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올로기 과잉의 한국 정치 경제 발목 잡는다”日 와세다대 후카가와 유키코 교수
후카가와 유키코(深川由起子) 와세다대학 교수는 일본의 대표적인 한국 경제 전문가다. “한국은 외환위기 직후 여러 분야에서 시스템을 고치고 시장경제로 나아갔지만 최근에는 위기 이전으로 돌아간 느낌이다. 각자가 기득권을 지키는 데만 열중하고 있다” “일본은 투자 활성화와 노동부문 개혁, 과감한 민영화로 경제회복을 이끌어냈다. 한국도 이것을 배워야 한다” 등 시시때때로 한국에 뼈아픈 소리도 서슴지 않았던 인물. ‘중립적인 관찰자’라고 할 그에게 전화로 한국 경제의 미래를 좌우할 최대 현안인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해 물었다.
-한국은 지금 한미 FTA에 대한 찬반 여론이 첨예하게 대립 중이다. 궁극적으로 미국과의 FTA 체결은 한국 경제에 도움이 되는 것인가.
“원론적으로 본다면 한국은 무역 의존도가 높은 나라로, ‘거대 교역권’을 지향하는 FTA 협상은 불가피한 선택이다. 그리고 일단 협상을 시작한 이상 중도에서 그만둘 수도 없는 일 아닌가. FTA 체결로 인한 수출 증대도 중요하지만, 한국 경제에 더 중요한 문제는 고용 창출이라고 생각한다. 이를 위해 서비스업을 중심으로 한 산업구조 고도화, 생산성 제고 노력, 그리고 고용을 늘리기 위한 투자 활성화가 이뤄져야 한다.”
-지금까지 FTA 추진 과정에서 한국 정부의 자세 혹은 전략에 대해 포괄적으로 평가한다면? 한국의 다른 전문가들로부터 ‘후카가와 교수가 한국 정부에 대단히 비판적’이라는 말을 전해 들은 적이 있는데.
“제3자로서 자세한 얘기는 하지 않겠지만, FTA 이후에 대한 준비가 한국 내에서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지 하는 의문이 든다. 한국 내의 반대 여론도 대부분 여기에서 비롯되고 있는 것 아닌가. 그런 점에서 지금까지 정부의 설명은 포괄적이고 애매한 측면이 많았다. 구체적으론 교섭항목별로 명확한 우선순위와 협상 전략을 갖고 있는지, 농업 부문에서 세계무역기구(WTO) 정책과의 일관성은 어떻게 할 것인지 등에 대해 국민에게 설명할 필요가 있다.”
-노무현 정부는 출범 후 동북아의 경제 허브(hub)가 되겠다고 공언했다. 그러나 최근 몇 년간 한국 경제는 잠재성장률 하락 등 줄곧 하향곡선을 그려왔다. 이렇게 되기까지 무엇이 가장 큰 문제였다고 보는가.
“앞서도 말했듯이 최근 몇 년간 한국 경제의 최대 문제는 저조한 국내투자 및 이로 인한 실업, 특히 젊은층의 실업이다. 수출이 호조를 보였음에도 이 때문에 장부상 자본 가치가 제자리를 맴돌았고, 인적자원 활용에도 문제가 많았다. 이데올로기 과잉의 정치와 우선순위가 애매한 경제정책의 불투명성도 개선돼야 한다.”
-한미 FTA보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여전히 강력한 한국 내의 반(反)기업 정서 및 외국자본에 적대적인 태도가 아닐지.
“FTA가 독이 될지 약이 될지 여부는 시장의 대응능력에 달려 있다. 무엇보다 한국 정부가 이제까지 손을 못 대고 있는 노동시장의 유연성이 더 중요한 문제다. 그런 점에서 정부는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강화하는 동시에 사회안전망 구축에 주력하고, 노조는 경영 정보에 기초해 냉정하게 대화하는 자세를 가지며, 경영자는 인적자원의 중요성에 대해 재인식해야 한다.”
-한미 FTA 협상에서 개성공단 제품을 한국산으로 인정하는 문제가 첨예한 이슈로 떠올랐는데.
“개성공단 문제에는 경제적 의미는 거의 없고 정치적 의미만 있을 뿐이다. 한국 정부가 이 부분에 집착하는 이유에 대해 국민이 냉정하게 판단하고 컨센서스를 이루는 것이 중요하지 않을까.”
-일본의 경우 장기적 국가전략에서 미국과의 관계를 최우선 순위에 올려놓은 듯하다. 한국은 앞으로 미국과의 관계 설정을 어떻게 해나가야 한다고 보는가.
“결국 중요한 것은 국가의 기본을 어디에 두는가 하는 점이다. 한국은 자유민주국가로서 체제가 주는 무거운 의미를 재인식해야 한다. 즉, 단기적이고 감정적인 민족주의적 대응을 배격하고 공동의 가치관을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럼 북한을 국제사회로 이끄는 일에서도 성공할 수 있을 것이다.”
