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들을 찾습니다”

어느 해엔가 초등학교 모교를 찾아갔을 때 1950년까지의 학적부가 한국전쟁으로 인해 불타 없어졌다는 말을 듣고 실망한 적이 있다. 다른 학교는 학적부를 항아리에 넣어서 땅에 묻어 보존했다는데 왜 유독 우리 학교만 그렇게 하지 않았을까? 학적부가 사라져버린 탓에 같은 반 아이들의 주소를 알 수 없었고 그 때문인지 초등학교 모임도 없다.

55년간 소중하게 보관해온 이 사진은 1948년 7월15일에 찍은 김천중앙공립국민학교 6학년 3반의 졸업사진이다. 앞줄 가운데에 계신 두 분이 우희상 교장선생님(왼쪽)과 김옥기 담임선생님이다. 남학생 맨 앞줄 왼쪽에서 세 번째가 본인이다. 지금은 70살 전후의 노인. 어느 하늘 밑에서 어떻게 여생을 보내며 어떤 모습으로 늙어가고들 있는지. 이미 세상을 등진 사람도 많으리라. 나이가 많아 컴퓨터를 이용하기가 쉽지 않겠지만 사진 속에 있는 친구들이 이 사진을 본다면 연락해주기를 바란다. 사진 속 친구들의 자녀들이라도 연락해주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