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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로뽕 DIY 요리법’ 유통 초비상

레시피 A4 용지 1장이면 충분…원료 확보·제작 손쉬워 일반인에 급속 확산 우려

  • 송홍근 기자 carrot@donga.com

‘히로뽕 DIY 요리법’ 유통 초비상

‘히로뽕 DIY 요리법’ 유통 초비상
영화 ‘사생결단’의 또 다른 주인공은 ‘부산’이다. ‘물(마약)’을 관리하는 이상도(류승범 분)와 도경장(황정민 분)은 부산의 뒷골목에서 추악한 욕망을 거래한다. 영화를 관통하는 부산의 야경은 이들의 욕망만큼이나 휘청거린다. 생사(生死)를 넘나드는 영화 속 마약상은 자동차 안에서 히로뽕을 제조하며 옮겨다니는 방법으로 경찰을 따돌린다. 영화에서처럼 화물차 안에서 히로뽕을 만들어 시중에 유통시킨 일당이 최근 검찰에 붙잡혔다.

“사람들은 마약을 으슥한 밤거리의 산물이라고 여기지만, 그건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 얘기죠. 청소년들도 쉽게 마약을 만들 수 있는 시대가 됐어요. 그런데 한국에선 마약의 원료 물질이 제대로 통제되지 않고 있어요. 그만큼 마약쟁이들에겐 천국이라 할 수 있죠.”

로스앤젤레스에서 만난 마약제조 기술자 H씨는 히로뽕(엑스터시와 스피드도 히로뽕의 일종이다)은 가정집에서도 요리하듯 만들 수 있다고 했다. 그는 감기약과 다이어트약을 이용한 마약 제조법을 설명하면서 쿠킹(cooking)이라는 단어를 썼다. 이들 약에 들어 있는 특정 성분에 몇 가지 약품을 추가해 주방에서 요리하듯 제조하기 때문이다.

-‘주간동아’ 2006년 11월28일자(562호) 커버스토리 ‘합성마약 유통주의보’ 중

‘주간동아’는 지난해 로스앤젤레스(LA) 현지 취재를 통해, 약국에서 손쉽게 살 수 있는 종합감기약(복합제 감기약, 의사의 처방이 필요 없는 일반약)으로도 히로뽕을 제조할 수 있다는 사실을 최초 보도했다.



구멍가게식 마약 제조법이 한국에 얼마나 퍼져 있는지는 확인할 수 없으나 감기약 등에 들어 있는 마약 원료물질에 대한 통제가 올바르게 이뤄지지 않으면 자가제조 마약이 독버섯처럼 퍼져나갈 수 있다.

-‘합성마약 유통주의보’ 중

수원지검 마약·조직범죄수사부는 시중 약국에서 누구나 살 수 있는 복합제 감기약으로 히로뽕을 제조해 투약한 혐의로 5월 초 재미교포 추모(45) 씨와 최모(42) 씨를 구속 기소했다. 복합제 감기약으로 히로뽕을 만들다 적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추씨 등은 올해 초 서울 종로 일대 약국을 돌아다니며 국내 A사의 복합제 감기약 100만원어치를 구입해 환각 성분이 포함된 원료물질을 추출, 히로뽕 50g(시가 1억6000만원)을 제조해 투약·유통한 혐의를 받고 있다.

한나라당 고경화 의원은 복합제 감기약으로 히로뽕을 만들다 적발된 사건과 관련해 “식품의약품안전청이 복합제 감기약으로 마약을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도 묵살했다”면서 “식약청이 쭛쭛쭛쭛이 함유된 단일제제 감기약만 전문의약품으로 바꾸고, 마약 제조가 가능한 복합제제 감기약은 일반 약국에서 구입할 수 있도록 방치했다”고 말했다. 고 의원의 주장은 일부 사실이다. 대한의사협회는 구멍가게식 마약 제조를 다룬 ‘주간동아’ 562호를 구입해, 정책 제언과 함께 유시민 보건복지부 장관을 비롯한 정책당국의 주요 인사들에게 보낸 바 있다. 이후에도 대한의사협회는 꾸준히 보건복지부와 식약청에 대책 마련을 촉구했지만, 관계당국은 아무런 조처도 취하지 않았다.

