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제공 · 20세기폭스코리아]
‘개들의 섬’은 미래세계 일본의 어느 도시가 배경인 애니메이션이다. 갑자기 도시에 사는 개들이 전부 독감에 감염돼 사람들의 건강까지 위협한다. 권위적인 시장은 모든 개를 도시 외곽의 ‘쓰레기 섬’으로 추방하라고 명령한다.
시장은 정책 실행의 의지를 보여주고자, 아들 아타리의 반려견 ‘스파츠’를 첫 적용 대상으로 정한다. 스파츠는 졸지에 쓰레기 냄새가 넘치는 이상한 땅에서 떠돌이 개 신세가 됐다. 스파츠가 철재 개집에 갇힌 채 쓰레기 더미 위로 던져지는 황당함을 앤더슨만큼 실감 나게 묘사할 수 있는 감독도 드물 것 같다. 그 장면은 개집이 땅끝 저 밑으로 꺼질 듯 그려진다.
앤더슨이 그린 미래세계는 디스토피아다. 자연은 파괴되고 사람들도 그 자연처럼 파괴돼 있다. 폐쇄된 원전에선 독극물이 새어나와 땅이 썩어가고, 사람들은 시장의 선전선동에 휘둘리며 미쳐간다. 시장 말대로 개들만 추방하면 도시에 다시 평화와 번영이 찾아올 듯 악다구니를 쓴다. 이쯤 되면 ‘개들의 섬’은 ‘난민’과 ‘추방’이 아우성치는 현실의 비유일 테다.
앤더슨의 상상력은 미래 디스토피아 배경의 일본 애니메이션 걸작 ‘아키라’(1988)에서 시작해, 일본 문화 전반에 대한 사랑으로 넘친다. 영화는 첫 부분부터 일본 판화 ‘우키요에’처럼 눈부신 색깔의 동양화들로 장식돼 있다. 대사는 간혹 뜻을 알듯 모를 듯, 짧은 시 ‘하이쿠’처럼 처리되기도 한다. 아타리가 스파츠를 구하고자 쓰레기 섬으로 날아들고, 조력자인 ‘다섯 개’를 만나 모험을 펼치는 장면은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의 ‘7인의 사무라이’(1954)를 떠올리게 한다.
[사진 제공 · 20세기폭스코리아]
하지만 버림받은 상처는 개들에 의해 더욱 강하게 표현된다. 갑자기 ‘가정’을 잃은 개들은 쓰레기 섬에 적응하지 못해 애를 먹는다. 개들은 쓰레기 같은 신세가 됐다. 그들은 주인을 원망하기도, 미래를 포기하기도 한다. 특히 ‘다섯 개’의 리더인 ‘치프’는 매사에 부정적이고 반항적이다. 원래 떠돌이 개였는데 또다시 쓰레기 섬에 버려졌으니, 믿음 같은 걸 품는 게 허망할 테다(브라이언 크랜스턴의 목소리 연기가 일품이다). 버려진 떠돌이 개, 앤더슨 영화의 영원한 주인공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