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은 가정의 달이다. 5월의 찬란한 햇살 속에, 어린이날(5일) 어버이날(8일) 성년의 날(17일)이 연달아 찾아와 가족의 의미를 되새기게 만든다. 더구나 자연의 아름다움만으로도 5월은 분명 축복받은 계절이다. 연초록 빛깔의 나무가 짙은 푸르름으로 바뀌면 비로소 대지는 온전한 제 호흡을 하며 인간에게 또 다른 생명의 기운을 전한다. 어쩌면 5월은 ‘숲과 나무의 달’일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숲과 나무의 달인 5월에 필자는 엉뚱하게도 외손자의 종이 공작이 신경에 거슬린다. 6살인 이 녀석은 내 서재에 오기만 하면 흰 종이 대여섯 장을 손에 쥐고 맘대로 해보겠다고 보챈다. 요즘 막 배우기 시작한 한글로 자기가 좋아하는 사람 이름을 써보거나, 종이를 이리저리 자르고 붙여 별걸 다 만들어낸다. 때론 기특하지만 내게는 엉뚱한 걱정이 앞선다.
2002년 녹색연합은 4월4일을 ‘종이 안 쓰는 날’로 선포한 적이 있다. 종이를 함부로 쓰는 세태에 대한 경종을 울린다는 의미였다. 통계에 따르면 한국의 종이 소비량은 2001년 752만t에서 2002년 808만t으로 꾸준히 늘어났다. IT(정보기술) 산업이 발달하고 신문 구독자가 줄었는데도 종이 소비량은 오히려 늘어난 것이다. 한국인이 한 해 동안 써버리는 종이 800만t을 만들기 위해 베어지는 나무는 대략 1억3600만 그루라는 계산도 나왔다. 게다가 한 해 사용하는 나무젓가락만도 25억개에 이른다고 한다. 이처럼 인간이 종이를 마구 써대다가는 5월의 찬란한 나무와 숲을 더 이상 보지 못하게 될지도 모른다.
나무에서 얻은 펄프 원료로 종이를 처음 발명한 사람은 중국 후한(後漢) 시대의 채륜(蔡倫·~A.D 121)으로 전해 내려온다. 종이는 2000여년의 역사를 거치면서 인간을 무지에서 해방시키는 데 가장 결정적인 기여를 한 인류 최대의 발명품이다. 중국 역사가들이 중국을 인류 문명의 고향이라고 자랑하는 근거에는 종이와 인쇄술이 모두 중국에서 발명됐다는 논리에서 비롯된다. 비록 근대화는 늦었지만 인류 문명의 물길을 처음 터줬다는 중국인의 자부심은 절대 허풍이 아니다.
나무를 원료로 한 종이 이전에도 그와 비슷한 서사재료(書寫材料)는 적지 않았다. 서양에서는 고대 이집트인들이 썼던 파피루스, 또 그보다 더 널리 사용됐던 양피지 등이 있었다. 파피루스란 갈대잎을 서로 붙여 압축해 말려 썼던 것이고, 양피지란 새끼염소 가죽을 석회로 표백한 재료다.
채륜 이전의 고대 아시아에서는 죽간이나 목간이 널리 애용됐다. 대나무나 다른 나무를 얇게 잘라 매어 엮어 글을 써넣을 수 있게 만든 것. 물론 동서양 모두 비단이나 다른 포목을 종이 대신 사용하기도 했다. 그러나 어느 경우건 나무 펄프에서 얻은 종이의 효용성과 경제성을 당할 수는 없었다. 인류 문명이 종이의 발명으로 한 단계 껑충 뛰어오른 것은 분명한 일이다.
그런데 이제 그 편리한 발명품인 종이를 지나치게 사용함으로써 환경에 심각한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당장 우리 주위의 나무가 베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지구 산소의 대부분을 공급하는 열대우림의 훼손이 심각하다는 소식이다. 인류를 무지에서 구원한 해방군이 결국 우리의 허파를 갉아먹고 있는 셈이다.