환각성분 든 감기약 판매규제 시급

“일각에선 구멍가게식 마약 제조가 크게 확대되지 않은 상황에서 규제안을 미리 만드는 것은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그는 것과 같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쭛쭛쭛쭛 단일제로는 마약 제조가 너무 쉽고, 복합제에서 쭛쭛쭛쭛을 분류하는 것도 어렵지 않다. 단일제에는 쭛쭛쭛쭛이 60mg 함유돼 있지만, 복합제 중에서도 쭛쭛쭛쭛이 120mg이나 들어간 것이 있다.”(양기화·의학박사)

쭛쭛쭛쭛가 함유된 감기약은 690여 품목에 달한다. “해당 감기약을 전문의약품으로 바꾸면 가벼운 감기로도 병원에서 처방을 받아야 한다. 국민에게 불편을 주게 돼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것이 식약청의 주장이다. 약물 오·남용의 대표적 사례로도 지목되는 쭛쭛쭛쭛 함유 종합감기약이 전문의약품으로 바뀌면 제약사의 수익구조가 나빠진다. 전문의약품으로의 전환이 부담스럽다면 미국의 사례를 벤치마킹할 수 있다. 미 의회는 제약사의 로비를 물리치고 마약 제조에 악용되는 쭛쭛쭛쭛 함유 감기약을 일반인이 구입할 때 신분증을 제시하도록 하고, 개인에 따라 구매량을 제한하는(30일, 7.5g) 내용의 판매규제법안을 2005년 통과시켰다.

냉장고 전자레인지 스토브 법랑 등만 있으면 감기약으로 손쉽게 히로뽕을 제조할 수 있다. 순도 97%의 고급 히로뽕을 만드는 데 4~5시간이면 충분하다. 인터넷에서 구할 수 있는 쿠킹 레서피는 A4 용지 1장 남짓. 화학에 대한 기초지식 없어도 이 조리법만 있으면 누구나 히로뽕을 만들 수 있다. 검찰에 검거된 재미교포 추씨도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일반의약품을 이용한 마약 제조법을 배운 것으로 드러났다.

국정원 국제범죄정보센터 관계자는 “구멍가게식 마약 제조가 퍼져가는 것을 막지 못하면 마약소비층이 대학생이나 샐러리맨으로 확대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LA미주한인마약퇴치센터 한영호 목사도 “마약 제조에 사용되는 의약품을 통제하지 못하면 미국처럼 히로뽕 조리법이 들불처럼 번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마약의 원료로 악용되는 의약품에 대한 통제가 시급하다.

Yohimbi HCL 주의보!

인터넷 타고 다이어트약으로 무방비 거래


한국은 의약품 불법유통 천국이다. 취재팀은 5월14일 서울 종로의 약국거리로 실태조사를 나갔는데, 히로뽕 제조에 쓰이는 OOOO 함유 전문의약품을 여전히 의사의 처방전 없이 구입할 수 있었다.

4월 초 국회 박재완 의원실과 함께 조사한 남대문시장의 의약품 불법유통 실태도 혀를 내두를 만큼 충격적이었다. 상인들은 ‘아토피 전문’ ‘비만 전문’ ‘간에 좋은 약’이라는 메모를 약에 붙여 판매하고 있었는데, 한 상인은 “잔탁은 병원에서 처방전을 받고 약국에 가서 사야 한다. 시간도 걸리고 돈도 많이 든다. 귀찮으니까 여기서 사라”고 권유했다. 또 다른 상인은 “이건(미크로겐) 부작용이 심하니 조심해야 한다. 머리에 바르면 위험하다. 겨드랑이나 가슴에 털 나라고 바르는 약이다”라고 호객했다.

인터넷 강국답게 온라인을 통한 의약품 불법유통도 위험수위다. 요힘비, 스패니시플라이 같은 최음제도 마구잡이로 거래되고 있다. 특히 금지약물인 요힘비가 함유된 다이어트약, 헬스보조제가 인기리에 팔리고 있는데도 당국은 속수무책이다. 인터넷을 통해 헬스보조제, 다이어트약을 구입했다면 몸에 악영향을 미치는 ‘Yohimbi HCL’이 함유됐는지 확인해보라!




주간동아 2007.05.29 587호 (p50~51)

송홍근 기자 carr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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