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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부부관계 재건 프로젝트

“배우자 구조조정 말고 부부관계 혁신하시죠”

친밀한 부부관계 만들기 노하우 지상 특강

  • 최성애 HD가족클리닉 원장 http://handanfamily.com, 조벽 미국 미시간공대 기계공학과 교수

“배우자 구조조정 말고 부부관계 혁신하시죠”

  • 5월21일은 ‘부부의 날’이다. 부부관계의 소중함과 사회적 중요성을 환기시키는 날이라고 한다.
  • 그러나 화목한 가정을 일궈나가는 데 지정일이 따로 필요할까. 지금 당신 곁에 있는 그 또는 그녀를 보라.
  • 두 사람은 얼마나 서로를 아끼는가? 대화법은 올바른가? 부부싸움은 현명하게 잘하는가?
  • 가사 분담은 적절한가? 방송 등 언론을 통해 부부치료 전문가로 널리 알려진 최성애 박사와 조벽 교수 부부에게서 친밀한 부부로 거듭날 수 있는 노하우를 들어본다. - 편집자 -
“배우자 구조조정 말고 부부관계 혁신하시죠”
얼마 전 어느 방송에서 저희 부부를 ‘친구 같은 부부’라고 소개했습니다. 행복한 부부는 깊고 친밀한 우정을 나누는 부부라는 가트맨(Gottman) 교수의 연구 결과의 실제 사례가 된 셈입니다. 그날 방청석에서 질문이 쏟아졌습니다. “박사님 부부는 문제가 없나요?” “싸우지 않아요?” “성격 차이로 인한 갈등이 없는 모양이죠?”

아니, 사람 사는 데 어찌 문제가 없겠습니까. 크고 작은 문제가 언제든 생길 수 있죠. 중요한 것은 문제가 있고 없고가 아니라, 문제를 ‘어떻게 푸느냐’입니다. 부부가 문제를 둘러싼 ‘상황’에 초점을 맞춰 함께 풀어나간다면 늘 행복할 수 있습니다.

반면, 문제의 원인을 서로에게서 찾고 상대를 헐뜯는 일이 반복된다면 문제가 점점 커져 결국 감당하기 어려워집니다. 즉, 부부가 아군이 되어 함께 문제를 퇴치하지 않고 오히려 적군이 되어 서로를 공격한다면 사소한 문제도 금방 심각해지고 맙니다. 적과 동지를 제대로 파악해야 문제가 쉽게 풀리는 법입니다.

저희 부부뿐 아니라 어떤 부부도 싸울 수 있습니다. 그런데 핵심은 싸우되 ‘잘’ 싸우는 것입니다. ‘잘 못’ 싸우는 부부는 매번 똑같은 레퍼토리로 끝없이 지겹게 부딪칩니다. 싸움이 시작됐다 하면 옛날 이야기를 되풀이하거나 부모형제까지 들먹이며 물귀신처럼 물고 늘어지는 것입니다. 이러면 싸울 때마다 오해와 상처만 커져 결국 서로에게 절망감을 안겨줄 뿐입니다. 부부싸움에는 시작과 끝이 있어야 합니다. 넘어서는 안 될 한계점을 확실히 그어놓으면 아무리 심각한 문제라도 해결할 수 있습니다. 이럴 경우에만 ‘부부싸움은 칼로 물 베기’라는 말이 적용됩니다.

결혼 초기부터 ‘친구 같은 부부’가 되기는 쉽지 않습니다. 다른 환경에서 자란 사람이 어떻게 갑자기 친구가 되겠습니까. 아마 저희만큼 성격 차이가 큰 부부도 드물 것입니다. 저희는 취미뿐 아니라, 먹고 자는 생활 패턴과 기호도 매우 다릅니다. 이토록 다른 저희가 행복한 결혼생활을 꾸려나갈 수 있다면, 다른 부부들도 ‘친구 같은 부부’가 될 수 있으리라 봅니다.



