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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13일의 금요일이 불길한 날이라는 것은 서양미신이다. 그런데 언제부터 어떻게 생기게 된 걸까. 알고 보면 그리 오래되지 않은, 20세기에 탄생했다.
정확히는 1907년 미국에서 토머스 로슨이란 작가가 발표한 소설 ‘13일의 금요일(Friday, the 13th)’이 기폭제가 됐다. 금융투자 전문가였던 로슨은 한 주식투기꾼이 주식시세를 조작해 13일의 금요일에 월스트리트를 붕괴시킨다는 내용의 이 소설에 대한 대대적 광고를 ‘뉴욕타임스(NYT)’에 실었다. 소설 발표 전부터 ‘최고의 소설 출간 예정’이라는 티저 광고를 여러 차례 내보냈고 소설이 출간되고 첫 13일의 금요일인 12월 13일엔 ‘오늘이 바로 그날’이라는 대형광고를 게재했다. 그 결과 이 책은 발간 한 달 만에 6만 부 이상 팔려나가는 베스트셀러가 됐다. 이로 인해 사람들에게 13일의 금요일은 불길하다는 인상을 각인했다는 게 ‘세상에서 가장 널리 알려진 미신의 숫자 13’을 쓴 나다나엘 라첸메이어의 주장이다.
19세기 탄생한 2개 미신의 합체
1907년 발표된 소설 ‘13일의 금요일’(오른쪽)과 작가 토머스 로슨. [위키피디아]
그러나 댄 브라운의 소설 ‘다빈치 코드’에 등장해 유명해진 이 사건이 13일의 금요일에 발생했다는 것은 20세기에 ‘발견’된 것이다. 사건에 대한 구체적 언급이 처음 등장한 게 프랑스 소설가 모리스 드뤼옹의 역사소설 ‘미남왕 필립’(1955)이기 때문이다.
로슨의 소설 이전에 ‘13일의 금요일’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1869년 미국에서 발표된 이탈리아 작곡가 조아키노 안토니오 로시니의 전기에 이런 구절이 등장한다. ‘많은 이탈리아인처럼 그(로시니) 역시 금요일을 불길한 요일로, 13을 불길한 숫자로 받아들였는데 그가 서거한 날이 (1868년 11월) 13일의 금요일이라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사실 미국에서 숫자 13과 금요일에 대한 미신은 19세기에 서로 다른 연원을 갖고 등장한다. 13의 경우는 ‘한 테이블에서 13명이 앉아 함께 식사하면 그중 1명이 일찍 죽는다’는 테이블 미신으로 유행했다. 이는 17세기 영국을 강타한 흑사병 공포에서 연원했을 개연성이 크다. 1665년 런던에서 유행한 마지막 흑사병으로 당시 50만 명이 안 되던 런던 인구 가운데 7만~10만 명이 숨진 것으로 추산된다. 4~5명당 1명꼴인데, 당시 런던 사망통계국은 이를 ‘13명당 1명꼴’로 대충 발표했다. 이 표현이 시간이 지나면서 ‘13명의 테이블’ 미신으로 바뀌었을 공산이 크다.
여기에 프랑스인과 더불어 14세기부터 타로카드 유행에 일조한 이탈리아인들이 19세기 중·후반 대거 미국으로 이민 오면서 13에 대한 미신에 기름을 부었을 수도 있다. 78장으로 이뤄진 타로카드 중 22장의 메이저카드에서 숫자 13은 ‘죽음’을 뜻한다. 로시니가 13을 불운의 숫자로 여겼다는 것 역시 그 연장선상에서 나온 말이다. 하지만 정작 이탈리아에서 전통적으로 불길한 날짜는 13이 아니라 17이다. 로마숫자로 17에 해당하는 ⅩⅦ의 순서를 살짝 바꾸면 XIVI가 되는데 라틴어로 ‘나는 죽었다’를 뜻하기 때문.
이는 다시 예수와 열두 제자의 최후의 만찬 다음 날 예수가 십자가 처형을 당했다는 전설과 연계돼 미국에서 급속히 유행했다. 사실 기독교 전통에서는 13명이 함께 식사하는 것은 최후의 만찬을 재현하는 일로 오히려 거룩하다고 받아들여졌다. 또 미국이 독립할 당시 13개 주로 출발해 독립기념일에 13발의 축포를 쏘는 행위가 1791년까지 계속됐다. 13에 대한 거부감이 많지 않았다는 방증이다.
그러다 ‘13명의 테이블’ 미신이 온갖 대중서적에 등장한다. 이것이 헛된 낭설임을 입증하고자 일부러 13명이 한 테이블에서 식사하는 ‘서틴클럽’이라는 사교모임이 19세기 말 유행하면서 ‘13명의 테이블’ 미신은 사라지게 됐다.
공포와 무지의 결함
13일의 금요일에 숨진 이탈리아 작곡가 로시니. [동아DB]
금요일이 불길한 요일이 된 것은 19세기 후반부터 매주 금요일마다 사형 집행이 이뤄진 데서 기원한다. 사형 집행자가 주말엔 안식을 취할 수 있게 한 제도적 장치였다. 서틴클럽 회원들은 이 미신도 타파하려고 사형 집행일을 다른 요일로 옮기도록 로비활동을 펼치는 한편, 토요일을 종일근무일에서 반공휴일로 하자는 캠페인에 앞장섰고 ‘주5일 근무제’의 도입까지 주장했다. 그 결과 금요일은 ‘Thanks God It’s Friday!(TGIF)’로 불릴 만큼 축복받는 요일로 바뀌었다.
그런데 이 각각의 미신이 결합한 ‘13일의 금요일’만큼은 집요하게 살아남아 21세기에도 여전히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이 미신들이 고대나 중세가 아니라 합리성을 강조한다는 근대의 산물이라는 것이다. 게다가 그 확산에 결정적 역할을 한 것이 20세기 대중매체라는 점도 의미심장하다. 로슨의 소설 ‘13일의 금요일’은 오늘날 권위지의 대명사로 불리는 NYT 광고로 유명해졌고, 1916년 동명의 무성영화로도 만들어졌다. 이는 수많은 동명영화를 거쳐 1980년 ‘제이슨’이라는 엽기적 살인마를 탄생시킨 ‘13일의 금요일’ 시리즈로 이어졌다. 이 시리즈는 2009년 12편까지 제작됐다.
공포의 어머니가 죽음이라면 그 아버지는 무지다. 13이라는 숫자가 미신의 대상이 된 것도 흑사병이 초래한 죽음과 ‘13명당 1명꼴’이란 잘못된 통계가 결합한 산물이다. 금요일이 불길하다는 것도 죽음을 가져오는 사형제에 대한 두려움과 일정 기간 금요일에만 집행됐다는 잘못된 상식이 결합한 결과였다. 13일의 금요일은 그렇게 19세기에 탄생한 미신의 하이브리드로, 20세기를 거쳐 21세기까지 번성하고 있다. 그러니 고대인이나 중세인이 미신적이라고 손가락질한 일은 자제해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