후카가와 교수는 인터뷰 내내 ‘조심스러운 제3자로서 원론에 충실한’ 답변만을 내놓았다. 그러나 그의 말에선 언뜻언뜻 ‘뼈’가 느껴졌다. 이웃들은 지금 기로(岐路)에 서 있는 한국이 어떤 선택을 할지 예의 주목하고 있음을 암시하는 뼈 말이다. 송문홍 기자 songmh@donga.com
“북한 몰라주는 美도 문제이지만 무조건 끌어안는 참여정부도 멍청한 일”美 브루킹스연구소 마이클 오핸런 박사(사진 가운데)
한미동맹의 현주소에 대한 마이클 오핸런 박사의 시각은 양비론에 가까웠다. 민주당 성향의 소장 안보전문가그룹의 중추격인 그는 부시 행정부의 ‘북한을 너무 몰라주는’ 정책에 역시나 비판적이었다. 그러나 무슨 짓을 하더라도 북한 끌어안기를 포기할 줄 모르는 참여정부의 정책도 “멍청한 일(stupid)”이라고 말했다.
‘동아일보’의 외부 칼럼니스트인 오핸런 박사와의 인터뷰는 몇 차례 시간 조정을 거친 뒤 ‘연구실 면담’이 ‘전화 인터뷰’로 바뀌었다. 그는 인터뷰 방식이 바뀐 점에 대해 미안하다고 말한 뒤 평소처럼 대단히 빠르고 정확한 말투로 질문에 답했다.
오핸런 박사는 지난 5년간의 한미동맹을 혹독히 비판하면서, 한국과 미국이 서로 책임을 통감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2001년 9·11테러 이후 세계관이 달라진 미국과 6·25전쟁의 혈맹관계를 기억하지 못하는 신세대가 등장한 한국은 서로를 아직도 잘 모르는 것 같다고 했다.
부시 행정부에 대해서는 매서운 평가를 내린 그이지만, 도널드 럼스펠드 국방장관이 전 세계에 주둔한 미군의 재편 작업을 주도한 일에는 후한 점수를 줬다. 이 작업으로 주한미군은 기동성이 강조되면서 지상군 숫자가 2008년까지 1만2500명이 감축돼 2만5000명 수준으로 조정된다. 오핸런 박사는 “이러한 변화로 한국과 미국의 연합 전력이 향상된다는 점에서 한국은 럼스펠드 정책의 수혜자”라고 평가했다.
-꼬일 대로 꼬인 현 상황을 풀려면 무엇이 제일 중요한가.
“북한을 제대로 이해하면서 접근해야 한다. 북한 정권의 속성을 잘 아는 한국은 북한에 맹목적으로 잘한다. 반면 미국은 필요 이상으로 가혹하다. 북한은 베트남식 개혁을 선택해야 한다. 베트남은 김정일 정권이 가장 우려하는 정권 교체 없이 외부 세계에 문을 열었다. 또 해외자본 도입으로 경제가 살아나고 있다.”
-지금 상황에서는 무엇이 달라져야 베트남식 해법이 가능한가.
“어물쩍 현상 유지를 하면서 시간을 벌려는 북한의 시도를 차단해야 한다. 한미 양국은 북한이 개혁 노력을 현실화하면 (특히 미국이) 제대로 돕겠지만, 변화하는 시늉 정도에 그친다면 (특히 한국이) 처벌한다는 원칙을 세워야 한다. 지금보다 협조의 이익과 고립의 불이익을 더 크게 만들고, 양자택일을 주문해야 하는 것이다. 현상 유지는 최악의 길이다. 다만 우려되는 것이 한국 정부는 이런 해법에 관심이 없어 보인다는 점이다.”
지난 일주일간 워싱턴 외교가에서 논객들의 입에 자주 오르내린 이야기는 크리스토퍼 힐 미 차관보의 상원 청문회 발언이다. 힐 차관보는 “요즘 한국에서는 ‘다른 대안이 없다. 북한 포용이 유일한 대안’이라는 생각 이외에 ‘미사일을 쏴대도 북한을 포용할 생각이냐. 이젠 우리가 달라져야 북한도 바뀐다’는 상반된 견해가 나오고 있다”라고 말했다. 두 생각을 공평하게 전달했지만, 후자에 무게를 둔 발언이었다.
포용정책 지지자였던 오핸런 박사의 생각을 물었다. 그는 “이 문제는 지나치게 토론만 많다. 개입하고 싶지 않다”며 한발 뺐다. 그만큼 2003년 이후 북한의 엇박자 행각에 대한 비판적인 견해가 커진 것이다. 그는 “어찌됐든 북미 간 대화가 필요하다. 형식과 장소에 구애받지 말고 상호 이해의 폭을 넓히는 기회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지금처럼 북한이 세상과 겉돈다면 제대로 된 협상이나 개혁이 가능할 것 같지 않다.