사실 행복한 부부에 대한 연구 결과를 보면, 성격 차이나 생활 패턴은 부부관계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합니다. 결국 이혼하는 부부와 행복한 부부의 차이는 문제를 ‘어떻게’ 보고 ‘어떻게’ 해결하느냐 하는 방법론에 있는 것입니다. 그럼 ‘친밀한 부부’가 되는 방법을 살펴보겠습니다.

고마움 자주 표현하고 긍정적인 면 부각시켜라

우리나라 속담에 ‘세 치 혀가 사람 잡는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이는 부부관계에서 세계 최고 권위자인 가트맨 박사의 연구 결과와 일치하는 말입니다. 가트맨 박사는 이혼으로 치닫는 상황이라도 부부가 대화만 잘한다면 관계를 회복할 수 있다고 강조합니다. 하지만 대화라고 해서 아무렇게나 주고받으면 되는 것은 아닙니다. 연구로 검증된 대화 방법을 활용해야 합니다.

대화에는 세 가지 유형이 있습니다. 서로 원수가 되는 대화, 멀어지는 대화, 다가가는 대화입니다. 이 가운데 원수가 되는 대화와 멀어지는 대화는 서로의 스트레스를 높이는 반면, 다가가는 대화는 스트레스를 낮추는 효과가 있음이 과학적으로 밝혀졌습니다.

“배우자 구조조정 말고 부부관계 혁신하시죠”

최성애 박사

●1단계 : 신뢰감과 친밀감 증진을 위한 처방

가트맨 박사는 연구를 통해, 오래도록 행복하고 안정적인 결혼생활을 하는 부부들은 우정지수가 높다는 결론을 얻었습니다. 부부 사이에 우정지수를 높이려면 다음과 같은 것이 필요합니다.

♥서로의 내면세계를 잘 알아야 합니다. 즉 상대가 무엇을, 누구를 좋아하고 싫어하거나 어떤 꿈, 상처, 프라이드를 지녔는지 파악해야 합니다.

♥고마움을 자주 느끼고 표현하며, 상대의 단점보다는 장점과 긍정적인 면을 포착하는 습관을 키워야 합니다.

♥다가가는 대화를 매일 조금씩 자주 하도록 합니다. 또한 상대가 예민하게 반응하는 부분을 감지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2단계 : 스트레스를 감소하는 대화법

갈등을 겪고 있는 부부들은 상대의 처지, 의견, 감정 등을 충분히 듣기보다 자신의 생각과 감정에 압도된 경우가 많습니다. 상대의 말허리를 끊고, 자신의 의견을 밝히거나 조언하는 행위는 서로에게 피곤함만 가중시킬 뿐입니다. 특히 다음과 같이 상대를 비난하거나 방어적, 경멸적인 말들은 절대 해서는 안 됩니다.

“당신은 도대체 어떻게 된 사람이….”(비난)

“당신은 지금까지 항상, 한 번도, 결코, 절대로….”(비난)

“난 아무 잘못 없는데 왜 난리야?”(방어)

“우리 집은 너만 고치면 돼.”(방어)

“어쭈!”(경멸)

“이 새대가리야!”(경멸)

말은 부드러우면서도 조용히, 그리고 천천히 해야 합니다. ‘너’ ‘당신’이 아닌 ‘나’로 시작하는 ‘나 전달법’으로 느낌을 말하고, 욕구를 긍정적으로 표현합니다.

♥“당신을 비난하려는 뜻이 아니라, 내가 힘들어서 말하는 거예요.”

♥“나는 ~이 두렵고 걱정돼요.”

♥“내가 당신에게 가장 바라는 것은~.”

♥“그 말을 들으니까 야단맞는 기분이 들어. 좀 부드럽게 말해주면 좋겠어.”

♥“부드럽게 말하려 해도 잘 안 되네. 다시 해볼게.”

●3단계 : 상대의 말을 경청하고 인정합니다

다가가는 대화를 위해서는 먼저 배우자의 불평과 불만을 잘 들어줘야 합니다. 자신이 할 말에 골몰하지 말고 상대의 말을 충분히 들으면서 그의 관점과 욕구를 이해하는 것입니다. 상대의 말을 듣고 감정을 확인한 뒤 다음과 같이 응답합니다.

