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94

2007.07.17

외환위기 경고등 켜진 미국

  • 김종선 경원대 교수·경제학

    입력2007-07-11 15:04:00

  • 글자크기 설정 닫기
    외환위기 경고등 켜진 미국

    미국이 러시아 달래기에 성공할 수 있을까. 7월1일 열린 미국-러시아 비공식 정상회담.

    미국이 막대한 경상수지 적자로 또 고민에 빠져들고 있다. 해외에서 벌어들이는 것보다 사들이는 것이 많아 생기는 경상수지 적자는 한마디로 미국 국민들의 방만한 소비습성 탓이다. 한 나라 국민의 소비습성은 사회·문화적 특성을 지니는 만큼 좀처럼 고쳐지지 않는다.

    미국은 대규모 경상수지 적자를 기록하면서 세계경제를 위협하다가 결국 그 해법을 다른 나라에 미루곤 했다. 1980년대 초에도 미국은 지금처럼 경상수지 적자에 시달렸다. 원인은 일본으로부터의 자동차 수입. 달러화의 급격한 하락과 그로 인한 인플레, 또 이어서 나타나게 될 고금리를 두려워하던 G7의 경제 수뇌들이 모여 결국 해법을 마련해줬다. 바로 ‘일본 두들기기’였다. 주요 선진국들의 중앙은행이 일본과의 암묵적인 합의하에 외환시장에서 일제히 엔화를 사들여 엔화가치가 급상승하도록 만듦으로써 일본의 대미 수출을 어렵게 한 것이다. 이것이 바로 그 유명한 1985년의 플라자 협정이다.

    미국이 이번에는 중국 때문에 막대한 경상수지 적자를 보고 있다. 이번에도 미국은 위안화 절상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고 중국을 압박하는 중이다. 그러나 중국은 일본과는 사뭇 다르게 대응하고 있다. 체제유지라는 배수진을 치고 완강하게 저항하는 것이다.

    대규모 경상 적자 지속 … 미 국채 매입 중·러 달래기

    그래도 미국은 지금까지 여유가 있었다. 수출로 들어오는 달러보다 수입으로 나가는 달러가 많아 발생하는 달러 부족분을 해외에 국채를 팔아 충당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미국 경제가 아무리 죽을 쒀도 다른 나라보다 낫다는 인식이 지배적이라 한·중·일 중앙은행들이 수출로 벌어들인 달러로 미국 국채를 사들였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한마디로 지금까지 미국 소비자들은 다른 나라에서 빚을 내 흥청망청 쓰는 경제를 유지해온 셈이다. 이것이 요즘 흔히 말하는 ‘세계경제 불균형’의 요체다.



    중국이 과거 일본이 그랬던 것처럼 위안화 가치를 올려 대미 무역흑자를 줄이기만 한다면 미국은 이번에도 남의 힘을 빌려 무사히 넘어갈 수 있다. 그러나 중국은 일본과 다르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불균형이 누적되다 결국 제 무게를 견디지 못해 미국이 무너지고 마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벌어지지 않을까 두려워해온 것이다.

    그러나 이것도 미국이 국채를 해외에 비싼 값으로 계속 팔 수만 있으면 발등에 떨어진 불은 아니다. 적어도 우리가 겪었던 달러화 부족, 즉 외환위기가 당장은 미국에선 일어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낙관론의 이면에는 역시 예전처럼 미국을 대신할 만한 경제권이 없다는 자신감이 존재한다.

    그런데 이제는 사정이 많이 달라졌다. 유로권이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통합의 진통으로 몸살을 앓던 유로권이 오랜 부진을 털고 일어서면서 미국의 대안으로 떠오르기 시작한 것이다. 달러화의 약세를 무릅쓰고 미국 국채를 매입해오던 중국과 러시아가 생각을 바꾸기 시작했으며, 이에 바짝 몸이 단 미국이 이들 달래기에 돌입했다. 가뜩이나 경상수지 적자로 제 나라 돈인 달러가 부족한데, 이를 보전해오던 국채까지 팔지 못한다면 그야말로 외환위기를 겪을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 아니 세계경제가 이 문제를 과연 어떻게 풀어나갈지 지켜볼 일이다.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