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초 백화점 영업시간이 끝난 밤 10시경 서울 소공동 롯데백화점 본점 식품매장. 수수한 옷차림을 한 작달막한 키의 노인이 매장관리 직원에게 다가와 특유의 경상도 어투로 불쑥 한마디 던졌다.
“가스는 잘 잠군나?”
고개를 들어 노인을 바라본 직원은 깜짝 놀랐다. 신격호 회장이었기 때문.
“저희는 가스 대신 전기를 쓰고 있습니다.”
신 회장은 “그럼, 전기는 잘 잠군나?”라고 묻고는 다른 곳을 향해 뚜벅뚜벅 걸어갔다. 84세의 고령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꼿꼿한 자세였다. 롯데 관계자는 “신 회장은 평소 매장 직원들에게 ‘유통업은 고객 신뢰가 최우선이다. 건물이나 매장 안전에 문제가 생기면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기업 이미지가 손상되기 때문에 이 부분에 신경을 많이 써야 한다’고 강조한다”고 전했다.
홀수 달은 한국에서, 짝수 달은 일본에서 체류하는 신 회장은 여전히 경영을 세세하게 챙기는 것으로 유명하다. 한국에 체류할 때는 주요 계열사 사장으로부터 일일이 현황을 보고받는다. 오늘의 롯데는 신격호 회장의 땀과 열정의 산물인 셈이다.
이런 아버지 밑에서 경영 수업을 받은 때문인지 신동빈 부회장도 “일이 곧 취미인 사람”이라는 평가를 듣는다. 현장을 중시하는 태도도 신 회장과 꼭 닮았다. 신 부회장은 세븐일레븐 점포나 TGIF 매장을 찾아가 매장 상태를 둘러보고 음식을 직접 먹어보기도 한다.
신동빈 부회장도 일이 곧 취미 ‘부전자전’
신 부회장은 1990년 3월 호남석유화학 상무를 맡으면서 한국의 롯데 경영에 참여하기 시작했다. 현재는 모기업이라고 할 수 있는 롯데제과와 롯데쇼핑, 호남석유화학의 대표를 맡고 있다. 2004년 10월부터는 그룹의 구조조정본부 기능을 하는 정책본부 본부장을 맡아 그룹 차원의 실무적인 정책 수립에 참여하고 있다. 또 신규 사업 발굴과 글로벌 사업도 그의 관심 분야다.
신 부회장은 호남석유화학 상무 시절부터 경영 능력을 과시했다. 그는 당시 나프타 분해 공장 증설을 주도해 외부 조달에 의존하던 원료를 안정적으로 공급하도록 했고, 외환위기 중에도 고성장을 지속할 수 있는 토대를 다졌다. 이제 석유화학 부문은 유통 사업과 더불어 그룹의 한 축이 되고 있다.
90년대 중반 이후 롯데의 신규 사업은 대부분 신 부회장 손을 거쳤다. 1996년엔 그룹 내 물류시스템을 통합해 롯데로지스틱스를 출범시켰다. 또 인터넷 쇼핑몰 롯데닷컴, 생활포털 사이트 롯데타운을 오픈해 롯데백화점, 롯데호텔, 롯데월드 등 각 계열사의 상품과 서비스를 하나의 아이디로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3월부터는 그룹 내 주요 유통·금융사들이 개별적으로 시행하던 멤버십 제도와 포인트 제도를 하나로 통합한 ‘롯데멤버스’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그룹 내에서 신 부회장은 겸손한 태도와 합리적인 경영 스타일로 직원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신 부회장은 웨이터에게 음식을 주문하거나 임원들에게 업무 관련 사항을 질문할 때도 항상 경어를 쓴다. 롯데 관계자는 “신 부회장은 필요한 경우 팀장이 아니라 실무 과장의 보고도 직접 받을 정도로 권위를 내세우지 않는다”고 말했다.
롯데의 전문경영인은 대체로 내부 승진을 통해 발탁되고 있다. 또 장수 최고경영자(CEO)들이 많다. 롯데의 한 관계자는 “신 회장이 한 번 사람을 믿으면 끝까지 밀어주는 성격이어서인지 CEO를 맡으면 큰 과오가 없는 한 장수한다”고 분석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최근 들어 조금 젊어지긴 했지만 60대 CEO가 다른 그룹에 비해 많은 것도 특징”이라고 덧붙였다.