종이의 남용을 막는 일은 찬란한 5월의 푸르름을 지켜내는 일뿐만이 아니라 결국 우리의 생명줄을 지키는 일이 될 것이다. 그래서 나는 기다리고 있다. 내 외손자가 자연스럽게 이면지를 사용하게 되기를…, 많은 컴퓨터 사용자들이 불필요한 인쇄작업을 줄이기를…. 그러면서 5월을 ‘종이 절약의 달’로 정해야 한다는 생각이 불쑥 떠오른다.
그런데 숲과 나무의 달인 5월에 필자는 엉뚱하게도 외손자의 종이 공작이 신경에 거슬린다. 6살인 이 녀석은 내 서재에 오기만 하면 흰 종이 대여섯 장을 손에 쥐고 맘대로 해보겠다고 보챈다. 요즘 막 배우기 시작한 한글로 자기가 좋아하는 사람 이름을 써보거나, 종이를 이리저리 자르고 붙여 별걸 다 만들어낸다. 때론 기특하지만 내게는 엉뚱한 걱정이 앞선다.
2002년 녹색연합은 4월4일을 ‘종이 안 쓰는 날’로 선포한 적이 있다. 종이를 함부로 쓰는 세태에 대한 경종을 울린다는 의미였다. 통계에 따르면 한국의 종이 소비량은 2001년 752만t에서 2002년 808만t으로 꾸준히 늘어났다. IT(정보기술) 산업이 발달하고 신문 구독자가 줄었는데도 종이 소비량은 오히려 늘어난 것이다. 한국인이 한 해 동안 써버리는 종이 800만t을 만들기 위해 베어지는 나무는 대략 1억3600만 그루라는 계산도 나왔다. 게다가 한 해 사용하는 나무젓가락만도 25억개에 이른다고 한다. 이처럼 인간이 종이를 마구 써대다가는 5월의 찬란한 나무와 숲을 더 이상 보지 못하게 될지도 모른다.
나무에서 얻은 펄프 원료로 종이를 처음 발명한 사람은 중국 후한(後漢) 시대의 채륜(蔡倫·~A.D 121)으로 전해 내려온다. 종이는 2000여년의 역사를 거치면서 인간을 무지에서 해방시키는 데 가장 결정적인 기여를 한 인류 최대의 발명품이다. 중국 역사가들이 중국을 인류 문명의 고향이라고 자랑하는 근거에는 종이와 인쇄술이 모두 중국에서 발명됐다는 논리에서 비롯된다. 비록 근대화는 늦었지만 인류 문명의 물길을 처음 터줬다는 중국인의 자부심은 절대 허풍이 아니다.
나무를 원료로 한 종이 이전에도 그와 비슷한 서사재료(書寫材料)는 적지 않았다. 서양에서는 고대 이집트인들이 썼던 파피루스, 또 그보다 더 널리 사용됐던 양피지 등이 있었다. 파피루스란 갈대잎을 서로 붙여 압축해 말려 썼던 것이고, 양피지란 새끼염소 가죽을 석회로 표백한 재료다.
채륜 이전의 고대 아시아에서는 죽간이나 목간이 널리 애용됐다. 대나무나 다른 나무를 얇게 잘라 매어 엮어 글을 써넣을 수 있게 만든 것. 물론 동서양 모두 비단이나 다른 포목을 종이 대신 사용하기도 했다. 그러나 어느 경우건 나무 펄프에서 얻은 종이의 효용성과 경제성을 당할 수는 없었다. 인류 문명이 종이의 발명으로 한 단계 껑충 뛰어오른 것은 분명한 일이다.
그런데 이제 그 편리한 발명품인 종이를 지나치게 사용함으로써 환경에 심각한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당장 우리 주위의 나무가 베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지구 산소의 대부분을 공급하는 열대우림의 훼손이 심각하다는 소식이다. 인류를 무지에서 구원한 해방군이 결국 우리의 허파를 갉아먹고 있는 셈이다.
종이의 남용을 막는 일은 찬란한 5월의 푸르름을 지켜내는 일뿐만이 아니라 결국 우리의 생명줄을 지키는 일이 될 것이다. 그래서 나는 기다리고 있다. 내 외손자가 자연스럽게 이면지를 사용하게 되기를…, 많은 컴퓨터 사용자들이 불필요한 인쇄작업을 줄이기를…. 그러면서 5월을 ‘종이 절약의 달’로 정해야 한다는 생각이 불쑥 떠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