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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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미사일 ´펑펑´ ,안보 구멍 ´뻥뻥´

의도성 도발 행위 정부 안일한 대응 … 미사일 대응 능력 없어 눈 뜨고 당할 판

  • 이정훈 동아일보 신동아 편집위원 hoon@donga.com

    입력2006-07-12 16: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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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北 미사일 ´펑펑´ ,안보 구멍 ´뻥뻥´


    북한이 일으킨 ‘7·5(미국 시각으로는 7·4) 미사일 쇼크’가 국내뿐 아니라 세계를 뒤흔들고 있다. 북한은 이 사건과 관련해 정교한 의도성을 보이는 데 반해 노무현 정부는 안일한 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다. ‘안보 시스템에 나사가 풀렸다’는 비판이 나올 만하다.

    최근 북한은 한국과 일본을 상대로 어르기와 겁주기를 했다. 전자의 대표적인 사례가

    6월28~30일 금강산에서, 1978년 8월 그들이 납치한 김영남 씨를 한국에 있는 가족들과 만나게 해준 것이다. 이 만남에 대해 일본 정부와 언론은 ‘의도성이 보인다’며 부정적인 태도를 보였다. 하지만 북한 처지에서 본다면 이 만남은 북한에서 김영남 씨와 결혼한 것으로 알려진 메구미 씨 납북 실종사건에 대한 답을 요구해온 일본에 큰 선심을 쓴 것이 된다.

    북한은 이후 갑자기 ‘겁주기’ 전술로 돌변했다. 7월1일 동해에 항해 금지구역을 설정하고 대포동 2호의 연료 주입에 들어간 뒤 5일 일본 쪽을 향해 발사한 것. 북한은 대포동 2호에 앞서 강원도 안변군 깃대령 기지에서 미사일 두 발을 먼저 일본 쪽으로 발사하는 ‘쇼’도 펼쳤다. 대포동 2호가 발사된 다음에도 같은 기지에서 비슷한 방향으로 4발을 더 발사해 효과를 극대화했다.



    스커드, 노동 미사일 실전 배치

    북한은 스커드와 노동 미사일을 실전배치해놓은 상태인데 이는 탄두 제작에 상당한 경쟁력을 갖고 있다는 얘기가 된다. 북한은 이번에 대포동 2호와 함께 이 미사일들을 발사함으로써 대포동 2호용 탄두도 제작할 수 있음을 입증해 보였다. 대포동 2호가 추락했다고 해서 ‘실패’라고 평가를 내리기에는 아직 이르다.

    일본 사회는 북한의 어르고 겁주기 전술에 전혀 말려들지 않는 태도를 보였다. 일본은 김영남 씨의 가족 상봉이 있을 때부터 북한에 대해 강경 자세를 유지했고, 북한의 미사일 발사가 있은 후에도 재빨리 대응했다. 그러나 노무현 정부는 미사일 발사 이후에도 대북 지원을 계속해 북한 전술에 말려드는 듯한 느낌을 주었다.

    北 미사일 ´펑펑´ ,안보 구멍 ´뻥뻥´

    1.상업용 위성 디지털 글로브가 촬영한 북한 함경북도 무수단리 전경. <br>미사일 발사 시설이 보인다.<br>2.7월7일 북한 미사일 발사 이후 처음으로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낸 노무현 대통령.

    북한의 정교한 의도성과 대비되는 것이 노무현 정부의 아전인수식 위기 대응이다. 정부 고위 당국자들이 북한의 미사일 발사 이전까지 “대포동 2호는 위성을 쏘아올리기 위한 발사체일 가능성이 있다”고 말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북한은 현대적인 위성을 만들 수 없다는 게 국제사회의 한결같은 평가인데도, 정부 관계자들은 앵무새처럼 같은 말만 반복한 것이다.

    북한이 광명성 1호라는 인공위성을 지구 궤도에 올려놓기 위한 발사체라고 주장하는 대포동 1호만 해도 그렇다. 미 국무부는 대포동 1호 발사 2주일 만인 1998년 9월14일 “북한이 매우 작은 위성을 궤도에 올려놓기 위해 시도했으나 실패했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발표했다. 광명성 1호는 ‘쇳덩어리에 전파발신기만 꽂아놓은 농구공보다 약간 더 큰 것’에 불과했다.