“북한, 특히 김정일 정권의 태도 변화를 요구하는 일은 반드시 필요하다. 그리고 가능하다고 믿는다. 북한처럼 불안한 정권이 지난 3년 동안 핵무기 8개 분량의 플루토늄을 생산한 사실은 걱정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민주당 성향의 그는 인터뷰 도중 번번이 부시 행정부의 정책에 동의할 수 없다는 말을 했다. 그러나 참여정부의 대북 유화정책에도 비판의 날을 세웠다.
“한국 정부가 북한의 위험행동을 모른 척하는 행태가 놀랍다. 북한은 지난 3년간 최악의 선택만 골라서 했다. 그런데도 한국 정부는 명확한 행동이나 실천 없이 경제지원만 계속했다. 이런 구도를 북한은 이미 간파했다. 그러니 해법이 없는 것이다.”
서울에서 장안의 화제가 됐던 이종석 통일부 장관의 “미국이 가장 잘못했다”는 발언과 노무현 대통령의 두둔 발언에 대한 그의 견해는 어떨까.
오핸런 박사는 서울에서 갓 벌어진 이 상황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답을 내놓지 않았다. 그는 다만 “한국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이하 안보리) 결정에 동의하면서 미국의 정책을 지지하는 것과 미국의 잘못을 비판하는 것은 상호모순”이라고 했다. 그리고 “한국 정부가 부시 정부의 구체적인 정책 각론에 반대의견을 내놓을 수는 있지만, 근본적 차이를 드러내는 듯한 발언이 공개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워싱턴=김승련 동아일보 특파원
“한국이 북한 변화시키기 어려워 한미동맹은 여전히 필요”中 공산당 중앙당교 장롄구이 교수
북한은 남한이 햇볕정책을 쓴다고 해도 결코 변하지 않습니다. 한국 입장에서 볼 때 한미동맹은 여전히 필요합니다. 또 한국이 독자적인 자주외교 노선을 추구하는 것은 높이 평가할 만하지만, 과연 현재의 한국이 그럴 만한 능력을 갖췄는지는 쉽게 말하기 어렵습니다.”
중국 공산당 중앙당교 국제전략연구소 장롄구이(張璉·63) 교수의 말은 간결하면서도 거침이 없다.
그는 현재 중국에서 내로라하는 ‘한반도 전문가’다. 그와의 인터뷰는 쉽지 않았다. 그는 끝내 방문 인터뷰를 거절했다. 몸담고 있는 곳이 중국 공산당 간부교육기관이자 정책 싱크탱크인 중앙당교이기 때문인 듯했다. 중앙당교는 중국 공산당의 이념과 노선을 최종적으로 조율하는 배후기지 역할도 담당한다. 중앙당교의 연구 방향과 흐름을 보면 중국의 정책이 앞으로 어떻게 변화할지 가늠할 수 있다.
결국 인터뷰는 7월27일 오후 전화로 이뤄졌다. 어렵게 입을 열기 시작한 그였지만, 인터뷰를 시작하자마자 장장 2시간에 걸쳐 솔직하면서도 거침 없이 답변했다.
-최근 중국은 안보리의 대북(對北) 결의안에 찬성표를 던졌다. 이는 전통적인 북중 관계로 볼 때 매우 이례적이다. 최근 들어 양국 관계가 심상치 않은 것처럼 보이는데….
“중국과 북한은 50년 넘게 특수한 관계를 맺어왔지만 실제로는 자국의 이익을 위해 그랬을 뿐이다. 이번 미사일 발사는 양국의 견해가 달랐기 때문에 전혀 이상한 게 아니다. 주권국 간의 관계에서 정상적인 현상이라고 생각한다. 북한이 핵무기를 개발하고 미사일을 발사하는 것은 동북아의 안정을 해치는 일이다. 이는 세계의 이익에 부합되지 않을 뿐 아니라 북한에도 이롭지 않다.
중국은 한반도의 비핵화 추구, 한반도의 평화 및 안정 추구, 대화와 평화적인 방법을 통한 문제 해결, 북한의 안전 고려 등 4가지 기본정책을 기초로 안보리에서 찬성표를 던진 것이다. 이는 전적으로 올바른 행동이다. 이 행동이 중국과 북한의 관계에 영향을 준다면 책임은 중국에 있는 게 전혀 아니다.”
-한국의 대북정책, 특히 노 대통령의 대북정책에 대해 어떻게 보는가.
