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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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콩은 재배하기 나름!

  • 황교익 맛 칼럼니스트·발해농원 대표 ceo@bohaifarm.com

    입력2006-11-22 17:4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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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맛있는 콩은 재배하기 나름!
    몇 달 전 이 칼럼을 통해 발해농원에서 전두부(콩을 통째로 곱게 갈아 굳힌 두부)를 만든다는 얘기를 언뜻 내비쳤다. 소비자 선호조사니 샘플링이니 하는 것을 통해 나온 반응이 워낙 좋아 사실 나는 요즘 기분이 ‘업’되어 있다. 일본 식품 전문가도 일본 전두부보다 낫다고 평가했으니 한국의 맛 칼럼니스트로서 기쁘기 한량없다. 이는 모두 우리의 기술 덕분이라 여기고 있는데 발해농원의 한 협력업체에서 시시때때로 딴죽을 건다.

    “전두부가 맛있는 것은 당신네 기술 덕만이 아니오! 우리가 공급해주는 콩이 좋아서 그런 거지. 다른 콩 갖고 한번 만들어보시오, 그 맛이 나나.”

    ‘자연과 콩’이라는 회사인데, 콩 수확량을 획기적으로 늘릴 수 있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종자에 어떤 물질을 코팅해 재배하는 방식이다. 발해농원에서 운영하는 연해주 농장의 콩 수확량을 늘리기 위해 이 회사 기술을 도입해 콩 재배를 하고 있는데 콩 수확량이 확실히 늘었다. 그런데 이 회사의 기술로 재배한 콩은 맛까지 달랐다. 사실 이를 가장 먼저 알아차린 사람은 나였다.

    종자에 특이물질 코팅해 재배했더니 쓴맛 없고 뛰어나

    모 농협에서 자신들도 전두부를 생산해보겠다며 샘플을 부탁한 적이 있었다. 그들이 보내온 국산 콩으로 전두부를 만들었는데 맛이 영 이상했다. 비리고 쓰고, 어떤 사람은 화학약품 냄새까지 난다고 했다. 콩이 상한 것 같아 농협에 다시 콩을 보내달라고 했지만 새로 보내온 콩도 마찬가지였다. 공장에서는 난리가 났다. 설비에 잘못이 있는지, 응고제에 문제가 있는지 알 수 없어 몇날 며칠 골머리를 앓았다. 그러다 다수확을 위해 종자 처리한 국산 콩으로 전두부를 만들어보았다. 그랬더니 제맛이 났다.



    맛있는 콩은 재배하기 나름!
    다수확을 위해 처리한 콩과 일반 콩을 번갈아가며 생으로 맛보았다. 종자 처리한 콩은 땅콩처럼 고소한 반면, 일반 콩은 비린내가 쑥 올라왔다. 콩에서 이런 차이가 나다니! 그때까지 발해농원에서 전두부를 만들 때 종자 처리한 콩만을 사용해 그 차이를 몰랐던 것이다.

    일본에서는 전두부를 만들 때 콩의 씨눈을 제거한다. 씨눈에는 이소플라본이 다량 함유돼 있는데 이것이 쓴맛을 내기 때문에 제거하는 것이다. 두유회사에서도 씨눈을 제거해 두유를 만든다. 모 두부회사에서도 씨눈을 제거한다고 들었다. 맛 때문에 이소플라본을 버리는 것이다. 하지만 발해농원에서는 씨눈을 제거하지 않고 전두부를 만들어도 맛있어서 그럴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내친김에 모 대학 교수에게 종자 처리한 콩과 일반 콩의 성분 비교를 의뢰했다. 결과는 예측한 대로였다. 종자 처리한 콩은 콩 비린내를 내는 헥사날 성분이 일반 콩보다 3분의 1 가량 적었다. 이 정도 차이만으로도 맛에서는 큰 영향을 미친다. 음식에서 느껴지는 이미(이상한 맛), 이취(이상한 냄새)는 여러 성분이 뒤섞여 나는 것으로 그중 한 성분만 줄여도 사라진다. 그러니까 비린내 성분이 적어 이소플라본의 쓴맛이 크게 작동하지 못하는 것이다. 전두부가 일반 두부보다 이소플라본 함량이 3배나 많지만 쓴맛이 거의 느껴지지 않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처리 콩의 맛이 뛰어나다는 사실을 발견한 사람은 나지만 신이 난 업체는 ‘자연과 콩’이다.

    요즘 식품업계에 전두부 홍보하러 다니면서 ‘자연과 콩’의 처리 기술도 함께 알리고 있다. 맛있는 음식을 소개하는 맛 칼럼니스트로서의 역할도 있고 해서다.

    ‘자연과 콩’ 대표는 농업언론계에서 꽤 촉망받는 기자였다. 그가 사업을 할 것이라고는 누구도 생각하지 못했다. 그런 그가 신문사를 나와 콩 다수확 재배 기술을 보급하는 일을 하고 있다. 잘나가던 직장을 때려치우게 한 것은 콩이었다.

    “유전자 변형 콩은 제초작업 등의 생산비를 줄이고 다수확을 하기 위한 것이잖아. 이를 이길 수 있는 길은 유전자 변형 콩보다 생산성을 더 높이는 것이고. 이 기술이면 되겠다 싶어 일생을 걸기로 했지.”

    그의 기술로 콩을 재배하면 평균 2배 정도 수량이 는다. 게다가 맛까지 차별화되니 콩 관련 사업자로서도 이 기술이 널리 보급되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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