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쇼핑은 백화점, 대형마트, 슈퍼마켓, 시네마 등 국내 최대의 전국적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한국 유통시장 내에서 다양하고 폭넓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롯데는 2010년 세계 10대 백화점을 목표로 하고 있다. 지난해 ‘스토어 매거진(Store Magagine)’의 발표에 따르면, 롯데는 세계 백화점 업계에서 국내 백화점으로는 유일하게 14위에 올랐다.
‘2010년 세계 10대 백화점’ 도약을 위한 롯데의 전략은 크게 네 가지로 분류된다. △국내외 신규점 출점 △신규 사업 및 수익모델 창출 △유통 부문 수직계열화 완성 △롯데의 약점으로 지적되는 대형마트 사업 강화 등이 그것이다. 이를 위한 자금도 이미 확보했다. 올 2월 롯데쇼핑을 상장하면서 3조6000억원이라는 거금을 쌓아놓고 있기 때문.
롯데의 행보 가운데 가장 관심을 끄는 부분은 우리홈쇼핑 인수. 8월2일 롯데쇼핑은 우리홈쇼핑 지분 53.03%를 총 4667억원에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롯데가 인수하는 지분은 ㈜경방과 특수 관계인 지분 30.16%, 경방의 우호지분 22.87%로 구성돼 있다. 주당 인수가는 11만원이고, 인수 자금은 전액 내부 유보자금으로 충당된다.
롯데 측은 우리홈쇼핑의 1대 주주인 ㈜경방 측의 제의를 받고 우호적으로 지분 인수 계약을 체결했다. 이로써 롯데 측은 그동안 숙원사업이던 홈쇼핑 사업 진출의 꿈을 이루게 됐다. 롯데 측은 1994년과 2001년에도 홈쇼핑 사업 진출을 위해 방송채널사용사업자 선정에 참여했지만 뜻을 이루지 못했다.
롯데쇼핑 상장 통해 3조6000억원 실탄 확보
롯데가 공정거래위원회와 방송위원회 승인을 얻어 우리홈쇼핑 인수를 최종 확정지으면 롯데쇼핑은 국내 처음으로 유통 수직계열화를 이룬 유통 거인으로 거듭난다. 기존 롯데백화점과 롯데마트(대형마트), 슈퍼마켓, 편의점, 온라인쇼핑몰 롯데닷컴에 이어 TV 홈쇼핑까지 아우르는 유통 메이저로서의 입지를 더욱 강화하는 것.
롯데 관계자는 “홈쇼핑 인수를 계기로 TV, 온라인과 오프라인 채널을 통해 마케팅 및 상품 조달 공조는 물론이고 통합 마일리지 사용, 고객 데이터베이스 공유 등의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이어 “여기에 기존 유통망과 구매력을 접목한다면 그 효과는 배가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유통업계 판도도 롯데가 확실한 1위 자리를 고수하고 신세계가 그 뒤를 따르는 양강 구도로 자리 매김됐다. 업계에선 “다른 중소 유통업체들은 나름대로 생존전략을 모색하거나 합종연횡을 하지 않으면 도태될 수 있다”는 말도 나온다. 홈쇼핑 업계에서도 “롯데가 브랜드 파워를 이용해 선발 업체인 CJ홈쇼핑과 GS홈쇼핑을 따라잡을 날이 곧 올 것”이라고 예상한다.
롯데는 규모를 키우기 위해 국내외에 신규 점포를 출점하는 노력도 계속하고 있다. 먼저 올해 말엔 서울 미아점을 오픈한다. 롯데 측은 “이곳이 뉴타운 개발 등 새롭게 부상하고 있는 성북 상권의 새로운 랜드마크가 될 것”이라며 기대를 드러냈다. 2007년엔 부산지역 3호점인 해운대점이 들어서고, 2008년엔 서울 청량리점을 개점한다. 롯데는 2010년까지 전국에 28개 점포를 운영할 계획이다.
국내외 신규 점포 출점으로 덩치 키우기 계속
최근 들어 대형마트와 홈쇼핑, 아울렛을 비롯한 이종 업태가 성장하면서 이들과 중복되는 백화점 부분의 식품, 가정용품 등은 경쟁력을 잃어가고 있다. 이에 따라 패션상품 중심의 명품 브랜드 유치, 매장의 고급화, 마진율이 높은 고가 상품 비중 확대 등의 고급화 전략을 가속화하고 있다. 또 대형마트 고객과 구분되는 상위 계층을 중심으로 한 CRM(고객관계관리) 시스템 구축을 통해 타깃 마케팅도 강화 중이다.
이런 흐름을 선도하고 있는 업체는 역시 ‘유통 리더’ 롯데다. 롯데는 2003년 11월에 20대 고객을 타깃으로 한 영패션 전문점 ‘영플라자’를 오픈한 데 이어, 2005년 3월에는 국내 최고급 명품관 ‘에비뉴엘’을 열었다. 또 2005년 8월 글로벌 패션 사업본부(GF사업본부)를 발족, 패션 선진국의 경쟁력 있는 상품을 고객에게 선보이는 중이다.
해외 진출도 본격화하고 있다. 롯데는 내년 상반기에 러시아 모스크바에 국내 백화점 업계 최초로 해외 점포를 연다. 이를 계기로 러시아에서의 추가 출점은 물론, 중국 진출도 모색하고 있다. 모스크바점이 유통 부문 글로벌화의 시발점이 되는 셈이다. 모스크바점은 기존 러시아에서 볼 수 없던 식품부터 잡화, 의류, 가전까지 풀라인을 갖춘 한국식 백화점 형태로 운영된다. 롯데 관계자는 “한국 유통업의 우수성을 알릴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며 자랑했다.