“김대중 전 대통령의 ‘양광정책’(陽光政策·햇볕정책을 지칭)과 노 대통령의 ‘평화번영정책’은 국내 정치와 대북관계라는 두 가지 측면을 가진다고 본다. 국내 정치로 보면 성공을 거뒀다고 할 수 있다. 북한과의 대립이라는 시각이 한국인들 사이에서 많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남북교류의 문을 열었고, 나아가 정권을 재창출했다. 그러나 남북관계에서 보면 성공하지 못했다. 남북 사이에 가장 큰 문제, 즉 누가 누구를 통일하느냐 하는 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았다. 남북한이 모두 통일을 원하지만 한국은 한국의 정치제도로 통일하자는 데 반해, 북한은 김정일의 지도 범위를 남쪽으로 확장하자는 입장이다. 따라서 한국의 햇볕정책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북한의 변화를 유도하기 위해 어떤 정책이 필요하다고 보는가.
“분명하게 인식해야 할 것은 북한의 대남 정책은 북한의 내부정치가 결정하는 것이지 결코 한국의 햇볕정책에 의해 변할 수 있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현실적으로 남한은 북한을 변화시킬 수 없다. 북한에 변화가 있다면 이는 내부 동인에 의해서일 것이다.”
-대북 정책과 관련해 한국은 국제사회에서 중국과 같은 줄에 서 있는 것으로 비쳐진다. 한국의 이 같은 자세를 어떻게 평가하나.
“한국과 중국은 모두 한반도의 비핵화와 함께 동북아의 평화 및 안정을 바라고 있다. 이는 각자 독립해서 판단한 결과로, 양국의 주장이 서로 비슷하다는 점은 정상적이고 좋은 일이다.”
-북한이 계속 6자회담을 거부한다면 한국과 중국이 어찌해야 한다고 생각하나.
“중국과 한국은 모두 한반도의 비핵화를 주장하면서 대화를 통해 이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고자 한다. 그러나 북한은 핵무기를 가진 나라가 되려고 한다. 이로 인해 한국과 중국은 앞으로 엄중한 시련을 겪을 수 있다. 따라서 대화를 통해 평화적으로 한반도의 비핵화를 이루는 것이 가장 이상적인 방법이다.”
-미국이 앞으로 유엔의 결의안을 토대로 각종 경제제재를 취하자고 한다면 한국과 중국은 어떻게 대처해야 하나.
“연합국 결의안은 이미 미사일과 관련된 물품, 재료, 제품, 기술이 북한에 흘러 들어가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는 결의사항이므로 한국과 중국은 준수해야 한다. 그러나 미국은 진일보한 대북제재를 원한다. 그렇지만 일반적인 경제원조는 형세에 따라 달라져야 한다. 현재 상황에서는 한국과 중국 모두 동의하기 어렵다. 그러나 북한이 미사일을 추가로 쏜다면 한국과 중국이 정책을 조정할 가능성이 있다.”
-한국은 안보리 대북 결의안 이후로만 봐도 미국과의 갈등이 커져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어떻게 보는가.
“이는 정상적인 과정으로, 갈등은 앞으로 더욱 커질 것이다. 왜냐하면 양국은 문제를 보는 시각이 다르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재 한국과 중국은 물론 미국도 한반도의 비핵화를 주장한다는 점에서 같은 입장이다. 단지 어떤 방법으로 목적을 달성할 것이냐 하는 점에서 서로 견해가 다를 뿐이다. 한국은 대화를 통한 평화적 해결이 선택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미국은 평화적 해결이 가장 좋지만 유일한 방법은 아니라고 본다. 그렇지만 서로 의견이 갈리는 부분은 한정적이다. 그런 만큼 완전히 서로 대항하는 사태로까지 나아가지는 않을 것이다.”
-한국은 한미동맹을 토대로 급속한 경제성장을 이뤄왔다. 한국의 미래 국가전략에서 한미동맹이 갖는 의미를 어떻게 보나.
“한국은 과거 50여 년간 한미동맹을 통해 큰 이익을 보았다. 미국의 보호 하에 경제가 급성장했고 안전도 보장받았다. 이런 면에서 한국은 수혜자다. 한국의 입장에서 보면 한미동맹 유지는 필요하다. 현재도 주한미군은 동아시아의 안정을 유지하는 데 주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러나 길게 보면 미군은 동북아 지역에서 철수해야 한다.”
-한국이 미국과의 관계에서 ‘균형자적’ 입장을 강화해가고 독자적인 외교안보 노선을 추구해갈 때, 혹은 한국 내 일각에서 말하듯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중재자적 지위를 추구해갈 때, 중국은 그런 한국을 어떻게 평가할 것으로 보는가.
