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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 비행기로 하늘을 날자꾸나!

싱가포르 항공사 ‘뉴 프로덕트’ 런칭 … 전 좌석 넓게 리노베이션·오락 시스템 강화

  • 싱가포르=김민경 기자 holden@donga.com

명품 비행기로 하늘을 날자꾸나!

명품 비행기로 하늘을 날자꾸나!

‘새로운’ 이코노미, 비즈니스, 퍼스트 클래스 석(왼쪽부터).

“좌석이 굉장히 럭셔리하군요. 게다가 무척 넓어서 둘이 써도 될 것 같은데, 좌석 하나를 사서 다른 사람과 함께 쓰면 안 되나요?”

CNN의 스타 앵커 리처드 퀘스트가 싱가포르 항공사 임원들에게 어눌한 말투로 ‘엉뚱한’ 질문을 던지자 모두가 웃음을 터뜨렸다. 하지만 그의 말은 핵심을 찌르고 있었다.

10월17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싱가포르 항공사(SIA)의 ‘뉴 프로덕트 런칭쇼’는 항공 운항 서비스에도 ‘명품’ 경쟁 시대가 시작됐음을 보여주는 행사였다. 패션하우스의 런칭 파티 같은 분위기 속에 그 유명한 ‘싱가포르 걸’(바틱 전통의상을 입은 스튜어디스)이 라이브 공연을 하고 바텐더들이 칵테일쇼를 벌였다. 캐비어가 들어간 ‘럭셔리’한 기내식은 파티용 ‘핑거푸드’로 소개됐다.

보잉사와 에어버스사가 더 큰 몸집의 비행기를 개발하기 위해 경쟁을 벌이는 동안 세계 주요 항공사 역시 ‘날아다니는 5성 호텔’을 실현하기 위해 새로운 서비스와 기내 인테리어 개발 프로젝트를 소리 소문 없이 진행해왔다.

6년 전 비즈니스 클래스에 완전히 누울 수 있는 침대형 좌석을 도입한 브리티시 항공사는 다음 달 새로운 비즈니스 좌석을 선보일 계획이고, 케세이 항공사는 최근 새로운 이코노미 좌석을 선보이는 등 항공사들이 잇따라 새로운 ‘기내 신상품’을 내놓고 있다. 대형 항공사들은 단거리를 저가로 운항하는 중소 항공사와 경쟁하느라 힘을 쓰기보다는 장거리 운항 서비스의 질을 파격적으로 높여 승부를 내겠다는 전략이다.



명품 비행기로 하늘을 날자꾸나!

10월17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싱가포르 항공사의 ‘뉴 프로덕트 런칭쇼’.

장거리 운항 최고 서비스로 승부

상업 항공의 역사를 새로 쓴 수십 가지 ‘최초의’ 기록들-기내식 제공, 최장 노선 논스톱 운항 등-을 갖고 있는 싱가포르 항공사는 ‘명품 항공’ 경쟁에서도 ‘첫 번째’라는 타이틀을 빼앗기지 않겠다는 각오로 퍼스트, 비즈니스, 이코노미 등 세 등급 전 좌석을 리노베이션하고 기내 오락 시스템을 대폭 강화해 ‘뉴 프로덕트’로 선보였다. 베이수키앙 싱가포르 항공사 서비스담당 부사장은 “우리의 DNA 안에 혁신이 새겨져 있다”고 자랑한다.

싱가포르 항공사는 ‘뉴 프로덕트’에 3억6000만 달러를 투자해 4년 동안 지속적으로 항공기 이용자들의 요구를 연구해왔다고 밝혔다. 실제로 싱가포르의 창이 공항에 다양한 좌석을 가져다 놓고 승객들을 대상으로 ‘투표’를 하기도 했다.

그 결과 항공기를 이용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예상할 수 있듯, 많은 승객이 ‘이코노미석 증후군’이 생길 만큼 좌석이 비좁고, 개인적 공간을 거의 확보하기 어렵다는 점을 불만스러워했다. 게다가 개인차가 있긴 하지만 밀폐된 공간에 갇힌 채 땅에서 떠 있는 사람들이 갖는 불안과 공포도 있었다. 영화감독 우디 앨런처럼 비행기 타기가 싫어서 칸느상을 마다하는 인사도 있을 정도다.

주요 항공사들이 명품 경쟁에서 가장 많이 연구한 부문은 어떻게 하면 한 사람의 승객이 더 많은 공간을 확보하는가다. 싱가포르 항공은 퍼스트와 비즈니스 클래스에 경쟁 항공사들을 질리게 할 만큼 넓은 공간-경쟁사 비즈니스 클래스보다 50%가 넓다-을 할애했을 뿐 아니라, 마치 누에고치에 들어간 것처럼 편안하고 폭넓은 자리를 만들었다. LCD스크린도 현재 14인치와 10.4인치에서 23인치와 15.4인치로 커진다. 또한 톱 디자이너 지방시가 디자인한 잠옷, 침구, 식기, 오리(거위)털 이불은 호화로운 호텔 객실에 투숙한 느낌을 준다.

“몸이 편안해야 할 뿐 아니라 심리적으로도 지상에 있는 듯한 느낌을 가질 수 있어야 합니다. 우리는 승객이 일할 때 사무실에서 어떻게 움직이고, 집에서 쉴 때 오감으로 무엇을 느끼는지를 연구해 똑같은 환경을 만들고자 노력했습니다.”

내년엔 슈퍼 점보 에어버스 380S 취항

하지만 가장 큰 관심을 끄는 부분은 일반인이 평생 한 번 탈까 말까 한 퍼스트 클래스가 아니라 이코노미 클래스다. 싱가포르 항공사가 오늘의 명성을 가지게 된 이유도 이코노미 클래스에 최초로 헤드셋과 음료, ‘크리스월드’로 알려진 기내 오락서비스 등 새로운 서비스를 제공한 덕분이었다.

싱가포르 항공사의 새로운 이코노미 좌석은 지금보다 2.5~5cm 넓어지고, 스크린은 10.6인치로 현재 6인치보다 많이 커졌다. 또 등받이를 눕히면 좌석이 앞으로 미끄러져 나와 더 편하면서도 뒷사람을 방해하지 않는다. 둥근 시트의 형태, 브라운톤의 컬러는 고급스런 인상을 주며 좌석마다 노트북을 사용할 수 있는 전원이 제공된다.

싱가포르 항공사는 11월부터 더 커진 보잉777-300ER에 ‘뉴 프로덕트’를 선보이고, 내년 말에는 ‘최초로’ 슈퍼 점보 에어버스380S의 상업 운항에 들어가 새로운 항공 여행 시대가 열릴 것으로 예상한다.

그러나 땅에서와 마찬가지로 하늘에도 공짜란 없는 법. 싱가포르 항공사는 ‘뉴 프로덕트’로 개인 공간과 무게 부담이 느는 대신 수송 승객이 줄어들기 때문에 약 10%의 요금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더 좋은 상품에 기꺼이 더 많은 돈을 지불하는 ‘명품’ 지향 고객을 놓고 경쟁하겠다는 방침이다.

대부분 사람에게 항공 요금은 부담스런 액수여서 더 싼 요금을 찾아 인터넷을 돌아다닌다. 하지만 만화에 나오는 ‘하울의 움직이는 성’을 꿈꾸는 현대의 노마드족과 리조트를 순회하는 ‘젯셋족’에게는 어떤 항공사를 선택하느냐가 어디를 가느냐 못지않게 중요해졌으며, 그 비중이 더욱 커지리라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주간동아 558호 (p50~51)

싱가포르=김민경 기자 holde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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