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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셜 리포트

미국, 쌀로 압박하고 소 챙긴다?

한-미 FTA 핵심 쟁점 바로 보기 … 美 입장에선 호주에 뺏긴 쇠고기 시장 탈환 ‘절실’

  • 한상진 기자 greenfish@donga.com

미국, 쌀로 압박하고 소 챙긴다?

미국은 쇠고기 시장에 가장 관심이 많은 것 같다. 1차 협상 당시 미국은 우리가 생각했던 것과 달리 의약품, 교육, 자동차 시장 등에 대해서는 거의 언급하지 않았다. 그들의 고민은 다른 곳(쇠고기 시장)에 있는 듯하다.”

국제통상 전문가인 서강대 안세영 교수는 2차 협상이 진행 중인 한-미 자유무역협정(FTA)과 관련해 이 같은 견해를 밝혔다.

한-미 FTA 협상은 6월5일부터 닷새 동안 미국에서 열린 1차 협상으로 막이 올랐다.

1차 협상에서 양국 협상단은 분과별로 각기 마련해온 초안을 토대로 문답을 주고받으며 통합협정문(consolidated text)을 마련하는 데 주력했다. 그 결과 상품무역 등 모두 11개 분과에서 통합협정문이 만들어졌다. 정부조달 및 기술장벽 등 제네바에서 별도로 개최한 2개 분과를 포함하면 통합협정문이 만들어진 분과는 총 17개 중 13개에 달한다. 농업 등 협정문을 마련하지 못한 4개 분과는 2차 협상에서 본격적인 협정문 초안이 작성되고 있다. 통합협정문은, 양측 간 문안이 유사하거나 합의된 내용은 단일문안으로 정리하고, 입장 차이가 있는 내용은 양측 입장을 대괄호(죂 죃) 안에 병기하여 정리한 협정문 초안이다.

2차 협상은 우리의 ‘안방’에서 시작됐다. FTA 협상 무용론이 제기되고 정부의 준비 미흡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는 가운데 이번 협상은 7월14일까지 서울에서 진행된다.



우리 입장에선 농업, 그리고 쌀

1차 협상이 서로의 입장을 경청하고 양국이 제출한 양허안에 따라 ‘주고받기’ 식 협상을 벌이는 자리였다면, 서울에서 열리고 있는 2차 협상은 본격적인 ‘협상 시작’을 의미한다. 특히 통합협정문이 만들어진 분과에서는 구체적인 양허안과 유보안도 만들어진다. 양허안은 관세 철폐 및 인하 수준과 함께 이행 기간 정도에 대해 양국이 서로의 입장을 개진하는 것이다. 이는 주로 상품 분야에 해당된다. 유보안은 개방 불가 및 유보 분야를 선정하는 것으로, 농업 분야의 경우 쌀 개방 등 예외 품목 협상을 비롯, 서비스와 투자 분야가 주요 쟁점이 될 전망이다.

한-미 FTA의 쟁점은 한둘이 아니다. 15개에 달하는 분과에 포함된 사안 하나하나가 모두 관련 업계와 국민의 생활에 직결되기 때문에 어느 하나 만만한 분야가 없다. 그러나 꼼꼼하게 살펴보면 이번 협상의 주요 쟁점은 분명하게 정리된다. 6월22일 외교통상부가 국회에 제출한 ‘한-미 FTA 제1차 협상 주요 결과’라는 제목의 ‘대외 비공개’ 자료에도 주요 쟁점은 일목요연하게 정리되어 있다.

우리 입장에서 가장 중요한 핵심 쟁점은 뭐니 뭐니 해도 농업 분야다. 특히 쌀시장 개방 문제는 온 국민이 관심을 가지고 있다. 현재 정부는 쌀은 개방협상에서 완전히 제외하는 한편, 쇠고기 등 주요 품목은 현행 관세를 유지하겠다는 방침을 세우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 협정문 초안 협상과 관련된 핵심 쟁점

