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415

2003.12.25

김혁규 탈당 파장, PK 덮치나

영남 총선서 열린우리당 교두보 확보 여부에 관심 … 한나라당 철새 공세 극복이 선결과제

  • 김시관 기자 sk21@donga.com

    입력2003-12-18 14:3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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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혁규 경남도지사가 12월15일 한나라당을 탈당하면서 지사직도 내놓았다. 김 전 지사는 12월10일까지만 해도 “내년 총선과 관련해 현재의 직에서 벗어난 다른 일체의 생각을 하고 있지도 않고, 어떠한 행동도 하지 않을 것”임을 강조해왔다. 김 전 지사는 김병로 전 진해시장 등 일부 자치단체장들의 동조 탈당을 유도해 영남지역의 총선 지형에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김 전 지사의 탈당은 오래 전부터 그 가능성이 얘기돼왔다. 더 이상 이룰 것이 없는 성공한 단체장이었던 김 전 지사는 그동안 여러 차례 정치 외도를 꾀했다. 언론과 도민들의 후한 평가가 그의 정치적 꿈을 키우는 원동력이었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그의 변신을 허락하지 않았다. 특히 영남의 중진들은 그의 정치 외도에 매우 부정적이었다.

    김 전 지사는 참여정부 출범 이후 여러 차례 노무현 대통령과 독대 기회를 가졌다. 그런 김 전 지사가 12월14일 청와대를 방문, 노대통령을 만나 향후 거취에 대한 의견을 교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윤태영 청와대 대변인은 “(김 전 지사의 청와대 방문 여부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고 아는 바 없다”고 말했다. 양측의 부인 속에서도 김 전 지사가 여권으로부터 달콤한 러브콜을 계속 받아온 것은 사실이다.

    PK 지역의 열린우리당(이하 우리당) 한 관계자는 “그동안 김 전 지사를 영입하기 위해 다각도로 접촉했는데 김 전 지사가 쉽게 결정을 내리지 않더라”고 말했다. 그는 “김 전 지사가 고민해오다 최근 한나라당이 무너지는 것을 보고 결단을 내린 것 같다”고 말했다. 비슷한 기류는 상도동에서도 확인된다. YS(김영삼 전 대통령)의 한 측근은 “김 전 지사가 몇 차례 거취 문제를 상의했고 그때마다 YS가 잡아주었다”며 “그러나 이번에는 확실하게 마음을 먹은 것 같았다”고 전했다. 김 전 지사의 한나라당 탈당에 김두관 전 행정자치부 장관과 정동영 의원의 역할설이 흘러나온다. 최근 경남 창원 등지를 돌며 강연을 해왔던 김 전 장관은 수시로 김 전 지사에게 전화를 걸어 탈당을 종용했다는 후문이다.

    지역구 대신 전국구 상위 순번 받을 듯



    정치권에서는 이미 정치인 김혁규의 총선 로드맵이 매우 구체적으로 흘러나온다. 가장 먼저 등장하는 것은 우리당의 전국구 상위 순번을 받는 것. 김 전 지사는 탈당 기자회견에서 “지역구 출마는 전혀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밝혀 전국구 의원 진출을 염두에 두고 있음을 시사했다. 우리당의 한 핵심 관계자는 “전국구 의원 1번은 여성이, 2번은 당대표가 유력시되고 있는 만큼 김 전 지사의 경우 3∼4번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그는 “김 전 지사가 2번을 받을 가능성은 없는가”라는 질문에 “가능성이 낮다”고 말했다.

    이를 토대로 김 전 지사는 영남 총선을 지휘하는 ‘야전 사령관’으로 변모할 것으로 보인다. 총선 전과에 따라 그 이후 김 전 지사의 위상과 자리는 달라진다. 영남 교두보 확보에 성공하고 김 전 지사의 역할이 증명되면 당대표 또는 총리직과 같은 ‘괜찮은’ 자리들이 김 전 지사를 기다릴 가능성도 없지 않다. 반대의 경우 정치초년생 김 전 지사의 앞날은 그리 밝지 않다. 60을 넘긴 초선으로서 정치권에서 역할을 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김종필 자민련 총재의 진한 구애를 받은 심대평 충남지사가 장고 끝에 정치권 진출을 포기한 것도 이 같은 한계 때문이다. 심지사의 한 측근은 “결국 남은 임기를 제대로 마치는 것이 명예를 지키는 길”이라고 말했다.

    그의 탈당을 보는 한나라당의 시선은 싸늘하다. 최병렬 대표는 12월14일 기자들과의 오찬간담회에서 “(김 전 지사의 탈당은) 구속된 안상영 부산시장의 재판”이라고 말했다. 김 전 지사의 탈당이 결국 노대통령의 ‘영남권 공작 결과’라는 주장이다. 부산시지부장인 권철현 의원은 “그가 가면 민심도 따를 것이라고 판단했다면 순진한 생각”이라며 “(노대통령이) 욕심이 앞서 지방행정을 펴나가던 사람을 영입, 행정 혼란을 초래했다”고 비난했다. 한나라당은 그를 PK 지역의 ‘대표 철새’로 선정해 대대적인 공세를 벌인다는 전략이다. 남동풍을 일으켜야 하는 김 전 지사로서는 당장 철새논쟁으로부터 벗어나는 게 급선무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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