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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더위 잡는 초록색 나라 ‘평강식물원’

체험학습·가족 나들이·데이트·건강 명소로 자리매김

  • 정호재 기자 demian@donga.com

무더위 잡는 초록색 나라 ‘평강식물원’

무더위 잡는 초록색 나라 ‘평강식물원’
산천초목에 녹(綠)빛이 잔뜩 오른 7월. 건드리면 초록 물이 ‘툭’ 하고 터질 것만 같다. 장마 이후 한여름은 식물에게 더없는 성장 시기. 가족과 함께 수목원이나 식목원을 찾아가 자연을 느끼기에 좋은 계절이다. 경기도 포천에 자리한 평강식물원은 위치가 38선 이북일 정도로 북단인 데다, 산정호수 인근이라 더위를 피하기에 안성맞춤이다.

7월의 평강식물원은 여름이 돼야 주가가 오르는 수생식물들의 천국이다. 한 폭의 수채화 같은 풍경 때문에 연인들의 데이트 코스로도 인기 있는 연못정원에는 50여 종의 연꽃과 수련이 절정기를 맞고 있다. 강렬한 자줏빛에서부터 은은한 분홍빛, 눈부신 흰색 수련들 틈에서 오롯이 자리잡은 연꽃이 한없이 자애롭고 고상하다. 연꽃과 수련뿐 아니라, 강렬한 색채감의 꽃을 화려하게 피운 화초들이 완연한 여름 정원의 모습을 자랑한다.

18만평 대지에 식물 수천여 종 빼곡

연못정원이 원예적인 아름다움을 드러낸다면, 습지원은 천연의 모습이다. 3000여 평의 넓은 습지원 가운데로 난 ‘나무데크’를 따라 거닐다 보면, 이제는 사라지고 없는 옛 고향의 정취가 물씬 풍긴다. 온갖 곤충이 수초 틈을 뛰어다니다가도 사람 발자국 소리가 들리면 숨느라 정신없다.

꽃창포의 마지막 전력 질주가 끝나면 분홍빛 털부처꽃이 곳곳에서 피어난다. 물 안쪽으로는 노랑어리연꽃이 그 이름만큼이나 눈에 어릿어릿하게 보이고, 물 밖으로는 연분홍빛 노루오줌의 무리가 넓게 펼쳐진다. 화려하진 않지만 한국적 정서가 살아 있어 더욱 싱그러운 습지원은 아이들에게는 훌륭한 자연체험 공간이다.



식물원의 운영 목표인 만큼, 생태복원을 위한 노력이 두드러진다. 이를 바탕으로 짜여진 아이들과 어른들을 위한 생태학습 프로그램 역시 훌륭하다. 한 번의 체험이 재신청으로 이어져, 해가 거듭될수록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고. 숲 속에서 삼림욕을 즐기며 자연의 소산을 배우고 체험할 수 있는 ‘숲의 신비’, 사라져 가는 습지의 생태와 중요성을 배울 수 있는 ‘소중한 습지’ 학습, 그리고 야생화 분갈이, 손수건 꽃물 들이기, 자연을 이용한 놀잇감 만들기 등의 체험학습이 준비돼 있다.

평강식물원의 모토는 ‘평안한 마음, 건강한 몸’이다. 평강식물원 원장 이환용(49) 한의학 박사의 신념처럼, 자연에 가까워질수록 몸과 마음이 건강해짐을 신록의 자연에서 체험할 수 있다.

레스토랑에선 각종 보양식 판매

무더위 잡는 초록색 나라 ‘평강식물원’
식물원 안에 자리한 약선(藥膳) 레스토랑 ‘엘름’에서는 느릅나무, 뽕잎, 연잎 등을 이용한 보양식들을 선보인다. 인삼 대신 각종 약재와 함께 푹 고은 영계 한 마리가 연잎에 싸여 나오는 ‘평강약계탕’은 한여름 더위로 쇠약해진 진기를 보충하는 데 부족함이 없는 음식. 또한 갖가지 계절 나물, 구수한 된장찌개, 불고기에 쌈채가 함께 나오는 ‘평강약선 산채정식’과 아스파라거스로 면을 뽑은 냉면도 평강식물원에서만 맛볼 수 있는 별미다.