“이는 냉전체제에서 탈출하려는 한국의 염원을 반영하는 것으로, 높게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한국의 종합실력으로 볼 때 과연 이런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말하기 매우 어렵다.” 베이징=하종대 동아일보 특파원
후카가와 유키코(深川由起子) 와세다대학 교수는 일본의 대표적인 한국 경제 전문가다. “한국은 외환위기 직후 여러 분야에서 시스템을 고치고 시장경제로 나아갔지만 최근에는 위기 이전으로 돌아간 느낌이다. 각자가 기득권을 지키는 데만 열중하고 있다” “일본은 투자 활성화와 노동부문 개혁, 과감한 민영화로 경제회복을 이끌어냈다. 한국도 이것을 배워야 한다” 등 시시때때로 한국에 뼈아픈 소리도 서슴지 않았던 인물. ‘중립적인 관찰자’라고 할 그에게 전화로 한국 경제의 미래를 좌우할 최대 현안인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해 물었다.
-한국은 지금 한미 FTA에 대한 찬반 여론이 첨예하게 대립 중이다. 궁극적으로 미국과의 FTA 체결은 한국 경제에 도움이 되는 것인가.
“원론적으로 본다면 한국은 무역 의존도가 높은 나라로, ‘거대 교역권’을 지향하는 FTA 협상은 불가피한 선택이다. 그리고 일단 협상을 시작한 이상 중도에서 그만둘 수도 없는 일 아닌가. FTA 체결로 인한 수출 증대도 중요하지만, 한국 경제에 더 중요한 문제는 고용 창출이라고 생각한다. 이를 위해 서비스업을 중심으로 한 산업구조 고도화, 생산성 제고 노력, 그리고 고용을 늘리기 위한 투자 활성화가 이뤄져야 한다.”
-지금까지 FTA 추진 과정에서 한국 정부의 자세 혹은 전략에 대해 포괄적으로 평가한다면? 한국의 다른 전문가들로부터 ‘후카가와 교수가 한국 정부에 대단히 비판적’이라는 말을 전해 들은 적이 있는데.
“제3자로서 자세한 얘기는 하지 않겠지만, FTA 이후에 대한 준비가 한국 내에서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지 하는 의문이 든다. 한국 내의 반대 여론도 대부분 여기에서 비롯되고 있는 것 아닌가. 그런 점에서 지금까지 정부의 설명은 포괄적이고 애매한 측면이 많았다. 구체적으론 교섭항목별로 명확한 우선순위와 협상 전략을 갖고 있는지, 농업 부문에서 세계무역기구(WTO) 정책과의 일관성은 어떻게 할 것인지 등에 대해 국민에게 설명할 필요가 있다.”
-노무현 정부는 출범 후 동북아의 경제 허브(hub)가 되겠다고 공언했다. 그러나 최근 몇 년간 한국 경제는 잠재성장률 하락 등 줄곧 하향곡선을 그려왔다. 이렇게 되기까지 무엇이 가장 큰 문제였다고 보는가.
“앞서도 말했듯이 최근 몇 년간 한국 경제의 최대 문제는 저조한 국내투자 및 이로 인한 실업, 특히 젊은층의 실업이다. 수출이 호조를 보였음에도 이 때문에 장부상 자본 가치가 제자리를 맴돌았고, 인적자원 활용에도 문제가 많았다. 이데올로기 과잉의 정치와 우선순위가 애매한 경제정책의 불투명성도 개선돼야 한다.”
-한미 FTA보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여전히 강력한 한국 내의 반(反)기업 정서 및 외국자본에 적대적인 태도가 아닐지.
“FTA가 독이 될지 약이 될지 여부는 시장의 대응능력에 달려 있다. 무엇보다 한국 정부가 이제까지 손을 못 대고 있는 노동시장의 유연성이 더 중요한 문제다. 그런 점에서 정부는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강화하는 동시에 사회안전망 구축에 주력하고, 노조는 경영 정보에 기초해 냉정하게 대화하는 자세를 가지며, 경영자는 인적자원의 중요성에 대해 재인식해야 한다.”
-한미 FTA 협상에서 개성공단 제품을 한국산으로 인정하는 문제가 첨예한 이슈로 떠올랐는데.
“개성공단 문제에는 경제적 의미는 거의 없고 정치적 의미만 있을 뿐이다. 한국 정부가 이 부분에 집착하는 이유에 대해 국민이 냉정하게 판단하고 컨센서스를 이루는 것이 중요하지 않을까.”
-일본의 경우 장기적 국가전략에서 미국과의 관계를 최우선 순위에 올려놓은 듯하다. 한국은 앞으로 미국과의 관계 설정을 어떻게 해나가야 한다고 보는가.
“결국 중요한 것은 국가의 기본을 어디에 두는가 하는 점이다. 한국은 자유민주국가로서 체제가 주는 무거운 의미를 재인식해야 한다. 즉, 단기적이고 감정적인 민족주의적 대응을 배격하고 공동의 가치관을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럼 북한을 국제사회로 이끄는 일에서도 성공할 수 있을 것이다.”