    깃대령에서 발사된 미사일에 대한 우리 정부의 대응은 더 큰 문제라는 지적이다. 이 미사일은 사거리가 짧아 일본을 공격할 수 없다. 즉, 한국을 겨냥해 배치된 것인데, 북한은 미사일을 일본 쪽 동해를 향해 발사했다. 그럼에도 우리 정부는 사전에 이를 알았거나 이에 대한 대응책 마련을 검토한 흔적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노무현 정부는 ‘협력적 자주국방’이라는 말로 자주국방을 유난히 강조해왔다. 또한 자주국방을 강화하기 위해 한미연합사가 갖고 있는 전시 작전통제권 환수 조치를 취하고 있다. 자주국방을 위해서는 전쟁 징후를 조기에 포착하는 조기경보 능력이 있어야 하고, 이러한 위험이 발견되었을 때 국군통수권자는 이를 제거하는 단호한 결단을 내릴 수 있어야 한다.

    북한은 대포동 2호가 우주발사체라고 주장했기 때문에 공개된 장소에서 발사했다. 그러나 미사일은 지하 갱도 같은 은폐된 장소에 숨겨놓았다가 꺼낸 뒤 수직발사대에 세워 발사한다. 연료 주입 과정이 필요없도록 고체연료를 상시 충전해놓는다. 지하 갱도에 있는 미사일을 꺼내 발사하기까지는 1~2시간 정도 걸리는 것으로 판단된다.

    “미사일 대응 매뉴얼 무용지물”

    北 미사일 ´펑펑´ ,안보 구멍 ´뻥뻥´

    서주석 대통령 통일외교안보수석이 7월5일 오전 청와대에서 북한 미사일 발사와 관련한 정부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북한이 지하 갱도에서 수직발사대를 꺼내 세울 경우, 어떤 나라도 북한이 이 미사일을 어디로 발사할지 예측할 수 없다. 이 때문에 미국은 미사일방어체제(MD)를 구축해 이러한 사태에 대비 중이다. 일본과 대만도 패트리엇미사일을 도입해 가상 적국이 미사일 발사 조짐을 보일 때에 대비하고 있다. 그러나 김대중-노무현 정부 시절 한국은 ‘북한을 자극할 수 있다’는 이유로 패트리엇 도입을 포기했고, 최근에야 독일 육군이 쓰던 중고 패트리엇 도입을 검토하는 실정이다.

    노무현 정부 안보 관계자들은 “북한이 미사일 발사대를 세우는 것은 우리를 공격하려는 행위로 볼 수밖에 없다. 이 경우 우리가 선제공격한다는 방침을 따르게 되므로 굳이 패트리엇을 도입하지 않아도 된다”고 주장해왔다.

    그렇다면 북한이 깃대령에서 첫 미사일을 발사할 조짐을 보일 때 한국군은 어떤 조치를 취했을까. 노무현 정부 관계자들 말대로라면 이를 사전에 감지해, 선제공격을 할 것인가 말 것인가를 놓고 고민했어야 한다. 안보 관련 사항이어서 정부가 구체적으로 어떻게 행동했는지는 제대로 공개되지 않고 있지만, 지금까지 흘러나온 얘기를 종합해보면 그런 흔적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

    미사일 발사 징후 감지 능력만 해도 그렇다. 깃대령에서는 이날 새벽 3시32분에 첫 미사일을 발사했는데, 한국군은 3시41분 미국이 연락을 해줄 때까지 이 사실을 전혀 몰랐다. 4시에 같은 곳에서 두 번째 미사일이 발사됐을 때 역시 어떤 행동을 할 것인지에 대한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국정원의 보고 시스템도 허점을 드러냈다. 7월3일 국정원은 대포동 2호에 대한 연료 주입이 있었다는 정보를 청와대에 보고했다. 그러나 이 보고는 대통령에게 직보된 것이 아니라 관련 비서실에 전달됐다. “국정원으로부터 직보를 받지 않겠다”고 선언한 노무현 대통령의 평소 소신 때문이었다.

    따라서 대포동 2호가 발사될 때까지도 어떤 정책을 세우지 못했다. 대포동 2호보다 더 위협적인 미사일 두 발이 날아가는 동안 국군통수권자는 어떤 일도 하지 않은 것이다. 정부 관계자들은 “국민 불안을 가중시키지 않기 위해서였다”고 변명하지만 이를 믿어줄 국민이 얼마나 될까.

    노무현 정부는 북한 미사일 발사에 대한 대응 매뉴얼을 만들어놓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안보 전문가들은 “아무런 실효성이 없음이 이번에 증명됐다”며 노무현 정부를 공격하고 있다. 북한이, 자기 요구를 가장 잘 수용해주고 있다고 평가받는 정권을 위기에 빠뜨린다면 이는 역사의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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