CEO 큰 과오 없는 한 장수
대표적인 장수 CEO는 롯데쇼핑 이인원 사장. 그는 1997년 당시 60대 대표이사들이 즐비한 상황에서 50세의 나이로 일약 주력사인 롯데쇼핑 사장으로 발탁돼 주위를 놀라게 했다. 87년 롯데호텔에서 롯데쇼핑 관리이사로 자리를 옮겨 백화점 업계와 인연을 맺은 이후 상품매입본부 전무, 영업본부장 등을 거치며 일찍부터 CEO감으로 기대를 모았다. 의심나면 끝까지 파헤치는 철저함이나 불시에 매장을 방문하는 점포 순시로도 유명하다.
이인원 사장 외에 롯데를 대표하는 전문경영인으로는 롯데제과 김상후 부사장, 호텔롯데 장경작 사장, 롯데마트 이철우 사장, 롯데건설 이창배 부사장, 호남석유화학 이영일 사장 등이 있다. 김상후 부사장은 1975년 롯데제과에 입사해 3년간의 롯데리아 대표이사 재임 기간을 제외하면 27년간 롯데제과에서 근무한 롯데제과의 산증인. 특히 제품 개발과 판촉 및 영업 기법에 관한 한 최고의 전문가로 꼽힌다.
장경작 사장은 특이하게 경쟁사인 신세계에서 영입됐다. 신세계백화점 부사장을 거쳐 1994년부터 2002년까지 조선호텔 사장을 맡아 조선호텔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은 그는 인재를 중시하면서 내부 고객인 직원부터 만족시켜야 한다고 강조한다. 장 사장 취임 이후 해외 연수 및 국내외 벤치마킹 기회가 대폭 늘어난 데다 연수 휴직제 등이 도입돼 직원들의 호응을 받고 있다.
이철우 사장은 롯데백화점 기획상무·영업본부장, 롯데리아 대표이사를 거쳐 2003년 3월 롯데마트 대표이사에 취임했다. 이 사장은 이후 대형마트 최초의 중소기업 박람회 개최, 토종 대형마트 최초의 여성점장 임명, 실버사원 채용 등으로 업계에 화제를 몰고 왔다.
이창배 부사장은 롯데쇼핑 건설사업본부 전무를 거쳐 2004년 10월 롯데건설 대표이사로 취임했다. 구매, 자재, 기획통인 이 부사장은 수익성에 기초한 신중하고 합리적인 의사 결정으로 정평이 나 있다. 중요 사안을 결정할 때는 일선 팀장이나 본부장 등의 의견을 최대한 수렴한다.
이영일 사장은 한 우물만 판 엔지니어. 호남석유화학 설립 초기인 1976년 과장으로 입사해 최초 건설사업인 HDPE(고밀도 폴리에틸렌), PP(폴리프로필렌), EG(에틸렌글리콜), 공기분리공장 등의 완공을 현장에서 지켜봤다. 이후 부공장장 및 공장장으로 재직하던 1988~94년 제2기 증설 사업을 필드에서 진두지휘해 원료의 수직계열화를 구축했다. 2003년엔 LG화학과의 컨소시엄으로 현대석유화학을 인수해 규모의 경제를 실현했다.
정책본부 부본부장을 맡고 있는 김병일 사장은 1981년 그룹 기획조정실 이사로 승진한 이후 20여 년 넘게 신 회장을 가까이에서 보좌해온 참모로 꼽힌다. 짧은 스포츠형 머리에 강한 인상을 풍기지만, 롯데의 손꼽히는 재무전문가로 치밀하고 철두철미한 성격의 소유자다. 롯데의 전반적인 살림살이를 관장하며 신 회장의 의중을 정확히 파악, 이를 계열사에서 잘 실행할 수 있도록 조정한다.
“가스는 잘 잠군나?”
고개를 들어 노인을 바라본 직원은 깜짝 놀랐다. 신격호 회장이었기 때문.
“저희는 가스 대신 전기를 쓰고 있습니다.”
신 회장은 “그럼, 전기는 잘 잠군나?”라고 묻고는 다른 곳을 향해 뚜벅뚜벅 걸어갔다. 84세의 고령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꼿꼿한 자세였다. 롯데 관계자는 “신 회장은 평소 매장 직원들에게 ‘유통업은 고객 신뢰가 최우선이다. 건물이나 매장 안전에 문제가 생기면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기업 이미지가 손상되기 때문에 이 부분에 신경을 많이 써야 한다’고 강조한다”고 전했다.
