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415

2003.12.25

위성 DMB 쟁탈전 박터지네

  • 이나리 기자 byeme@donga.com

    입력2003-12-18 10:4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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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성 DMB(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음성 영상 등 다양한 멀티미디어 신호를 디지털 방식으로 변조, 위성을 통해 고정 또는 휴대용·차량용 수신기에 제공하는 서비스)를 둘러싼 이해당사자 사이의 헤게모니 쟁탈전이 점입가경이다.

    SK텔레콤(이하 SKT), KT, 정보통신부(이하 정통부), 방송위원회(이하 방송위), 여기에 지상파 방송 3사의 이해가 얽히고 설켜 ‘내년 상반기 중 상용 서비스 개시’라는 당초 계획에 큰 차질을 빚고 있는 것. 특히 12월12일 열린 국회 문화관광위원회(이하 문광위) 주최 간담회에서 KT가 “지상파 DMB와 위성 DMB를 한데 묶어 뉴미디어 방송이라는 개념으로 단일화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면서 상황은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KT의 주장대로라면 위성 DMB 사업 시기는 앞으로도 상당 기간 지연될 수밖에 없다. 지상파 DMB는 요즘 한창 논란이 되고 있는 디지털TV 전송방식이 유럽식으로 결정될 경우 도입 자체가 불투명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왜 KT는 ‘위성 DMB 서비스 지연작전’을 펴고 있는 걸까. 위성 DMB는 향후 10년간 9조원 이상의 생산유발 효과가 기대되는 신사업이다. 이 사업에 가장 먼저 뛰어든 것은 SKT. 2001년부터 준비를 시작해 이달 중 위성 DMB 법인을 설립하고 내년 1∼2월 위성을 발사할 예정이다. 이렇게 되면 5월 중 이동형 멀티미디어 방송 서비스를 개시할 수 있다. 문제는 경쟁사인 KT의 준비가 너무 늦다는 점. KT가 현재의 SKT 수준에 도달하려면 2년은 족히 걸려야 한다. KT로서는 어떻든 SKT의 서비스 개시 시기를 늦추는 데 힘을 집중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여기에 정통부와 방송위의 이해관계가 얽혀 있다. 방송·통신 융합 시대의 개막으로 양측은 치열한 세 확장전을 펼치고 있다. 현재 양측이 주로 논의하고 있는 것은 위성 DMB와 별정방송(SKT의 June, KTF의 Fimm 서비스가 대표적), 데이터방송(TV를 인터넷처럼 활용할 수 있는 방송) 등이다. 양측이 관련 방송법 개정에 합의해야만 위성 DMB 서비스를 시작할 수 있다.

    정통부는 일단 위성 DMB 문제부터 해결하고 보자는 입장이지만 방송위는 가장 큰 ‘덩어리’인 데이터방송을 방송위 규제 영역으로 인정해주어야만 위성 DMB 관련 법 개정에도 협조할 수 있다는 자세다. 결국 최종 목표야 무엇이든 현재로선 위성 DMB를 둘러싸고 ‘정통부와 SKT’ 대 ‘KT와 방송위’ 구도가 형성돼 있는 셈이다. KBS도 방송위와 입장을 같이 하고 있다.



    문제 해결의 열쇠를 쥐고 있는 쪽은 국회 문광위다. 법안 개정을 처리하는 것은 결국 국회의원이기 때문이다. 현재로선 정범구 한나라당 의원이 KT가 제시한 ‘지상-위성 DMB 통합론’에 힘을 실어주고 있는 모양새다. 사업의 ‘진도’가 나아가려면 국회 정상화가 하루빨리 이뤄져 정의원이 발의한 법안을 놓고 난상토론을 벌일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우리 국회는 여전히 사실상 ‘공전’ 중이다. 이렇게 정치는 경제의 발목을 잡고, 관(官)의 ‘밥그릇 싸움’을 활용한 ‘민(民)’의 눈치작전은 오늘도 그칠 줄을 모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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