국내 업계에선 롯데의 러시아 진출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나라마다 백화점 운영 방식이 달라 외국 진출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롯데가 러시아 진출에 성공할 경우 다른 업체들도 앞다퉈 해외로 나갈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유통업을 개척해온 롯데가 국내 백화점 사업이 성숙 단계에 접어든 상황에서 과감히 해외로 눈을 돌린 것은 업계 리더다운 모습”이라고 평가했다.
2005년 3월 문을 연 국내 최고의 명품관 ‘에비뉴엘’ 매장 내부의 고객 쉼터.
롯데의 신규사업 가운데 가장 관심을 끄는 부문은 교외형 복합쇼핑몰. 롯데는 6월5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한국공항공사와 ‘김포공항 스카이파크 실시협약 체결 조인식’을 했다. 2010년 완공 예정인 스카이파크에는 백화점, 호텔, 시네마, 패션전문점, 푸드코트 등이 들어선다. 연면적 8만8314평 규모의 건물이 들어서고, 조경면적 4만7159평에는 2만평 규모의 테마파크와 2만7159평의 녹지공원이 조성된다. 롯데 관계자는 “김포공항 스카이파크 쇼핑몰 사업은 유통 명가인 롯데의 모든 역량이 집약된 사업”이라며 “그동안 국내에서 볼 수 없었던 유통, 문화시설, 녹지공원이 어우러진 대규모 쇼핑몰로 서울뿐만 아니라 동북아를 대표하는 명소로 자리잡을 것”이라고 말했다.
교외형 복합쇼핑몰은 여러 업태의 쇼핑시설에 영화관, 테마파크 등 각종 엔터테인먼트 시설이 결합된 형태. 주 5일제 근무 확산, 소득수준 증가, 차량보급 확대 등의 영향으로 미국과 일본에서 급속도로 확산됐다. 롯데는 국내에도 복합 쇼핑몰 시대가 가까워진 것으로 판단하고, 지난해 쇼핑몰 사업팀을 사업본부로 확대, 개편했다. 스카이파크는 쇼핑몰사업본부의 첫 작품인 셈.
대형마트 사업은 ‘유통 강국’ 롯데의 자존심을 상하게 만드는 부문이다. 대형마트 부문 시장점유율에서 3위를 차지하기 때문. 대량구매, 대량진열 등으로 생산·유통·판매구조를 합리화한 대형마트는 2000년대 초반부터 급성장하기 시작했다. 2003년엔 백화점 매출을 2조원가량 추월, 소매 리딩업태로 부상했다. 롯데로선 이런 흐름을 읽지 못하고 비교적 늦게 대형마트 사업에 뛰어든 것이 실수였던 셈이다.
롯데는 이를 만회하기 위해 대형마트 사업에 공격적인 투자를 계속하고 있다. 올해 매출 목표를 지난해보다 약 25% 상승한 4조원으로 잡았으며, 기존 점포의 경우 두 자릿수 신장률과 12개의 신규 점포 개점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미 5월11일 울산 진장점을 시작으로 3개점을 오픈, 6월 말 현재 46개 점포망을 구축했다. 향후 신도시나 기업도시, 혁신도시, 뉴타운 등에서 대형마트 부지를 적극 확보해 2010년엔 100개의 점포를 운영한다는 게 중·장기 전략이다.
그동안 대형마트는 다점포화에 따른 규모의 경제 실현과 입지 선점 등이 주요 경쟁요소였다. 그러나 앞으로는 비용구조의 효율화뿐 아니라 상품 구색, 고객 서비스, 주변 문화, 편의시설 등 연계 시스템이 주요 요소로 부각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최근 대형마트는 생필품뿐 아니라 패션, 의류 등 상품 구색을 강화하고 매장 리뉴얼과 편의시설 입점 등 대형화·고급화·복합화 추세를 보이고 있다.
대형마트는 양보다 질 … 원스톱 쇼핑 위한 다양한 시도
롯데는 고객의 이런 욕구 변화에 따라 문화센터, 영화관, 스포츠센터 등 원스톱 쇼핑을 위한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서울 구로점에는 영국 홈인테리어 전문점인 B·Q를, 경기 안산점에는 멀티플렉스 영화관을 입점시키는 등 복합 점포를 잇따라 개점한 것. 또 경북 구미점에는 대형마트 최대 규모인 6500평의 매장에 약 1000평 규모로 ‘키즈 존’과 ‘패션 아울렛’ 매장을 만들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롯데는 향후 대형마트의 핵심 경쟁요소는 저비용 구조 구축이라고 판단, 물류시스템 개선과 운영비 절감을 위한 노력도 강화 중이다. 롯데가 9월 착공 예정인 연면적 2만4000평 규모의 경기 오산시 부산동 오산물류센터도 상품의 효율적 배송을 통해 비용을 절감하고, 가격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차원이다. 롯데 측은 오산물류센터가 완공되면 물류 부문에서 경쟁 업체를 압도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롯데마트는 값싸고 질 좋은 상품을 구매하기 위해 2004년 2월 중국 상하이사무소를 개설했으며, 2005년엔 두 번째로 중국 선전 사무소를 열었다. 현재 생활, 문화, 의류 등의 구매에 주력하고 있다. 2005년 구매 규모는 120억원이었고, 올해는 200여 종의 상품에 300억원어치를 구매한다는 목표다.
지금까지 롯데가 우리나라 유통 선진화를 이끌어왔다는 데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없다. 롯데의 공격적이고 거침없는 행보가 유통업계에 어떤 변화를 일으킬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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