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면도
내가 조훈현 9단에 대해 혀를 내두르는 건 나이 오십을 넘겨서도 지칠 줄 모르고 세계무대를 누비는 정열과 체력, 변함없이 공부하는 자세에 감복해서다.
올해 52살. 10, 20대가 판치는 요즘 바둑계에 30대에만 들어서도 ‘쉰세대’ 취급을 받고 있는 풍토에서 ‘고려장’을 당해 마땅한 나이인데도 여전히 세계대회에 단골로 얼굴을 내미는 기사, 바둑사에 조훈현 9단말고 누가 있었는가. 아직 30살도 안 된 이창호 9단이 20년 뒤에도 스승 못지않은 활약을 하리라 장담할 수 있을까.
그러나 세월 앞에 장사 없다 했던가. ‘바람의 파이터’ 조훈현 9단도 나이를 속일 순 없음인지 무관(無冠) 신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참고도
지금 형세는 ▲ 가 떠 있는 만큼 흑이 좋지 않다. 이를 의식한 조훈현 9단은 흑1·3으로 어깨를 짚어 올인 전략으로 나섰는데 역시 지나쳤다. 흑 ▲ 두 군데의 대마가 미생인 만큼 1로 유연하게 두는 것이 옳았다. 설령 형세가 좋았다 하더라도 한 치의 물러섬이 없는 조훈현 9단의 기풍으로 볼 때 역시 흑1·3으로 두었을 것이다. 너무 강하면 부러지는 법. 조한승 7단이 백4 이하로 막상 칼을 뽑자 28까지 대마가 꼼짝없이 죽고 말았다. 128수 끝, 백 불계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