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람선을 타고 고래 구경에 나선 관광객들.
유람선에서 본 돌고래들.
목적지는 뉴질랜드 남섬 동부의 해안도시 카이코우라(Kaikoura). 크라이스트처치에서 북쪽 해안선 도로를 따라 2시간가량 달리면 도착하는 인구 4000명의 작은 도시다. 뉴질랜드 원주민인 마오리족의 언어로 ‘카이’는 음식, ‘코우라’는 바닷가재를 뜻한다.
인구 4000명 작은 도시 … 향유고래 등 1년 내내 고래 구경 가능
카이코우라를 찾은 목적은 고래가 보고 싶어서였다. 배창호 감독의 영화 ‘고래사냥’을 본 이후 나는 영화에는 나오지 않는 고래를 직접 보고 싶다는 생각을 품어왔다. 전 세계적으로 특이하게도 카이코우라에서는 1년 내내 고래를 볼 수 있다. 향유고래 (Sperm Whale)는 1년 내내, 11~3월에는 범고래(Killer Whale), 6~7월에는 혹등고래 (Humpback Whale). 돌고래나 알바트로스 등의 조류도 볼 수 있다.
오른쪽 운전대는 금세 익숙해졌다(위).<br>이코우라의 관광안내소(아래).
오랜만에 만난 후배는 검게 그을린 건강한 얼굴이었다. 그는 한 와인회사가 운영하는 포도농장에서 일하면서 여행도 다닌다고 했다. 우리는 조용한 오두막을 얻어 이 지역에서는 흔한 전복과 홍합절임을 안주로 삼아 와인을 마시며 밤늦도록 유쾌하게 이야기를 나눴다.
다음 날 다시 카이코우라로 달려갔다. 고래를 볼 수 있는 유람선 삯은 1인당 10만원이 약간 넘을 정도로 비싼 편이었다. 하지만 배는 컸고 아주 청결했다. 승무원들도 매우 친절했다.
선실 좌석에 앉아 향유고래를 비롯한 카이코우라에서 볼 수 있는 여러 고래들과 해양생물들의 모습을 담은 동영상을 시청했다. 출항한 지 20분 정도 흘렀을까? 선실 밖에서 탄성 소리가 들렸다. 우리 일행도 서둘러 배의 상부 전망대로 나갔다. 코발트 빛으로 반짝이는 수면 위로 한 무리의 돌고래 떼가 우리 배와 나란히 헤엄치고 있었다. 물에 젖은 지느러미가 바로 손에 잡힐 듯이 한눈에 들어온다. 우리도 탄성을 내질렀다. 그리고 정말로 우리 앞에 향유고래가 나타났다! 거대한 몸집과 큰 꼬리가 물 위로 솟구쳤다가 다시 가라앉았다. 과연 장관이었다.
배는 3시간 동안 바다 위를 돌면서 고래들의 모습을 아주 가까이에서 보여주었다. 우리는 기분 좋게 귀항했다. 이후 며칠 동안 햄머스프링, 마운트쿡, 와나카, 퀸즈타운, 애로우타운, 밀포드사운드 등 뉴질랜드의 여러 도시를 자동차로 여행하며 진정으로 ‘아오테아로아’의 자연을 만끽할 수 있었다. 뉴질랜드의 또 다른 이름인 아오테아로아(Aotearoa)는 마오리족의 언어로 ‘길고 흰 구름의 나라’란 뜻이다.
뉴질랜드를 떠나는 날, 공항에서 여행 내내 동행한 혼다를 반납했을 때는 이미 오른쪽 운전이 몸에 완전히 익은 다음이었다. 10여 일간의 꿈같았던 여행은 무척이나 근사했다. 또 ‘고래를 보고 싶다’는 어릴 때부터 품어온 작은 소원을 이뤘다는 기쁨에 마음속으로 빙긋이 미소 지으며 비행기에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