홀수 달은 한국에서, 짝수 달은 일본에서 체류하는 신 회장은 여전히 경영을 세세하게 챙기는 것으로 유명하다. 한국에 체류할 때는 주요 계열사 사장으로부터 일일이 현황을 보고받는다. 오늘의 롯데는 신격호 회장의 땀과 열정의 산물인 셈이다.
이런 아버지 밑에서 경영 수업을 받은 때문인지 신동빈 부회장도 “일이 곧 취미인 사람”이라는 평가를 듣는다. 현장을 중시하는 태도도 신 회장과 꼭 닮았다. 신 부회장은 세븐일레븐 점포나 TGIF 매장을 찾아가 매장 상태를 둘러보고 음식을 직접 먹어보기도 한다.
신동빈 부회장도 일이 곧 취미 ‘부전자전’
신 부회장은 1990년 3월 호남석유화학 상무를 맡으면서 한국의 롯데 경영에 참여하기 시작했다. 현재는 모기업이라고 할 수 있는 롯데제과와 롯데쇼핑, 호남석유화학의 대표를 맡고 있다. 2004년 10월부터는 그룹의 구조조정본부 기능을 하는 정책본부 본부장을 맡아 그룹 차원의 실무적인 정책 수립에 참여하고 있다. 또 신규 사업 발굴과 글로벌 사업도 그의 관심 분야다.
주요 계열사 대표이사 프로필 | 학력 | 경력 | 비고 | |
김상후(50년)·서울 .롯데제과(주) 대표이사 부사장 | .동북고 졸업 .고려대 농화학과 졸업 | .75년 롯데제과 입사 .96년 건과영업 이사 .99년 영업본부장 겸 건과 상무 .02년 영업본부장 전무 .03년 롯데리아 대표이사 전무 .06년 롯데제과 대표이사 부사장 | ||
장경작(43년)·서울 .(주)호텔롯데 대표이사 부사장 | .덕수상고 졸업(61년) .고려대 경영학과 졸업(68년) .서울대 최고경영자 과정 수료(92년) | .92년 신세계백화점 영업담당 본부장 .94년 서울웨스턴조설호텔 대표이사 부사장 .96년 조선호텔 대표이사 사장 .05년 호텔롯데 대표이사 사장 | .00년 동탑산업훈장 수상(제27회 관광의 날 기념식) .00년 고려 경영 포럼 대상 수상 .01년 경영인 대상 수상(한국중재학회 주최) .05년 올해의 교우상 수상(고려대 경영대학 교우회 주최) .05년 고대경제인 대상 수상(고려대 경제인회 주최) | |
이인원(47년)·서울 .롯데쇼핑(주) 대표이사 사장 | .경북대 사대부고 졸업(66년) .한국외대 일본어학과 졸업(70년) | .69년 JAL 판매담당 .73년 호텔롯데 총무부 입사 .87년 롯데쇼핑 관리이사 .95년 상품매입본부 전무 .97년 영업총괄본부장 .97년 9월 롯데쇼핑 대표이사 부사장 .98년 롯데쇼핑 대표이사 사장 | .현 대한상공회의소 한국소매업협회 회장 .현 대한상공회의소 부회장 | |
이철우(43년)·서울 .롯데마트 대표이사 사장 | .중앙고 졸업(61년) .서울대 농경제학과 졸업(65년) .서울대 대학원 경영학 석사(70년) .아주대 대학원 경영학 박사(99년) | .73년 삼성그룹 비서실~신세계 .76년 롯데쇼핑 입사 .88년 롯데쇼핑 영업기획 이사 .98년 롯데리아 대표이사 전무 .02년 롯데리아 대표이사 부사장 .03년 롯데마트 대표이사 부사장 .05년 롯데마트 대표이사 사장 | ||
이광훈(48년)·전남 .롯데칠성음료(주) 대표이사 부사장 | .목포상고 졸업(66년) .홍익대 경영학과 졸업(84년) | .74년 롯데제과 입사 .96년 롯데제과 기획·경리 이사 .99년 롯데제과 기획·경리 상무 .02년 롯데삼강 대표이사 전무 .06년 롯데칠성음료 대표이사 부사장 | .현 한국PET병재활용협회 회장 .현 지속가능 발전 기업협의회(KBCSE) 이사 | |
이창배(47년)·서울 .롯데건설(주) 대표이사 부사장 | .경복고 졸업 .한국외대 일본어학과 졸업 | .75년 롯데그룹 입사 .99년 롯데쇼핑 건설사업본부 전무이사 .01년 롯데건설 관리본부 전무이사 .04년 롯데건설 관리본부 부사장 .04년 롯데건설 대표이사 부사장 | ||