♥“정말 힘들었겠네.”(화났겠네, 슬펐겠네, 억울했겠네 등의 감정 수용)

♥“당신 처지에서 보면 그럴 수 있겠네.”(관심을 표현하고 처지 수용)

♥“그런 상황이었다면 나 같아도 화났을 거야.”(공감)

♥“당신은 그 일에 대해 어떻게 하고 싶은데?”(의견 존중)

♥(배우자의 제안에 동의하면) “정말 좋은 생각이네.”

♥(배우자의 제안에 동의하지 않으면) “그런 방법도 있구나. 그런데 또 다른 방법은 없을까?”

♥“우리가 어떻게 하면 좋을까?”(지지와 협조)

이런 대화 중에 질문을 하되, 따지거나 반박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정말 알고 싶은 것을 물어야 합니다. 이때 위협적이지 않은, 안정감을 높이는 분위기가 중요하므로 상대의 동지가 되는 말투를 씁니다. ‘우리’라는 단어의 위력은 매우 큽니다!

●4단계 : 사랑, 열정, 로맨스를 증진하는 방법

결혼 후에도 구애를 계속하세요. 상대가 여전히 사랑스럽고 매력적이라는 말을 이따금 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런 긍정적 감정을 평소엔 20배, 싸울 때조차도 5배 정도 쌓으세요. 그래야 화나고 실수하고 오해했더라도, 얼마 안 가 측은하고 미안하고 고마운 마음이 들면서 서로의 상처를 덮어주고 허물을 용서하는 마음이 생긴다고 합니다.

“배우자 구조조정 말고 부부관계 혁신하시죠”

조벽 교수

♥“당신이 나한테 가장 사랑스럽고 매력적으로 보일 때는…”이라는 말을 해보세요.

♥상대가 특별하고 소중한 존재라는 사실을 시, 노래, 선물, 카드, 문자 등으로 표현하세요.

♥신체적, 언어적 사랑의 표현을 자주 하세요(어깨 주물러주기, 발 마사지, 간지럼 태우기 등).

♥사랑을 나눌 때 (특히 시작과 끝에) 부부만의 의식(ritual)을 만들어보세요(촛불, 와인, 아로마 등).

♥다양한 사랑 표현방법을 찾아서 시도해보세요. 놀이, 선행, 여행, 상대의 부모형제에게 잘하기 등도 긍정적 감정을 쌓는 방법에 포함됩니다.

앞에 제시한 처방을 들은 사람들은 대부분 두 가지 반응을 보입니다. “애걔, 별것 아니네.” “간단하지만 실천하기가 쉽지 않네요.”

그렇습니다. 이 세상에는 수많은 다이어트 방법이 있지만 과학적으로 입증된 방법은 우리 모두 이미 잘 알고 있습니다. 바로 적당히 먹고 꾸준히 운동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그 간단한 방법을 실천하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합니다. 마찬가지로, 과학적으로 입증된 행복한 부부관계 형성 방법 역시 특별하진 않지만 노력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그 노력의 대가는 다이어트만큼이나 무척 큽니다.

“갈 데까지 간 부부도 관계회복 요소 갖고 있다”

예를 하나 들어볼까요? 이혼 문턱까지 갔다가 관계를 회복한 이현정 김석환 씨 부부는 실명을 밝혀도 좋다고 할 만큼 노력의 대가를 톡톡히 봤습니다. 초등학생 아들과 유치원생 딸을 둔 38세 동갑내기인 이 부부는 신혼 때부터 11년간 지겹게 싸우다 지쳐, 얼마 전 급기야 이혼소송까지 낸 상태였습니다. 그래도 마지막으로 전문가의 진단을 받아보고 ‘구제 불가능’이라는 결론이 나오면 헤어지자고 했답니다.