후카가와 교수는 인터뷰 내내 ‘조심스러운 제3자로서 원론에 충실한’ 답변만을 내놓았다. 그러나 그의 말에선 언뜻언뜻 ‘뼈’가 느껴졌다. 이웃들은 지금 기로(岐路)에 서 있는 한국이 어떤 선택을 할지 예의 주목하고 있음을 암시하는 뼈 말이다. 송문홍 기자 songmh@donga.com
“북한 몰라주는 美도 문제이지만 무조건 끌어안는 참여정부도 멍청한 일”美 브루킹스연구소 마이클 오핸런 박사(사진 가운데)
한미동맹의 현주소에 대한 마이클 오핸런 박사의 시각은 양비론에 가까웠다. 민주당 성향의 소장 안보전문가그룹의 중추격인 그는 부시 행정부의 ‘북한을 너무 몰라주는’ 정책에 역시나 비판적이었다. 그러나 무슨 짓을 하더라도 북한 끌어안기를 포기할 줄 모르는 참여정부의 정책도 “멍청한 일(stupid)”이라고 말했다.
‘동아일보’의 외부 칼럼니스트인 오핸런 박사와의 인터뷰는 몇 차례 시간 조정을 거친 뒤 ‘연구실 면담’이 ‘전화 인터뷰’로 바뀌었다. 그는 인터뷰 방식이 바뀐 점에 대해 미안하다고 말한 뒤 평소처럼 대단히 빠르고 정확한 말투로 질문에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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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핸런 박사는 지난 5년간의 한미동맹을 혹독히 비판하면서, 한국과 미국이 서로 책임을 통감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2001년 9·11테러 이후 세계관이 달라진 미국과 6·25전쟁의 혈맹관계를 기억하지 못하는 신세대가 등장한 한국은 서로를 아직도 잘 모르는 것 같다고 했다.
부시 행정부에 대해서는 매서운 평가를 내린 그이지만, 도널드 럼스펠드 국방장관이 전 세계에 주둔한 미군의 재편 작업을 주도한 일에는 후한 점수를 줬다. 이 작업으로 주한미군은 기동성이 강조되면서 지상군 숫자가 2008년까지 1만2500명이 감축돼 2만5000명 수준으로 조정된다. 오핸런 박사는 “이러한 변화로 한국과 미국의 연합 전력이 향상된다는 점에서 한국은 럼스펠드 정책의 수혜자”라고 평가했다.
-꼬일 대로 꼬인 현 상황을 풀려면 무엇이 제일 중요한가.
“북한을 제대로 이해하면서 접근해야 한다. 북한 정권의 속성을 잘 아는 한국은 북한에 맹목적으로 잘한다. 반면 미국은 필요 이상으로 가혹하다. 북한은 베트남식 개혁을 선택해야 한다. 베트남은 김정일 정권이 가장 우려하는 정권 교체 없이 외부 세계에 문을 열었다. 또 해외자본 도입으로 경제가 살아나고 있다.”
-지금 상황에서는 무엇이 달라져야 베트남식 해법이 가능한가.
“어물쩍 현상 유지를 하면서 시간을 벌려는 북한의 시도를 차단해야 한다. 한미 양국은 북한이 개혁 노력을 현실화하면 (특히 미국이) 제대로 돕겠지만, 변화하는 시늉 정도에 그친다면 (특히 한국이) 처벌한다는 원칙을 세워야 한다. 지금보다 협조의 이익과 고립의 불이익을 더 크게 만들고, 양자택일을 주문해야 하는 것이다. 현상 유지는 최악의 길이다. 다만 우려되는 것이 한국 정부는 이런 해법에 관심이 없어 보인다는 점이다.”
지난 일주일간 워싱턴 외교가에서 논객들의 입에 자주 오르내린 이야기는 크리스토퍼 힐 미 차관보의 상원 청문회 발언이다. 힐 차관보는 “요즘 한국에서는 ‘다른 대안이 없다. 북한 포용이 유일한 대안’이라는 생각 이외에 ‘미사일을 쏴대도 북한을 포용할 생각이냐. 이젠 우리가 달라져야 북한도 바뀐다’는 상반된 견해가 나오고 있다”라고 말했다. 두 생각을 공평하게 전달했지만, 후자에 무게를 둔 발언이었다.
포용정책 지지자였던 오핸런 박사의 생각을 물었다. 그는 “이 문제는 지나치게 토론만 많다. 개입하고 싶지 않다”며 한발 뺐다. 그만큼 2003년 이후 북한의 엇박자 행각에 대한 비판적인 견해가 커진 것이다. 그는 “어찌됐든 북미 간 대화가 필요하다. 형식과 장소에 구애받지 말고 상호 이해의 폭을 넓히는 기회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지금처럼 북한이 세상과 겉돈다면 제대로 된 협상이나 개혁이 가능할 것 같지 않다.