평강식물원은 이동갈비와 막걸리로 유명한 포천의 산정호수 관광지 안에 자리하고 있어 명성산, 백운계곡 등과의 연계 관광코스가 좋을 뿐 서울 의정부 구리 등 중심지에서도 멀지 않다. 또한 포천시에서 지정한 우물목 펜션 마을이 수목원 가까이에 있어 주말여행이나 하루 나들이 코스로도 안성맞춤이다.

[인터뷰] 평강한의원 이환용 원장

“고향 동산에 대한 향수가 식물원 개원 밑거름”


무더위 잡는 초록색 나라 ‘평강식물원’
최근 노무현 대통령 내외가 일부러 시간을 내 방문했을 만큼 건강 명소로 자리잡은 평강식물원. 특히 자연과 건강을 동시에 찾으려는 가족 단위 나들이객들로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다. 산정호수 인근에 자리한 평범한 수목지대를 국내 최고 수준의 식물원으로 일군 주인공은 서울평강한의원 이환용 원장(사진)이다.

-한의원을 운영하다 18만 평에 이르는 식물원까지 만들게 된 계기는?

“아버지가 세 살 때 돌아가시고 어머니가 품앗이를 하면서 자녀들을 어렵게 키우셨다. 그래서 어린 시절 뛰놀던 고향 산천에 대한 아쉬움이 클 수밖에 없는데, 부지불식간에 개발로 모두 사라지고 말았다. 고향의 동산을 되찾고 말겠다는 결심과 약초에 대한 관심이 결국 식물원 개원으로까지 이어졌다.”

-주위의 반대는 없었나.

“어렵사리 한의대를 졸업하고 한의사 생활을 하면서도 꼭 식물원을 만들고 싶었다. 내 전 재산인 50억원 이상이 들어갔지만 후회는 없다. 한의사로 크게 성공한 이후 아내는 해외여행이나 다니면서 편하게 여생을 보내자고 했지만, 나의 의지를 꺾을 수 없었다. 결국 아내는 직접 유럽 일본 등으로 식물관 견학을 다녀오고 대학원에서 식물생태학을 공부해 식물원 개원을 도왔다.”

-한의사로서는 어떻게 성공했나.

“비염약인 ‘청비환’으로 유명세를 탔다. 30년간 축농증으로 고생하던 이웃집 할머니가 코나무껍질(유근피)을 달여 먹으면 비염이 낫는다는 말을 듣고 찾아와 똑같은 나무를 구해달라고 해서 구해줬더니 보름 뒤 “이제 밥 타는 냄새도 맡을 수 있다”는 것이 아닌가. 그래서 유근피에 살구씨, 수세미, 목련꽃 봉우리 등 20여 가지 약재를 첨가해 녹두알 크기의 비염치료약을 개발했다. 이 약으로 돈도 많이 벌었지만, 소득신고도 성실하게 하고 장학금도 꾸준히 지급했다. 그러나 식물원이 가장 큰 보답이라 생각한다.”

-식물원의 어떤 점에 특히 자부심을 갖고 있나.

“먼저 아름답고 편안하다. 특히 어린 학생들이 도심에서는 결코 할 수 없는 체험학습을 하면서 행복해하는 것 같다. 무엇보다 우리 식물원이 38선 이북, 고지대에 자리잡고 있기 때문에 접하기 힘든 고산식물이 무척 많다. 게다가 습지원까지 있어서 국가적인 가치를 지닌다고 자부한다. 식물들의 고향을 찾아주고 싶었다. 마치 어릴 적 내 모습처럼 말이다.”




주간동아 594호 (p56~57)

정호재 기자 demi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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