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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 누가 제값 주고 담배 사나요

가짜 및 밀수 불법담배 전국에서 창궐… “담배 가격 인상 땐 더 기승”

  • 송홍근 기자 carrot@donga.com

에이~ 누가 제값 주고 담배 사나요

에이~ 누가 제값 주고 담배 사나요

해외 유명 브랜드의 가짜담배가 들불처럼 번지고 있다. 최근엔 물량은 적지만 위조된 국내 브랜드의 담배도 발견되고 있다.

보건복지부가 담뱃값 500원 인상을 추진 중이다. 지속적인 가격 인상을 통해 흡연율을 떨어뜨리겠다는 의도다.

“갑당 500원 인상이 금연을 효과적으로 유도하는 적정 수준이 아닐까 생각한다.”(복지부 관계자)

복지부는 담뱃값과 흡연율의 상관성이 적지 않다고 여긴다. 2004년 12월 이뤄진 담뱃값 인상 이후 흡연율이 크게 떨어졌다는 것. 그러나 KT·G를 비롯한 담배회사의 견해는 다르다.

“가격 인상 이후 담배 판매량 감소는 일시적일 뿐이며, 그것도 인상 직전의 사재기 때문이다.”(KT·G 관계자)

흡연자들은 다소 억울할 수도 있겠으나 오른 담뱃값(500원)은 ‘좋은 곳’(건강증진기금 등)에 쓰인다. 흡연이 질병을 일으켜 국민의료비를 높이므로, 흡연자의 호주머닛돈을 건강보험 재정에 넣는 일이 모순은 아니다.



문제는 담뱃값 인상이 가져올 부작용이다. 흡연율을 크게 낮추지 못하면서 가짜 및 밀수 담배만 창궐시킬 가능성이 적지 않은 것. 시세 차익이 커지면 위조와 밀수에 대한 유혹도 커지게 마련이다.

‘주간동아’는 중국산 및 북한산 가짜담배가 한국에 반입되는 과정을 중국 현지취재를 통해 보도한 바 있다(532호 참조). 그렇다면 반입된 가짜 및 밀수 담배는 국내에서 어떻게 유통되고 있을까?

일반인 눈으로 진위 가리기 어려워

“담배 싸게 팔아요.”

6월30일 오후 서울 성북역 광장. 한 아주머니가 좌판을 펼쳐놓고 작은 목소리로 호객하며 담배를 팔고 있었다. 시중에서 2500원에 팔리는 해외 유명 브랜드 담배를 2000원에 파는 터라 손님이 적지 않았다. 담배를 구입한 한 40대 남성에게 “가짜담배라 몸에 해롭다. 다음부터는 구입하지 말라”고 넌지시 일러줬다.

“싼 맛에 샀는데, 가짜라고요? 담배까지 짝퉁이 나오다니 어이가 없네요.”

성북역 좌판의 담배는 동남아 혹은 중국에서 들여온 가짜로 항구를 통해 반입돼 유통된 것이다. 판매가(2000원)로 미뤄볼 때 이 판매상은 중간유통책에게서 담배를 직접 넘겨받은 것으로 보인다. 일반인은 진위를 가리기 어려운 이 같은 가짜담배는 전국적으로 유통돼 날개 돋친 듯 팔리고 있다.

6월 중순 찾은 부산 중구 부평동의 속칭 깡통시장에선 가짜 및 면세 담배가 곳곳에서 거래되고 있었다. 던힐·마일드세븐 등 외국 브랜드 담배는 2만~2만2000원(1보루)에 팔렸고, 국산 면세담배도 불법으로 유통되고 있었는데, 심플과 에세를 각각 1만8000~1만9000원(1보루)만 주면 살 수 있었다.

부산의 가짜담배 중간판매상 A 씨는 최근 담배 밀수조직의 유통책이 보낸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받고 ‘물건’을 인수하러 나갔다가 당국의 수사망에 걸려들었다. 그러나 A 씨는 담배 거래가 실제로 이뤄지지 않아 처벌은 받지 않았다. 다음은 A 씨가 전한 부산·경남지역의 가짜담배 유통 과정이다.

에이~ 누가 제값 주고 담배 사나요

정품 담배(왼쪽)와 가짜담배는 각연초를 보면 구별할 수 있다.

-밀수담배는 어떻게 유통되나?

“담배를 들여오는 데 성공한 밀수조직은 중간판매상에게 ‘언제’,‘어디’에서 물건을 분배하겠다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보낸다. 문자메시지를 받고 모인 사람들은 담배를 분배받은 뒤 유흥업소 등에 뿌린다.”

-밀수 물량이 얼마나 되는지 알고 있나?

“상당히 많은 것으로 안다. 구체적인 숫자는 모른다.”

-가짜담배는 어느 나라에서 수입된다고 들었나?

“중국과 동남아에서 부산항을 통해 들어온다.”

A 씨 같은 중간판매상은 갑당 1800원에 담배를 넘겨받는다. 가짜담배의 수입원가는 물류비용을 포함해 200원가량으로, 밀수조직은 1600원의 시세차익을 남긴 뒤 중간판매상에게 물건을 넘긴다. 중간판매상은 2100원을 받고 담배판매점, 유흥업소, 당구장, 건설현장, 성인오락실 등에 물건을 납품한다. 넘겨받은 가짜담배를 트럭에 실은 채 농촌을 돌며 판매하는 이들도 있다고 한다.