“북한, 특히 김정일 정권의 태도 변화를 요구하는 일은 반드시 필요하다. 그리고 가능하다고 믿는다. 북한처럼 불안한 정권이 지난 3년 동안 핵무기 8개 분량의 플루토늄을 생산한 사실은 걱정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민주당 성향의 그는 인터뷰 도중 번번이 부시 행정부의 정책에 동의할 수 없다는 말을 했다. 그러나 참여정부의 대북 유화정책에도 비판의 날을 세웠다.
“한국 정부가 북한의 위험행동을 모른 척하는 행태가 놀랍다. 북한은 지난 3년간 최악의 선택만 골라서 했다. 그런데도 한국 정부는 명확한 행동이나 실천 없이 경제지원만 계속했다. 이런 구도를 북한은 이미 간파했다. 그러니 해법이 없는 것이다.”
서울에서 장안의 화제가 됐던 이종석 통일부 장관의 “미국이 가장 잘못했다”는 발언과 노무현 대통령의 두둔 발언에 대한 그의 견해는 어떨까.
오핸런 박사는 서울에서 갓 벌어진 이 상황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답을 내놓지 않았다. 그는 다만 “한국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이하 안보리) 결정에 동의하면서 미국의 정책을 지지하는 것과 미국의 잘못을 비판하는 것은 상호모순”이라고 했다. 그리고 “한국 정부가 부시 정부의 구체적인 정책 각론에 반대의견을 내놓을 수는 있지만, 근본적 차이를 드러내는 듯한 발언이 공개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워싱턴=김승련 동아일보 특파원
“한국이 북한 변화시키기 어려워 한미동맹은 여전히 필요”中 공산당 중앙당교 장롄구이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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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은 남한이 햇볕정책을 쓴다고 해도 결코 변하지 않습니다. 한국 입장에서 볼 때 한미동맹은 여전히 필요합니다. 또 한국이 독자적인 자주외교 노선을 추구하는 것은 높이 평가할 만하지만, 과연 현재의 한국이 그럴 만한 능력을 갖췄는지는 쉽게 말하기 어렵습니다.”
중국 공산당 중앙당교 국제전략연구소 장롄구이(張璉·63) 교수의 말은 간결하면서도 거침이 없다.
그는 현재 중국에서 내로라하는 ‘한반도 전문가’다. 그와의 인터뷰는 쉽지 않았다. 그는 끝내 방문 인터뷰를 거절했다. 몸담고 있는 곳이 중국 공산당 간부교육기관이자 정책 싱크탱크인 중앙당교이기 때문인 듯했다. 중앙당교는 중국 공산당의 이념과 노선을 최종적으로 조율하는 배후기지 역할도 담당한다. 중앙당교의 연구 방향과 흐름을 보면 중국의 정책이 앞으로 어떻게 변화할지 가늠할 수 있다.
결국 인터뷰는 7월27일 오후 전화로 이뤄졌다. 어렵게 입을 열기 시작한 그였지만, 인터뷰를 시작하자마자 장장 2시간에 걸쳐 솔직하면서도 거침 없이 답변했다.
-최근 중국은 안보리의 대북(對北) 결의안에 찬성표를 던졌다. 이는 전통적인 북중 관계로 볼 때 매우 이례적이다. 최근 들어 양국 관계가 심상치 않은 것처럼 보이는데….
“중국과 북한은 50년 넘게 특수한 관계를 맺어왔지만 실제로는 자국의 이익을 위해 그랬을 뿐이다. 이번 미사일 발사는 양국의 견해가 달랐기 때문에 전혀 이상한 게 아니다. 주권국 간의 관계에서 정상적인 현상이라고 생각한다. 북한이 핵무기를 개발하고 미사일을 발사하는 것은 동북아의 안정을 해치는 일이다. 이는 세계의 이익에 부합되지 않을 뿐 아니라 북한에도 이롭지 않다.
중국은 한반도의 비핵화 추구, 한반도의 평화 및 안정 추구, 대화와 평화적인 방법을 통한 문제 해결, 북한의 안전 고려 등 4가지 기본정책을 기초로 안보리에서 찬성표를 던진 것이다. 이는 전적으로 올바른 행동이다. 이 행동이 중국과 북한의 관계에 영향을 준다면 책임은 중국에 있는 게 전혀 아니다.”
-한국의 대북정책, 특히 노 대통령의 대북정책에 대해 어떻게 보는가.
