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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이 맛이야!|점봉산 곰취

쌉싸래… 깔끔… 산나물이 보약이래요

  • 황교익 맛 칼럼니스트·발해농원 대표 ceo@bohaifarm.com

쌉싸래… 깔끔… 산나물이 보약이래요

쌉싸래… 깔끔… 산나물이 보약이래요

‘곰취 쌈밥’

도시에 살다 보니 계절 감각이 무뎌졌다. 해마다 반복되는 일임에도 제때에 이르지 않은 것을 찾다 몇 주 지나면 되겠지 하고는 깜빡 때를 놓쳐 후회하기 일쑤인 것이다. 하지만 올해는 정확하게 때를 맞혔다. ‘주간동아’ 독자들은 복이 있다.

개나리·진달래가 꽃봉오리를 매달 즈음, 그러니까 3월이면 나는 점봉산 자락에 사는 아무나한테 전화를 한다. 봄나물에 관한 칼럼을 쓸 양으로. “산나물 나왔어요?” “아니, 아직 이르지요. 5월 초는 돼야 나옵니다.” ‘아, 그렇구나’ 하고 그즈음 다시 전화해야지 하다가 산나물이 다 억세졌을 때에야 ‘아, 산나물 칼럼 안 썼다’ 하고 후회한 게 한두 해가 아니다. 올해는 운 좋게 전화한 날이 4월25일자 발행 ‘주간동아’ 마감일이다. 독자들이 봄나물 여행계획을 짜기에 딱 좋은 시기에 칼럼이 나가는 것이다.

높은 산이 있는 지역에서는 다들 제 땅의 산나물이 최고라고 주장한다. 이 산, 저 산 산나물을 먹어보면 사실 다 맛있다. 그러나 “최고!” 하고 엄지손가락을 세워줄 만큼은 아니다. 내 입맛에 따른 최고의 산나물을 꼽자면 점봉산의 것이다. 웃자란 듯 큼직해도 아삭 하고 씹힌 뒤 입 안에서 사르르 녹으면서 강렬한 향을 뿜어내는 면에서는 점봉산 산나물을 따를 것이 없다.

점봉산 산나물이 유독 맛있는 데는 까닭이 있다. 점봉산은 설악산에서 남쪽으로 이어진 산이라 흔히 내설악의 하나로 여기지만 설악산과는 산세가 완연히 다르다. 설악산은 삐죽삐죽 온통 돌로 채워져 있지만, 점봉산은 여자 젖무덤 같은 우아한 능선으로 이어져 있다. 완만한 능선마다 커다란 나무들이 듬성듬성 자라고 있는데 이 나무들 아래가 산나물이 자라기에 딱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다. 적당히 습한 땅에서 적당히 볕을 받아 자라는 산나물이라 크게 자라도 억세지 않고 향이 깊은 것이다.

몇 해 전 점봉산 산나물을 취재하기 위해 산나물꾼들과 산막에서 하룻밤을 보낸 적이 있다. 챗목이라는 구역이었는데 ‘채(나물·菜)’가 많이 나는 ‘목(좁은 지역)’이라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여기서 온갖 산나물을 먹으면서 나물 맛을 익혔는 바, 해마다 봄이 되면 그때 그 맛이 기억나 입 안에 침이 고이는 것이 있으니 바로 곰취다. 첫 맛은 쌉싸래하고 중간에는 특유의 진한 향이 진동을 하며 마지막에는 깔끔하게 떨어지는 맛. 그래서 먹어도 먹어도 질리지 않는 맛.



특유의 진한 향 일품 먹어도 먹어도 질리지 않아

점봉산에 갈 수 없는 처지라면 전화로 주문해 먹을 수도 있으나 산나물이란 게 따서 한나절만 지나도 향이 많이 달아나 그 참맛을 즐기려면 현장에 가는 것이 가장 좋다. 챗목에서 하룻밤 같이 묵었던 산나물꾼은 산나물 전문점으로 돈 벌어 외지로 나가 더 큰 식당을 하고 있는데, 요즘은 점봉산 산나물을 제대로 뜯는지 알 길이 없어 추천할 만하지 모르겠다. 점봉산은 유전자보호림으로 지정돼 있어 산림청의 입산허가증이 없이는 산나물을 뜯으러 산에 들지 못하기 때문이다. 점봉산 자락에 있는 동네가 인제군 기린면 진동1리인데 이 마을의 30여 가구 농민들은 입산허가를 받아 산나물을 뜯는다.

오랜만에 진동1리에 전화를 했더니 지난해부터 산나물축제도 한다면서 초대를 한다. “작년에는 자매결연한 도시 지역 몇몇 분들만 초대를 했는데 올해는 규모를 늘려서 산나물 뜯기 체험, 요리대회 같은 행사도 열 겁니다. 산나물도 맛있지만 진동리 계곡이 너무 아름답습니다. 2시간 정도 트레킹도 하고 물고기 잡기도 할 예정이니 봄나들이 삼아 꼭 한번 오세요.”

진동1리 산나물축제 추진단장인 최성규 씨의 초대 말이다. 축제일은 5월13~14일이다. 최 단장에게 전화하면 자세한 안내를 받을 수 있으며, 산나물 택배도 가능하다. 016-761-5870.



주간동아 532호 (p81~81)

황교익 맛 칼럼니스트·발해농원 대표 ceo@bohaifar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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