이영일(41년)·인천 .호남석유화학(주) 대표이사 사장 | .제물포고 졸업(59년) .인하대 기계공학과 졸업(63년) | .66년 한국종합화학 입사 .76년 호남석유화학 과장 입사 .92년 호남석유화학 이사(공장장) .95년 총무담당 상무 .98년 호남석유화학 대표이사 전무 .00년 호남석유화학 대표이사 부사장 .05년 호남석유화학 대표이사 사장 | .80년 상공부 장관 표창 .03년 철탑산업훈장(국가생산성 혁신 공로) .05년 최고경영자 대상(한국능률협회) .현 한국석유화학 공업협회 회장 .현 한국화학산업연합회 부회장 .현 경영자총협회, 전경련, 한국능률협회 이사 | |
김영준(47년)·부산 .롯데삼강(주) 대표이사 전무 | .부산상고 졸업(65년) .고려대 축산학과 졸업(69년) | .78년 롯데제과 입사 .97년 롯데제과 대전공장장 상무이사 .00년 롯데제과 생산본부장 상무이사 .01년 롯데제과 생산본부장 전무이사 .03년 롯데제과 영업본부장 전무이사 .06년 롯데삼강 대표이사 전무(현) .06년 웰가 대표이사 전무(현) | ||
오경수(56년)·제주 .롯데정보통신(주) 대표이사 전무 | .제주제일고 졸업(75년) .고려대 상대 경영학과 졸업(82년) .고려대 경영대학 밀레니엄 CEO 과정 수료(01년) | .81년 삼성물산 입사 .94년 삼성물산 기획실 정보전략 팀장 .95년 삼성그룹 미주본사(뉴욕) 정보총괄 부장 .00년 시큐아이닷컴 설립 및 대표이사 취임 .05년 롯데정보통신 대표이사 전무 | .정보통신부 '소프트웨어의 날' 대통령 표창(01년) .현 한국정보보호산업협회 고문 .현 SI산업협회, SI학회, SI수출협의회 이사 | |
이병구(50년)·경남 .롯데카드(주) 대표이사 부사장 | .경남고 졸업(69년) .성균관대 경제학과 졸업(74년) | .74년 삼성그룹 공채 입사 삼성생명, 삼성물산, 삼성항공 근무 .94년 삼성카드 생활편의사업부장 이사보 .97년 신용관리실장 이사 .00년 신용관리실장, 영업지원실장 상무 .02년 영업총괄, 리스크 관리실장 전무 .03년 롯데카드 대표이사 | ||
소진세(50년)·대구 .롯데쇼핑(주) 슈퍼사업본부 총괄 부사장 | .대구고 졸업(69년) .고려대 행정학과 졸업(77년) | .77년 롯데쇼핑 입사 .97년 롯데쇼핑 이사(영등포, 본점 점장) .00년 롯데쇼핑 상무(상품본부장) .03년 롯데쇼핑 전무(마케팅부문장) .06년 롯데쇼핑 슈퍼사업본부 총괄부사장 |
신 부회장은 호남석유화학 상무 시절부터 경영 능력을 과시했다. 그는 당시 나프타 분해 공장 증설을 주도해 외부 조달에 의존하던 원료를 안정적으로 공급하도록 했고, 외환위기 중에도 고성장을 지속할 수 있는 토대를 다졌다. 이제 석유화학 부문은 유통 사업과 더불어 그룹의 한 축이 되고 있다.
90년대 중반 이후 롯데의 신규 사업은 대부분 신 부회장 손을 거쳤다. 1996년엔 그룹 내 물류시스템을 통합해 롯데로지스틱스를 출범시켰다. 또 인터넷 쇼핑몰 롯데닷컴, 생활포털 사이트 롯데타운을 오픈해 롯데백화점, 롯데호텔, 롯데월드 등 각 계열사의 상품과 서비스를 하나의 아이디로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3월부터는 그룹 내 주요 유통·금융사들이 개별적으로 시행하던 멤버십 제도와 포인트 제도를 하나로 통합한 ‘롯데멤버스’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그룹 내에서 신 부회장은 겸손한 태도와 합리적인 경영 스타일로 직원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신 부회장은 웨이터에게 음식을 주문하거나 임원들에게 업무 관련 사항을 질문할 때도 항상 경어를 쓴다. 롯데 관계자는 “신 부회장은 필요한 경우 팀장이 아니라 실무 과장의 보고도 직접 받을 정도로 권위를 내세우지 않는다”고 말했다.