“김대중 전 대통령의 ‘양광정책’(陽光政策·햇볕정책을 지칭)과 노 대통령의 ‘평화번영정책’은 국내 정치와 대북관계라는 두 가지 측면을 가진다고 본다. 국내 정치로 보면 성공을 거뒀다고 할 수 있다. 북한과의 대립이라는 시각이 한국인들 사이에서 많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남북교류의 문을 열었고, 나아가 정권을 재창출했다. 그러나 남북관계에서 보면 성공하지 못했다. 남북 사이에 가장 큰 문제, 즉 누가 누구를 통일하느냐 하는 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았다. 남북한이 모두 통일을 원하지만 한국은 한국의 정치제도로 통일하자는 데 반해, 북한은 김정일의 지도 범위를 남쪽으로 확장하자는 입장이다. 따라서 한국의 햇볕정책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북한의 변화를 유도하기 위해 어떤 정책이 필요하다고 보는가.
“분명하게 인식해야 할 것은 북한의 대남 정책은 북한의 내부정치가 결정하는 것이지 결코 한국의 햇볕정책에 의해 변할 수 있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현실적으로 남한은 북한을 변화시킬 수 없다. 북한에 변화가 있다면 이는 내부 동인에 의해서일 것이다.”
-대북 정책과 관련해 한국은 국제사회에서 중국과 같은 줄에 서 있는 것으로 비쳐진다. 한국의 이 같은 자세를 어떻게 평가하나.
“한국과 중국은 모두 한반도의 비핵화와 함께 동북아의 평화 및 안정을 바라고 있다. 이는 각자 독립해서 판단한 결과로, 양국의 주장이 서로 비슷하다는 점은 정상적이고 좋은 일이다.”
-북한이 계속 6자회담을 거부한다면 한국과 중국이 어찌해야 한다고 생각하나.
“중국과 한국은 모두 한반도의 비핵화를 주장하면서 대화를 통해 이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고자 한다. 그러나 북한은 핵무기를 가진 나라가 되려고 한다. 이로 인해 한국과 중국은 앞으로 엄중한 시련을 겪을 수 있다. 따라서 대화를 통해 평화적으로 한반도의 비핵화를 이루는 것이 가장 이상적인 방법이다.”
-미국이 앞으로 유엔의 결의안을 토대로 각종 경제제재를 취하자고 한다면 한국과 중국은 어떻게 대처해야 하나.
“연합국 결의안은 이미 미사일과 관련된 물품, 재료, 제품, 기술이 북한에 흘러 들어가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는 결의사항이므로 한국과 중국은 준수해야 한다. 그러나 미국은 진일보한 대북제재를 원한다. 그렇지만 일반적인 경제원조는 형세에 따라 달라져야 한다. 현재 상황에서는 한국과 중국 모두 동의하기 어렵다. 그러나 북한이 미사일을 추가로 쏜다면 한국과 중국이 정책을 조정할 가능성이 있다.”
-한국은 안보리 대북 결의안 이후로만 봐도 미국과의 갈등이 커져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어떻게 보는가.
“이는 정상적인 과정으로, 갈등은 앞으로 더욱 커질 것이다. 왜냐하면 양국은 문제를 보는 시각이 다르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재 한국과 중국은 물론 미국도 한반도의 비핵화를 주장한다는 점에서 같은 입장이다. 단지 어떤 방법으로 목적을 달성할 것이냐 하는 점에서 서로 견해가 다를 뿐이다. 한국은 대화를 통한 평화적 해결이 선택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미국은 평화적 해결이 가장 좋지만 유일한 방법은 아니라고 본다. 그렇지만 서로 의견이 갈리는 부분은 한정적이다. 그런 만큼 완전히 서로 대항하는 사태로까지 나아가지는 않을 것이다.”
-한국은 한미동맹을 토대로 급속한 경제성장을 이뤄왔다. 한국의 미래 국가전략에서 한미동맹이 갖는 의미를 어떻게 보나.
“한국은 과거 50여 년간 한미동맹을 통해 큰 이익을 보았다. 미국의 보호 하에 경제가 급성장했고 안전도 보장받았다. 이런 면에서 한국은 수혜자다. 한국의 입장에서 보면 한미동맹 유지는 필요하다. 현재도 주한미군은 동아시아의 안정을 유지하는 데 주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러나 길게 보면 미군은 동북아 지역에서 철수해야 한다.”
-한국이 미국과의 관계에서 ‘균형자적’ 입장을 강화해가고 독자적인 외교안보 노선을 추구해갈 때, 혹은 한국 내 일각에서 말하듯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중재자적 지위를 추구해갈 때, 중국은 그런 한국을 어떻게 평가할 것으로 보는가.
“이는 냉전체제에서 탈출하려는 한국의 염원을 반영하는 것으로, 높게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한국의 종합실력으로 볼 때 과연 이런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말하기 매우 어렵다.” 베이징=하종대 동아일보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