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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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품 확인되면 국가에 헌납”

  • 입력2007-05-23 15: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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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품 확인되면 국가에 헌납”
    1943년생인 김용수(고서연구회 고문) 씨는 그림 이야기만 나오면 혈압이 오른다. 정신과 의사인 그의 형은 건강을 생각해 ‘평심을 유지하라’지만 억울한 마음에 자다가도 벌떡 일어난다. 그는 위작(僞作) 사건이 불거진 배경에 대해 “감정가협회 일부 관계자들이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진품을 가짜로 몰았다”고 주장했다. 김씨는 “검찰이 위작이라는 예단을 버리고, 균형을 유지하면서 수사하는 게 진실을 밝히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

    - 70년대에 확보한 이중섭 박수근 작품을 최근(2005년) 시장에 내놓은 이유는?

    “시장에 내놓은 적 없다. 2005년은 이중섭 사후 50주년이 되는 해였다. 그래서 전시회를 개최하려다 사건이 생긴 것이다.”

    - 그 그림이 진품이라고 주장하는 근거는?

    “작가의 작품 수천 점이 한꺼번(덩어리)에 나오는 일은 드물다. 또 작품이 2800여 점이라고 하지만, 박수근 작품 1700여 점 가운데 대부분이 드로잉, 에스키스 수준이다. 위작이라면 돈이 목적인데 굳이 드로잉, 에스키스 같은 완성도 낮은 작품을 만들 이유가 있나.



    또 이중섭의 그림은 담배지, 장판지, 하드보드, 나뭇조각, 천, 책자, 구호물자용 부대 등 소재가 다양하다. 50년대 생활상을 그대로 보여주는 소재들이다. 요즘 이런 소재를 구하기란 불가능하다. 이 작품을 위작이라고 주장하던 사람들이 한 달이면 같은 소재를 구할 수 있다고 큰소리쳤지만, 3년이 지난 지금까지 구하지 못하고 있다.”

    - 그림을 인사동에서 입수했다는데, 잘 납득이 가지 않는다.

    “호남 쪽 고서가 집결하는 전주와 영남 쪽 고서가 모이는 대구, 서울 인사동에서 당시 컬렉터들이 그림과 작품을 많이 사모았다.”

    - 위작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일본에 있는 이태성 씨와 짜고 가짜 그림을 대량으로 만들었다고 주장한다.

    “검찰이 내 뒤를 다 캔 것으로 안다. 2005년 한 방송사와 일본을 방문한 일을 제외하고 지난 10년간 일본에 간 적이 없다. 내 여권을 보면 확인될 것이다. 그들이 거짓말하고 있다.”

    - 그들은 왜 위작이라고 주장하나.

    “그들은 이중섭과 박수근의 작품을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사람들이다. 두 화가의 공개된 작품은 그리 많지 않다. 그래서 희소가치가 있다. 그러나 내 소장품이 공개되면 희소가치가 떨어지고 시장질서가 흐트러지리라 우려해 거짓말을 하는 것이다.”

    - 전과가 있는가.

    “나는 서울 경동고와 서울대를 졸업해 건설과 수출업으로 돈을 벌었다. 15년 동안 경기대 한성대 등에서 수출무역 업무와 ‘타임’ ‘뉴스위크’지를 강의했다. 교통법규 같은 사소한 것 하나 어긴 적이 없다. 이중섭 박수근의 2800여 작품을 30년 이상 보관하면서 한 점도 판 적이 없다. 검찰이 내 뒤를 이 잡듯 뒤졌다. 만약 문제가 있었다면 내가 대명천지에 나돌아다닐 수 있었겠는가.”

    - 앞으로 계획은?

    “진위 여부를 가리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 그림은 내가 소장했지만 내 개인의 것이 아니다. 국가의 문화유산이다. 그림이 진품으로 확인되면 기념관을 지어 국가에 헌납할 계획이다. 중요한 것은, 이 작품들이 국가의 문화유산임을 검찰이 인지하는 일이다. 지금 검찰은 위작임을 예단하고 수사하는 듯한 인상을 강하게 풍긴다. 피의자들에게 안목 감정을 맡기는 등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든 편파수사를 한다는 불안감도 떨칠 수 없다. 전임 부장검사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검찰이 대규모 손해배상소송에 휘말릴 수도 있으니 예단 없이 수사에 임하라’는 견해를 밝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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