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을 보듬고 키운다는 것
알폰소 쿠아론 감독은 ‘그래비티’(2013)에서 우주인의 고독을 표현하며 한 편의 ‘우주 풍경화’를 그려냈다. 끝이 없을 것 같은 ‘검은 우주’는 긴 호흡의 촬영과 편집을 통해 풍경 자체가 심리적 드라마가 되는 신비한 경험을 하게 …
영화평론가2018년 12월 21일무능을 처벌할 수 있을까
영화 ‘국가부도의 날’은 1997년 외환위기를 다룬다. 이 영화는 충무로에서 종종 제작되던 정치부패 드라마와 달리 ‘경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일부 정치가와 경제인이 작당해 국가자산을 사유화하는 부정부패는 고전 ‘스미스씨 워싱턴…
영화평론가2018년 12월 10일군산, 한국인을 거울에 비추다
장률 감독은 ‘조선족’이다. 중국에서 김치 장사를 하는 조선족 여성의 삶을 그린 영화 ‘망종’(2005)으로 한국 영화계에 진입했다. 그런데 그의 영화에서 조선족의 지리적 경계가 조금씩 약화되고, ‘이리’(2008)를 통해 한국의 …
영화평론가2018년 11월 23일행복을 위한 가면 쓰기
‘완벽한 타인’은 2016년 발표된 이탈리아의 동명 영화를 리메이크한 작품이다. 이탈리아에서 흥행 성공을 거둔 원작은 곧바로 여러 나라와 리메이크 판권 계약이 이뤄졌다. 이미 스페인판 ‘완벽한 타인’(2017)이 흥행 성공을 거뒀고…
| 영화평론가2018년 11월 12일달나라에 첫발을 디딘 ‘햄릿’
우주 배경의 SF영화는 늘 서부극(웨스턴)과 비교되는 운명에 놓여 있다. 미지의 공간을 개척하는 도전 의식, 목숨을 위협하는 장애물들, 그리고 불굴의 의지를 가진 영웅의 등장…. 두 장르는 비슷한 특징을 지닌다. SF의 고전 ‘스타…
| 영화평론가2018년 10월 26일‘택시 드라이버’를 구원한 빛
‘택시 드라이버’(1976)를 여성감독이 만들면 어떤 영화가 될까. ‘케빈에 대하여’(2011)의 감독 린 램지의 네 번째 장편 ‘너는 여기에 없었다’를 보면 이런 질문이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의 ‘택시 드라이버…
| 영화평론가2018년 10월 12일IT 시대 관음증을 관통하다
아니시 차간티는 인도계 미국 감독이다. 올해 27세인 신예로, 고교생 딸의 실종을 다룬 스릴러 영화 ‘서치’는 그의 데뷔작이다. ‘서치’는 생사를 알 수 없는 딸의 실종, 딸을 되찾기 위한 아버지의 헌신적 노력 같은 상투적인 테마를…
| 영화평론가2018년 10월 02일동성애 그림, 미국 ‘반문화’에 올라타다
핀란드 중견 감독 도메 카루코스키의 ‘톰 오브 핀란드’는 동명의 예명으로 활동했던 동성애 화가의 전기영화다. 시대는 주인공이 20대인 1940년대부터 에이즈(후천면역결핍증)로 동성애에 대한 공포가 확산되던 1980년대까지다. 대략 …
| 영화평론가2018년 09월 11일‘인형의 집’을 깨고 나오는 ‘캐리’
노르웨이 중견감독 요아킴 트리에르는 세 번째 장편 ‘라우더 댄 밤즈’(2015)로 세계 영화계에 이름을 알렸다. 이자벨 위페르 주연의 이 작품에서 트리에르는 북유럽 예술의 후예답게 헨리크 입센의 ‘인형의 집’ 같은 가족 멜로드라마에…
| 영화평론가2018년 08월 28일관객을 끌어들이는 행위예술 같은 영화
스웨덴 감독 루벤 외스틀룬드는 영화를 마치 행위예술(Performance Art)처럼 만든다. 아티스트의 낯선 동작이 이어지고, 그걸 보면서 고민하는 관객의 반응이 작품 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기제를 닮아서다. 또 설치미술 같기도 하…
