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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주청의 골프雜說

골프장이야, 캥거루 농장이야

골프장이야, 캥거루 농장이야

골프장이야, 캥거루 농장이야

캥거루 골프코스로 더 유명해진 호주 쿠랄빈밸리 C.C.

동물원에서 털이 빠진 채 웅크리고 앉아 있는 사자를 보는 것과 마사이마라의 초원에서 깃털을 휘날리며 달리는 야생 사자를 보는 것은 생선 통조림을 먹는 것과 갓 잡아 올린 생선을 회쳐 먹는 것과 비교할 만하다.

호주에 가면 어디서든 캥거루를 볼 수 있겠지라고 생각하면 큰 착각이다. 동물원이 아닌 들판에서 야생캥거루를 보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호주에 가서 야생 캥거루를 보지 못하고 골프천국인 그곳에서 라운드 한번 하지 못하고서는 호주여행을 했다고 말할 수 없다.

캥거루 공 맞아 죽은 날 … 식당엔 ‘캥거루 스테이크’ 메뉴 추가

퀸즐랜드의 주도 브리즈번에서 서쪽 내륙으로 한 시간쯤 들어가면 광대한 쿠랄빈(Koo ralbyn) 계곡이 나온다. 건조한 붉은 땅과 거친 풀, 돌멩이가 한데 어우러진 전형적인 호주 내륙, 아웃백의 풍광을 자랑한다. 이 계곡 속에 쿠랄빈밸리 C.C가 자리 잡고 있다.



일석이조! 쿠랄빈밸리 C.C는 캥거루 천지다. 캥거루가 떼로 와 풀을 뜯고, 말끔하게 밀어놓은 벙커에 들어가 모래를 엉망으로 만들며, 그린에 올라가 껑충껑충 뛰는 바람에 발자국이 찍히고, 그린에 똥을 뿌려놓기도 하며, 심지어 쫓아내려는 골퍼를 앞발을 들어 공격하는 사태까지 빚어진다.

쿠랄빈밸리 C.C에서는 캥거루 떼를 쫓아내기 위해 온갖 노력을 기울였다. 공포탄을 쏘고 막대기로 두드려보기도 했지만, 몰려드는 수백 마리의 캥거루는 눈도 깜짝하지 않는다.

결국 쿠랄빈밸리 C.C는 캥거루 쫓아내는 일을 포기했다. “이 땅의 원래 주인은 캥거루인데 인간이 들어와 공놀이를 하게 되었으니 함께 잘 지내보자.” 이렇게 생각하니 맘이 편해졌다. 더구나 쿠랄빈밸리 C.C는 이제 캥거루 골프코스로 명성을 얻어 호주 전국에서 모르는 골퍼가 없을 정도다.

쿠랄빈 1번 홀에 올라섰다. 페어웨이 위에 캥거루 떼가 진을 치고 있는데, 어떤 녀석은 아작아작 풀을 뜯고 있고, 어떤 녀석은 우리를 빤히 쳐다본다. 녀석들은 열두어 발자국도 안 되는 지근거리에서 비켜줄 생각도 하지 않은 채 버티고 있다.

‘짝’, 팅그라운드에서 폭발한 드라이브 샷이 아슬아슬하게 캥거루 목덜미를 스치며 날아가도 녀석들은 꿈쩍도 하지 않는다.

첫 홀만 그렇겠지 했는데 둘째 홀, 셋째 홀에서도 마찬가지. 캥거루 떼는 완전히 골프코스를 점령했다. 어떤 녀석들은 포대 그린 위에 앉아 작은 공에 울고 웃는 다 큰 애(?)들의 부질없는 장난을 내려다보며 혀를 끌끌 차고 있다.

재미있는 것은 어프로치한 공이 그린에 앉은 캥거루의 등을 맞고 그린 밖으로 나가도 로컬룰은 구제해주지 않는다는 점이다. 캥거루가 공에 맞아 죽은 날에는 클럽하우스 메뉴가 하나 추가된다. ‘캥거루 스테이크’.

쿠랄빈밸리 C.C가 이름난 것은 캥거루 때문만이 아니다. 골프전문가들이 호주 국내 골프코스에 랭킹을 매길 때 10대 리조트 코스에서 이 코스를 빠뜨리는 법이 없다. 챔피언 티 파72에 6350m, 레귤러티 5421m.



주간동아 544호 (p82~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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