- 상품무역 : Jones Act 내국민대우 예외 인정 여부

- 농업 : 특별 세이프가드 도입 및 관세할당(TRQ) 관리체계의 개선

- 섬유 : 세이프가드 도입

- 원산지 : 개성공단 원산지 특례 인정

- 무역규제 : 반덤핑 발동요건의 강화

- 서비스 : 전문직 비자쿼터 부여

- 투자 : 임시 세이프가드 도입

- 금융서비스 : 신금융서비스의 허용

- 통신 : 기술선택의 자유

- 지적재산권 : 저작권 보호기간의 연장, 의약품 허가시 특허연계 검토


개성공단 문제도 협상 막판까지 난제로 남을 가능성이 높다. 우리 측은 개성공단 문제를 미국이 대국적인 차원에서 받아들이길 요청하고 있지만, 미국의 반응은 냉담하다. 테러국가로 지목한 북한 물품을 수용하기 위해서는 관련법을 개정해야 하고, 추후 의회 인준 과정에서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주장이 미국 내에서 나오고 있기 때문. 외교통상부의 한 관계자는 “개성공단 원산지 특례 인정 문제의 경우, 다른 나라들은 대부분 FTA 협상에서 우리 측의 주장을 들으려고도 하지 않았다. 그러나 미국은 1차 협상 때 우리의 주장을 경청했다. 그것만으로도 상당한 성과라고 본다. 이제 본격적인 협상이 시작되는 만큼 최대한 우리의 주장을 관철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미국의 경우 업계 로비가 협상 쟁점 좌우

자동차, 의약품, 의료기기 등 분과도 쟁점별로 협상을 벌여나가기로 한 만큼 합의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보건복지부가 5월 발표한 ‘약제비 적정화 방안’을 놓고 미국 측이 노골적으로 시행 반대의사를 나타내고 있다. 배기량 기준 세제 문제가 첨예한 관심사인 자동차 부분과 관련해 외교통상부의 한 관계자는 “아직 미국 측이 구체적인 입장을 제출하지 않은 상태라 뭐라고 말할 수는 없다. 다만 협상과정에서 미국 업계의 강한 압력이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미국 측의 공식 입장이 확인되지 않은 만큼 우리도 다양한 가능성에 대비해 나름대로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무역규제분과에선 우리 측이 반덤핑 발동 남용방지와 발동요건 강화를 주장하고 있는 반면, 미국 측은 법령 문제로 논의가 어렵다며 난색을 표하고 있어 간격을 좁히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분석된다.

그렇다면 이렇게 많은 쟁점 중 미국이 가장 역점을 두는 분야는 뭘까. 이에 대해 안 교수는 주저 없이 쇠고기 시장을 꼽아 눈길을 끈다. 그는 “미국의 협상은 사실상 업계의 로비가 주도한다. 그런 점에서 미국 업계의 관심사가 무엇인지를 파악하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며 “미국의 경우 자동차라고 해야 크라이슬러 하나 정도가 아닌가. 그러나 미국 농업시장에서 큰 부분을 차지하는 쇠고기는 다르다. 호주에 빼앗긴 쇠고기 시장을 되찾는 일은 미국에게 가장 절실한 과제 중 하나다”라고 지적했다. 안 교수는 또 “쌀 시장의 경우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고 있는데, 미국은 우리나라의 쌀 시장을 전면 개방시키기 위한 전략을 가지고 있지 않은 듯하다. 쌀시장 개방을 계속 고집하면 협상 자체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한국의 정서를 미국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며 미국이 쌀을 이번 협상의 핵심카드로 쓸 수 있음을 강조했다.

1차 통합협정문 공개 요구 목소리 높아

한편 한-미 FTA 협상과 관련된 논란은 통합협정문의 공개 여부로 모아지고 있다. 시민단체와 일부 정치권까지 나서서 “1차 협상 당시 작성된 통합협정문을 공개하라”며 정부를 압박하는 상황. 대국민 공청회 한 번 열지 못한 채 진행되고 있는 협상에 대해 많은 언론도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게다가 FTA 협상 자체에 반대하고 있는 민주노동당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과 함께 협정문 공개를 요구하며 행정소송까지 제기했다. 민주노동당 강기갑 의원은 “행정부가 협상과정에서 상대국과 교환하고 합의한 협정문을 국회의원에게조차 공개하지 않는다는 것은 대통령의 외교행위에 대한 입법부의 ‘민주적 통제’를 무력화하는 행위”라고 비난했다.