온라인 통한 교묘한 판매도 급증

자료 제공 : 인터넷 담배 판매전문 사이트 홈페이지, 박재완 의원실 이강원. 2006.7.2
인터넷 불법 업체들의 담배 판매 가격
담배 명칭 인터넷 가격 시판 가격
말보로 라이트 1800원 2500원
멘솔 1800원 2500원
라이트 퓰립 탑박스 2200원 미판매
던힐 필터 2200원 2500원
라이트 2200원 2500원
멘솔 2200원 2500원
인터네셔널 2800~3000원 미판매
탑 리프 3000원 미판매
켄트 Siver 4 2400원 미판매
Gold 1 2400원 미판매
에쎄 클래식 2100원 2500원
라이트 2100~2300원 2500원
멘솔 2100원 2500원
마일드세븐 라이트 2300원 2500원
오리지널 2300원 미판매
블랙스톤 바닐라 6300 미판매
체리 6300 미판매
럭키스트라이크 라이트 2150원 2500원
더원 2200원 2500원
타임 2300원 2300원
아크로얄 스위트 2800원 미판매
블랙데빌 3000~3500원 미판매
소브라니 블랙러시안 6000원 미판매


인천항을 통해 들어오는 가짜담배의 유통 과정도 비슷하다. 밀수된 가짜담배는 임시창고에서 전국 각지의 보관운송책에게 넘겨진 뒤 지역별 보관창고로 옮겨진다. 지역별로 분배된 담배는 A 씨 같은 중간판매상을 거쳐 ‘소매상’에 공급되는데, 소매상 격인 유흥업소, 성인오락실 등도 소비자에게 2500원에 팔 경우 갑당 300~400원의 마진이 발생하기 때문에 가짜담배 구입에 매력을 느낀다고 한다.

가짜담배는 의류·장난감 등으로 허위 신고돼 밀수되며, 컨테이너 양쪽과 위쪽에는 세관에 신고한 상품을 싣고 중앙에는 가짜담배를 숨기는 수법이 주로 사용된다. 이렇게 하면 시가 4억원 상당의 가짜담배가 컨테이너 1개에 실린다. 밀수조직이 거둬가는 마진을 1600원으로 계산하면, 컨테이너 1개 분량의 가짜담배를 반입할 경우 약 2억5000만원의 수익이 생기는 셈이다.

가짜담배와 함께 면세담배의 불법 유통도 크게 증가하고 있다. 부산 국제시장 주변에선 ‘제값을 주고 담배를 사면 바보’라는 얘기가 나올 정도. 부산 같은 항구도시는 물론이고 다른 대도시의 성인오락실, 유흥업소에서도 면세담배를 쉽게 볼 수 있다. 이는 중국과 일본을 오가는 보따리상과 ‘나까마’로 불리는 전문수거인에 의해 시중에 유통된 것들이다. 물량이 워낙 많다 보니 외항선이나 원양어선 등이 면세담배를 싣고 나간 뒤 공해에서 밀수업자들에게 넘기는 방식으로 국내로 반입된다는 추정도 나온다.

온라인을 통한 불법담배 판매도 더욱 교묘해지고 있다. 박재완 의원(한나라당)에 따르면 외국에 홈페이지 서버를 두고 담배를 국내로 반입, 판매하는 색다른 형태의 밀수조직도 등장했다. 이들은 ① 홈페이지(해외 서버)를 통해 구매 주문을 받은 뒤 ② 주문받은 담배를 필리핀 등 외국에서 구입해 ③ 국제특급우편서비스(EMS) 등을 이용해 한국으로 반입한다.

이들 조직은 최근 주요 포털사이트에 카페, 블로그 등을 개설한 뒤 담뱃값이 부담스러운 사람들이나 청소년을 대상으로 마케팅 활동을 강화하고 있다. 박 의원은 “시중 가격보다 200~700원 저렴한 밀수담배가 청소년과 저소득층을 유혹하고 있다”면서“업자들은 가격 차이를 이용해 120~606%의 폭리를 취하고 있다”고 지적했다(표1, 표2 참조).

불법담배의 창궐은 담뱃값 인상으로 마진이 커져 범죄 유혹이 커진 데다, 오른 담뱃값을 감당하지 못하는 저소득층이 판매처 구실을 하기 때문에 벌어진 현상이다. 가짜담배 밀수를 추적해온 정보당국 관계자는“담뱃값이 인상되면 불법담배는 더욱 빠르게 증가할 것이다. 담배 한 갑에 붙는 세금이 1500원이 넘어 불법담배가 지금보다 더 늘어나면 세수도 타격을 받는다”고 우려했다.

자료 제공:CRC 2004, 박재완 의원실 이강원. 2006.7.
인터넷 이용한 국내 유통 밀수담배 유통마진
구분 원가(A) 인터넷

판매 가격(B)
유통마진(C),

(B)-(A)
투자대비

순수익 비율(C)/(A)
필리핀 가격 항공 운반료
말보로 라이트 22페소(400원) 일반 70원 1800원 일반 1330원 일반 283%
EMS 100원 EMS 1300원 EMS 260%
카멜 15페소(270원) 일반 70원 2400원 일반 2060원 일반 606%
EMS 100원 EMS 2030원 EMS 549%
던힐 60페소(900원) 일반 70원 2300원 일반 1330원 일반 137%
EMS 100원 EMS 1300원 EMS 130%
더원 50페소(900원) 일반 70원 2200원 일반 1230원 일반 127%
EMS 100원 EMS 1200원 EMS 120




주간동아 544호 (p30~31)

송홍근 기자 carr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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