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247

2020.07.10

“외국 금융사의 증시 영향력, ‘스마트 개미’ 돌파력에 눌렸다”

외국 금융사 보고서의 등락 전망 빗나가, 개인 투자자 매수세는 외국인 비중 압도

  • 정지홍 RHT 대표

    jihong@uchicago.edu

    입력2020-07-07 08: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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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식시장에 참여한 투자자라면 누구나 외국인 자본 동향에 관심이 많다. 특히 요즘처럼 증권시장의 변동이 클수록 과거 외인의 자본 이탈로 겪었던 증시 급락의 기억이 떠오르곤 한다. 1997년 외환위기가 대표적 사례다. 이 사건은 골드만삭스·메릴린치 보고서에 의해 촉발됐다고 할 만큼 외국계 금융회사들은 한국시장에 절대적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이제 그런 때는 지났다. 물론 지금도 외국인 자본 동향이나 이를 뒷받침하는 외국계 금융회사의 시장 전망이 투자 주체 중에서는 가장 큰 영향력을 갖지만 과거와 같이 절대적이지는 않다. 

    외국인 자본 동향과 더불어, 외국계 금융회사들의 보고서를 통해 그들의 시각에서 진단한 한국시장 전망을 살펴보자. 외국계 금융회사 모두 긍정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지만 그들 가운데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급락이나, 이후 반등을 예측한 곳은 하나도 없다는 점을 염두에 두자.

    매도세 규모 줄어들 때

    먼저 외국계 자본의 비중과 변동을 살펴보자. 다음은 통계청이 집계한 외국인 증권투자 현황이다(그래프1 참조).

    외국인 증권투자 현황. [자료출처: 통계청 e-나라지표]

    외국인 증권투자 현황. [자료출처: 통계청 e-나라지표]

    한국 증권시장에서 외국계 자본의 총액은 2020년 5월 기준 521조 원으로, 전체 시가총액의 31%를 차지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가 절정을 이룬 3, 4월 외국인 매도세와 주가 하락으로 외국인 보유 금액은 545조 원에서 469조 원으로 86조 원 감소했다 이후 주가가 오르면서 500조 원대로 회복됐다.

    외국인 투자자 증권 매매 연도별 동향. [자료출처: 통계청 e-나라지표]

    외국인 투자자 증권 매매 연도별 동향. [자료출처: 통계청 e-나라지표]

    국내 주식시장에서 외국인 보유 금액이 가장 크게 줄어든 것은 2007~2008년 서브프라임 금융위기 때로, 당시 감소치는 174조 원에 달한다. 이번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외국인 보유 금액 감소치(86조 원)는 그것에 비해 액수는 적지만 단기에 큰 폭으로 나타나 충격이 컸다. 그럼에도 각국 정부가 금융위기 때보다 더 빠른 속도로 엄청난 유동성을 시장에 공급해 주가가 꾸준히 상승한 점을 감안하면 한국 증권시장에서 외국인 보유 금액 감소세는 이미 피크를 지났다고 할 수 있다. 



    외국계 자본의 매도세 규모와 외국인 보유 금액 비중 감소는 다른 개념이지만, 외국인 자본 총액 비중 30%는 2005년부터 지금까지 16년간의 외국인 투자자 증권 매매 동향(그래프2 참조)을 참고할 경우 2008년 금융위기 때와 2015년을 제외한 최저 수준으로, 이제 곧 매도세 규모가 줄어들거나 매수세로 전환할 때가 됐음을 시사한다. 

    더구나 외인 매도로 증시 급락을 걱정하는 투자자라면, 적어도 코스닥 시장에서는 그럴 이유가 없다. 현재 코스닥 시장 외국인 보유금액인 25.2조원, 코스닥 시가총액 비중으로 9.6% 정도에서는 ‘외인 매도’가 계속 되어도 현재의 증시 유동성으로 볼 때 금방 흡수되어질 수준이다. 

    이번 코로나 사태로 인한 급락과 반등을 통해 ‘스마트 개미’라는 새로운 증시 용어까지 탄생시킨 개인투자자들의 엄청난 매수 대기세가 코스닥 시장의 외인 보유금액과 비중을 압도한다. 

    한국 증시 낙관의 이유

    외국계 증권사는 한국 증시를 어떻게 전망할까. 다음은 뱅크 오브 아메리카(메릴린치), 골드만삭스, 크레디트스위스, JP모건 등 4개사의 보고서에서 한국 경기 전망에 관한 내용을 요약한 것이다. 출처를 표시하기 위해 보고서의 제목을 영문 그대로 적었다.

    뱅크 오브 아메리카의 ‘Korea Economic Watch’ 

    한국 경기가 2020년 하반기 바닥을 지날 것으로 예상하면서도 상승 모멘텀은 여전히 약하다고 평가했다. 경기 회복 속도는 언제 경제활동이 재개되느냐에 달렸다고 봤다. 코로나19 2차 대유행의 리스크로 글로벌 수요가 약해진 점, 낮은 원유 가격, 자동차 수출 저조 등을 위험 요소로 꼽았다.

    골드만삭스의 ‘Asia View’ 

    한국 고용률이 이전 2개월 동안 급격히 떨어졌으나 5월 다시 회복 중이고, 구매관리자지수 역시 상당히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또한 전년도에 비해 여전히 낮지만 6월 수출 동향이 증가하는 점에 비춰 수출을 지향하는 한국 경제에 좋은 신호라고 판단했다. 한국 정부가 3차 추경 예산안을 제출했고, 북한의 위협도 있었다고 덧붙였다.

    크레디트스위스의 ‘Global Equity Strategy, Regional Strategy post COVID-19’ 

    중국을 투자 비중 확대 국가에 새로 편입하고, 한국은 계속 투자 비중 확대 관점을 유지할 국가로 평가했다. 한국에 대한 투자 비중 확대를 유지해야 하는 이유로 △강한 펀더멘탈에 의한 낮은 통화가치 △국가 재정건전성에 기인한 구조적 장점 △상대적으로 잘 관리되고 있는 코로나19 질병 △증시의 낮은 밸류에이션 △배당 성향의 증가 △구조적으로 낮은 법인세 증가 위험 △리포트에 언급된 10개 개발도상국의 재정건전성 점수에서 1위 △상당한 규모의 부양책 △엔화에 대한 원화 약세가 수출에 유리 △작아질 최저임금 상승폭을 꼽았다.

    JP모건의 ‘International First to Market’ 

    한국 증시가 계속 상승 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하고 코스피 목표치를 2400으로 재조정했다. 그 이유로 거시 경기의 많은 잡음에도 2020년 기저효과에 따른 2021년의 강력한 성장 기대치와 건강한 자본 유입을 꼽았다. 외국인 투자자가 돌아오는 시점에 또 한 번 랠리가 있을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개발도상국 시장 중 러시아, 한국, 브라질, 인도네시아에 기회가 있으며 코로나19 확산으로 ‘증시 하락’이 발생할 때마다 매수하는 전략을 추천했다. 개별주 중에는 LG화학과 LG생활건강을 ‘매수’, 아모레퍼시픽을 ‘관망’, 삼성전자와 삼성SDI를 ‘톱픽’ 리스트에 추가하고 한국전력공사를 톱픽 리스트에서 제외했다. SK에 대해선 부정적인 전망을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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