미국, 쌀로 압박하고 소 챙긴다?

7월7일 서울 종로구 세종로 정부종합청사 브리핑룸에서 한덕수 경제부총리(왼쪽에서 세 번째)가 한-미 FTA 관계장관들과 함께 대국민 담화문을 발표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의 ‘공개 불가’ 입장은 단호하다. 외교통상부 한-미 FTA 기획단의 한 관계자는 “시민단체나 국회로부터 통합협정문을 공개하라는 요구가 거세지만 사실상 수용하기 힘들다. 협상의 핵심카드인 통합협정문을 공개한다는 것도 말이 안 되지만, 국가 대 국가로 진행하는 협상이 자칫 양국 국민 간의 논쟁으로 번질 수도 있다는 점에서 매우 위험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다른 나라들과의 FTA 협상 과정에서 이미 우리가 얻고자 하는 부분은 많이 드러났다. 타국과의 협상에서 만들어졌던 통합협정문의 80% 이상이 미국과의 협상에도 적용됐다. 굳이 협정문을 공개하지 않아도 대부분의 내용을 유추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현재 외교통상부 측은 “국민의 대표인 국회의원은 열람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라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정치권의 반응은 냉담하다. “양허안을 제외하고도 협정문 자체만 500여 쪽이 넘는 것으로 알려진 데다 모두 전문 분야에서 쓰는 영어로 된 문서를 개별 의원들이 열람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느냐”는 것. 한나라당의 한 관계자는 “최소한 보좌진이나 당내 전문가들이 함께 열람할 수 있도록 해야 효과가 있을 것이다. 의원이 개인적으로 보고 온다고 어떻게 구체적인 내용을 파악할 수 있겠나”라고 말했다.



1차 협상 보고서는 두 종류

의원용 따로, 국민용 따로


외교통상부는 6월9일 1차 협상 종료 직후 홈페이지와 미국에서의 언론 브리핑을 통해 협상 결과를 공개했다. 그러나 공개된 내용에는 실제로 협상이 어떻게 진행됐는지를 알 수 있는 내용은 거의 없었다. 그리고 협상 종료 12일 후인 6월22일 외교통상부는 국회 통일외교통상위원회 의원들에게 협상 결과 문서를 제출했다. 12쪽 분량의 이 문서 상단에는 ‘대외 비공개’라는 문구가 선명하다. 언급된 두 문서는 서로 차이가 있었다. 홈페이지용 자료에는 없는 우리 측의 대응 방안과 미국 측의 반응 및 요구 등이 ‘의원용 자료’에는 다소 구체적(?)으로 거론되고 있는 것. 결국 협상 결과 보고서가 ‘국민용 따로, 의원용 따로’였던 것이다.

예를 들어 핵심 쟁점 중 하나인 개성공단 원산지 인정 부분의 경우, 대국민 자료에는 미국 측의 입장은 전혀 없이 “이견을 노정하여 괄호(bracket) 처리함”이라고 기술되어 있지만 의원용에는 “미국 측은 반대 입장을 표명하면서, 동 문제에 대해 실무협상급에서 논의할 수 있는 권한(mandate)이 없음을 설명”한 것으로 되어 있다. 사실상 논의 자체를 미국 측이 거절했음을 밝힌 것이다.

여당의 한 의원은 “국민들의 관심이 높은 만큼 충분히 국민들에게 상황을 설명하고 충분한 토론을 거쳐야 한다. 의원용과 국민용 보고서가 다를 이유가 없다”며 “외교통상부가 가져온 자료를 보고 놀랐다. 대외 비공개라고 써 있기에 대단한 내용인 줄 알았지만 전혀 그렇지가 않았다. 정부가 국회와 함께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고 협조할 생각이 있는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며 정부의 대국민 정책을 꼬집었다.

이에 대해 외교통상부 측은 “미국의 경우 협상 결과를 국회에 보고하는 공식적인 루트도 없는 걸로 안다. 그에 비하면 우리는 상당히 투명하게 협상을 진행하고 있는 것이다”라며 이와 같은 지적에 불만을 표시했다.




주간동아 544호 (p34~36)

한상진 기자 greenfis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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