롯데의 전문경영인은 대체로 내부 승진을 통해 발탁되고 있다. 또 장수 최고경영자(CEO)들이 많다. 롯데의 한 관계자는 “신 회장이 한 번 사람을 믿으면 끝까지 밀어주는 성격이어서인지 CEO를 맡으면 큰 과오가 없는 한 장수한다”고 분석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최근 들어 조금 젊어지긴 했지만 60대 CEO가 다른 그룹에 비해 많은 것도 특징”이라고 덧붙였다.
CEO 큰 과오 없는 한 장수
대표적인 장수 CEO는 롯데쇼핑 이인원 사장. 그는 1997년 당시 60대 대표이사들이 즐비한 상황에서 50세의 나이로 일약 주력사인 롯데쇼핑 사장으로 발탁돼 주위를 놀라게 했다. 87년 롯데호텔에서 롯데쇼핑 관리이사로 자리를 옮겨 백화점 업계와 인연을 맺은 이후 상품매입본부 전무, 영업본부장 등을 거치며 일찍부터 CEO감으로 기대를 모았다. 의심나면 끝까지 파헤치는 철저함이나 불시에 매장을 방문하는 점포 순시로도 유명하다.
이인원 사장 외에 롯데를 대표하는 전문경영인으로는 롯데제과 김상후 부사장, 호텔롯데 장경작 사장, 롯데마트 이철우 사장, 롯데건설 이창배 부사장, 호남석유화학 이영일 사장 등이 있다. 김상후 부사장은 1975년 롯데제과에 입사해 3년간의 롯데리아 대표이사 재임 기간을 제외하면 27년간 롯데제과에서 근무한 롯데제과의 산증인. 특히 제품 개발과 판촉 및 영업 기법에 관한 한 최고의 전문가로 꼽힌다.
장경작 사장은 특이하게 경쟁사인 신세계에서 영입됐다. 신세계백화점 부사장을 거쳐 1994년부터 2002년까지 조선호텔 사장을 맡아 조선호텔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은 그는 인재를 중시하면서 내부 고객인 직원부터 만족시켜야 한다고 강조한다. 장 사장 취임 이후 해외 연수 및 국내외 벤치마킹 기회가 대폭 늘어난 데다 연수 휴직제 등이 도입돼 직원들의 호응을 받고 있다.
이철우 사장은 롯데백화점 기획상무·영업본부장, 롯데리아 대표이사를 거쳐 2003년 3월 롯데마트 대표이사에 취임했다. 이 사장은 이후 대형마트 최초의 중소기업 박람회 개최, 토종 대형마트 최초의 여성점장 임명, 실버사원 채용 등으로 업계에 화제를 몰고 왔다.
이창배 부사장은 롯데쇼핑 건설사업본부 전무를 거쳐 2004년 10월 롯데건설 대표이사로 취임했다. 구매, 자재, 기획통인 이 부사장은 수익성에 기초한 신중하고 합리적인 의사 결정으로 정평이 나 있다. 중요 사안을 결정할 때는 일선 팀장이나 본부장 등의 의견을 최대한 수렴한다.
이영일 사장은 한 우물만 판 엔지니어. 호남석유화학 설립 초기인 1976년 과장으로 입사해 최초 건설사업인 HDPE(고밀도 폴리에틸렌), PP(폴리프로필렌), EG(에틸렌글리콜), 공기분리공장 등의 완공을 현장에서 지켜봤다. 이후 부공장장 및 공장장으로 재직하던 1988~94년 제2기 증설 사업을 필드에서 진두지휘해 원료의 수직계열화를 구축했다. 2003년엔 LG화학과의 컨소시엄으로 현대석유화학을 인수해 규모의 경제를 실현했다.
정책본부 부본부장을 맡고 있는 김병일 사장은 1981년 그룹 기획조정실 이사로 승진한 이후 20여 년 넘게 신 회장을 가까이에서 보좌해온 참모로 꼽힌다. 짧은 스포츠형 머리에 강한 인상을 풍기지만, 롯데의 손꼽히는 재무전문가로 치밀하고 철두철미한 성격의 소유자다. 롯데의 전반적인 살림살이를 관장하며 신 회장의 의중을 정확히 파악, 이를 계열사에서 잘 실행할 수 있도록 조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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