 욕망의 결과물들의 또 다른 실체라는 사실이다. 7월15일까지, ONE and J. 갤러리, 02-745-16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