| 영화평론가2018년 08월 14일죽음이 남긴 이별의 고통
그리스 중견감독 요르고스 란티모스의 매력은 알레고리에 있다. 그의 출세작 ‘송곳니’(2009)처럼 억압적인 가부장을 전면에 내세우면서, 실상은 억지를 부리는 현대 정치의 부조리를 성찰하는 식이다. 또 짝을 이루지 못하면, 곧 가족이…
| 영화평론가2018년 07월 31일감동을 주거나, 웃음을 주거나
움베르토 에코가 말하길, 영화에 상투성(클리셰)이 한두 개 등장하면 웃음만 나오게 하지만 수백 개의 상투성은 우리를 감동시킨다고 했다. 상투성도 수백 개에 이르면 하나의 역량이 되고, 그런 상투성 속에서 관객은 다른 작품들을 불러내…
| 영화평론가2018년 07월 17일버려진 떠돌이의 지독한 외로움에 대해
웨스 앤더슨은 ‘버림받은 소년’에 대한 오랜 연민을 절대 놓지 않을 것 같다. 그의 영화 속 주인공은 대개 고아나 마찬가지인 아이들이다. ‘문라이즈 킹덤’(2012)의 소년처럼 부모가 숨져 다른 가정에 입양됐거나, 소녀처럼 가족이 …
| 영화평론가2018년 07월 03일폭력의 광기에 휘둘리는 사람들
캐스린 비글로의 이름 앞엔 늘 ‘여성 액션감독’이라는 수식어가 붙는다. 그의 영화를 본 뒤 감독이 여성이라는 사실을 뒤늦게 알고 놀라는 경우가 많다. 그만큼 비글로의 영화는 거친 육체와 폭력이 강조된다. 초기작 ‘블루 스틸’(199…
| 영화평론가2018년 06월 19일‘벌거벗은 어린이’의 삶을 응원하며
박물관에 가면 ‘경이로운 신비’를 보고 놀라곤 한다. 이를테면 자연사박물관에 보관된 것들, 곧 수천 년 전 지구에 떨어진 유성의 조각, 박제된 거대한 나비들, 뼛조각들로 재현된 공룡의 모습에 넋을 잃는다. 우리와 아무 관계도 없는 …
| 영화평론가2018년 06월 05일‘불가능한 것’을 꿈꾸는 청년의 열정에 부쳐
카를 마르크스 관련 전기영화를 만들려는 시도는 욕심은 나지만 어쩌면 엄두가 나지 않을 작업일 테다. 방대한 이론과 실천, 추방과 망명으로 점철된, 굴곡진 65년간(1818~1883) 삶을 한 편의 극영화에 담는다는 건 애초에 불가능…
| 영화평론가2018년 05월 22일“사랑하는 것은 대상이 아니라, 사랑 그 자체”
클레르 드니는 프랑스 영화계의 대표적 여성감독이다. 독일 감독 빔 벤데르스의 조감독 시절, 일본 거장 오즈 야스지로를 기리는 다큐멘터리 ‘도쿄가’(1985)의 작업에 참여하며 영화계에 입문했다. 그래서인지 드니의 영화에는 벤데르스의…
| 영화평론가2018년 05월 08일주체적 삶을 위해 ‘집’ 떠나는 소녀들을 응원하며
고교 졸업반인 크리스틴(세어셔 로넌 분)은 자기 이름을 ‘레이디 버드’로 바꿨다. 부모가 준 이름으로는 더는 불리고 싶지 않아서다. 그만큼 자의식이 강하다. 졸업 후 고향 새크라멘토를 떠나 동부의 폼 나는 명문대에 진학하는 게 꿈이…
| 영화평론가2018년 04월 24일상실에 대한 음악적 에세이
루카 구아다니노(47) 감독은 이탈리아 멜로드라마의 계승자다. 루키노 비스콘티(1906~76)의 예술적으로 풍부한 화면,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78)의 성장기 방황이라는 테마는 구아다니노의 멜로드라마에 자주 소환되는 특징이다. 구아…
| 영화평론가2018년 04월 10일‘분노의 시대’가 낳은 희생자들
마틴 맥도나 감독은 블랙코미디 범죄물에 강점을 갖고 있다. 그를 세계 영화계에 알린 장편 데뷔작 ‘킬러들의 도시’(2008)는 동료 킬러 2명이 벨기에 중세도시 브뤼주에 피신 갔다 갑자기 서로 적이 돼 싸우는 한바탕의 블랙코미디다.…
| 영화평론가2018년 03월 27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