검사 결과, 이 부부의 이혼 위기도는 상당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결혼 행복도 검사에서도 두 사람 다 ‘극도로 불행한’ 것으로 나왔습니다. 게다가 그들의 스트레스 지수는 가만히 있어도 정신적, 육체적으로 에너지가 술술 빠져나갈 만큼 힘든 수준이었습니다. 과연 이 정도로 병든 관계가 회복될 수 있을까요?

회복 가능성이 몇 군데에서 발견됐습니다. 먼저 두 사람은 처음 만났을 때 서로에 대한 첫인상이 긍정적이었는데, 가트맨 박사의 연구에 따르면 이는 관계회복의 가능성과 밀접한 상관관계를 지닙니다. 또한 불륜이 아닌 순수한 상태에서 관계가 시작됐고 고부 갈등이나 외도, 성생활 등에 문제가 없으며, 특히 둘이 함께 관계회복 치료를 받으러 올 만큼 관계 개선의 의지가 높다는 점 등이 회복 가능성을 높이는 긍정적 요소였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두 사람 다 자녀에 대한 책임감이 높다는 점이 회복 가능성의 핵심이었습니다.

이혼 선진국인 미국에서 부모가 이혼한 아이들을 많이 봐온 터라 이 부부의 아이들도 부모의 관계가 회복되지 않으면 미래에 고생하리라는 예측이 가능했습니다. 미국 시카고대학의 사회학자 린다 웨이트 박사의 연구에 따르면, 결혼과 가정이 보호처가 아닌 전쟁터라는 인식을 갖고 상처 속에서 자란 아이들은 결혼 자체를 두려워해 결혼보다는 동거를 선호한다고 합니다. 결혼을 한다 해도, 살다가 힘들면 부모처럼 지겹게 싸우다 헤어지느니 차라리 초기에 빨리 헤어지는 쪽을 선택하는 경향이 크다고 합니다. 즉, 부부의 이혼은 자녀의 이혼으로 대물림될 가능성이 높기에 아이들의 미래가 불안정하고 어두워질 수 있는 것입니다. 현재 한국의 이혼율은 43%이며, 결혼한 5쌍 중 1쌍은 재혼이라고 합니다. 앞으로 혼란과 고통 속에 성장할 2세가 크게 늘어날 전망입니다.

이현정 김석환 씨 부부는 아이들을 위해서 관계회복의 응급치료를 받기 시작했습니다. 어렸을 때의 상처, 좌절, 꿈, 자긍심의 원천이 되는 의미 등을 서로 깊이 이해하고 수용하면서 지난 11년 동안 주고받았던 날카롭고 깊은 상처를 치유했으며, 서로의 노고와 가치를 새롭게 발견하고 재발 방지법까지 배워 관계를 회복했습니다.

이 부부는 단기간에 이혼 위기를 극복하고 신혼 때도 갖지 못했던 깊은 애정과 신뢰감을 느낄 수 있게 된 것에 감격하며 놀라워했습니다. 그런데 부부관계의 변화보다 더 고마운 것은 아이들의 변화라고 합니다. 아이들이 안정감을 되찾고 환히 웃을 뿐 아니라, 큰아이는 아빠에게 다가와 말을 걸고 작은아이는 잘 안긴다고 합니다. 부부가 화목하니 집안이 저절로 행복해졌답니다.

부부관계를 유지하려는 의지를 갖고 과학적으로 효과가 검증된 방법을 쓴다면, 노력한 만큼 온 가족이 행복해질 수 있습니다. 간혹 부부가 서로 지지고 볶으며 살 바에야 각자의 행복을 위해 헤어지는 것이 인권이고 자유이며 21세기를 현명하게 사는 지혜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반대로 그저 꾹 참고 견디며 살아야 한다고 충고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둘 다 아닙니다. 지금부터라도 앞에 소개한 방법들을 실천해보세요. 먼 미래를 위해 괴로움을 꾹 참고 살지 않아도 날마다 ‘정서(情緖) 통장’이 불어나는 기쁨과 보람을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주간동아 2007.05.29 587호 (p14~17)

최성애 HD가족클리닉 원장 http://handanfamily.com, 조벽 미국 미시간공대 기계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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