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435

..

신일순 구속, 대미 군사외교 채널 막히나

  • 윤영호 기자 yyoungho@donga.com

    입력2004-05-13 13:31:00

  • 글자크기 설정 닫기
    2003년 말 어느 날 리언 J. 라포트 주한미군사령관 겸 한미연합사령관 부속실의 한국군 관계자들은 라포트 사령관의 일정을 정리하면서 곤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이날 라포트 사령관이 김종환 합참의장을 만나기로 돼 있었는데, 라포트 사령관이 김의장 집무실을 방문하는 형식을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버텼기 때문. 결국 이날 합참과 한미연합사 고위 관계자들에게 배포된 두 사람의 일정표에는 면담 장소가 각각 자신의 사무실로 기재됐다.

    두 사람의 면담은 주변의 권유를 받아들여 ‘화해’의 뜻을 포함하고 있었다. 이에 앞서 두 사람이 서울 용산 주한미군 기지 이전 문제를 두고 협의를 진행하다 김의장이 자리를 박차고 회담장을 나가버린 이후 두 사람 관계가 서먹서먹해졌기 때문. 그러나 막상 만나자고 해놓고 서로 상대방이 자신의 집무실을 방문해야 한다고 자존심 싸움을 하고 있었던 것.

    결국 신일순 한미연합사 부사령관이 나섰다. 신부사령관이 라포트 사령관의 의견을 김의장에게 충분히 설명, 김의장이 라포트 사령관 집무실을 방문하도록 한 것. 자칫 ‘화해’를 위한 자리가 두 사람 관계를 더 꼬이게 만들 수도 있는 상황에서 겨우 사태가 수습된 셈이다. 라포트 사령관은 당시 면담을 통해 김의장의 입장을 상당 부분 이해하게 됐다는 후문이다.

    창군 이래 처음으로 현역 육군대장인 신일순 한미연합사 부사령관이 개인비리 혐의로 구속되면서 군 안팎에 큰 충격을 던졌다. 그의 구속 혐의 가운데 대부분은, 엄밀하게 말하면 불법이 틀림없지만 지금까지 관행으로 굳어져왔다는 점에서 군내에서는 그의 구속 배경을 둘러싸고 뒷말이 무성한 상태다. 일각에서는 군 인사를 앞둔 ‘특정 지역 군맥 솎아내기’라는 얘기까지 나올 정도다.

    그러나 군 안팎에서 무엇보다 우려하는 대목은 대미 군사외교 인맥의 손실. 그는 군내에서 드물게 육사를 1년 다니다 미 육사에 입학, 정식으로 4년을 마친 데다 미국 지휘참모대학까지 나온 엘리트 장성. 현재 주한미군 내에서도 두 곳을 모두 나온 장성은 없다. 군의 한 관계자는 “신부사령관의 구속은 이젠 시대 흐름이 군의 관행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의미 아니겠느냐”면서도 “한국 내의 반미 감정, 용산기지 이전 등 대미 군사 현안이 많은 상황에서 우리 상황을 제대로 이해시킬 만한 채널이 사라지게 됐다는 점에서 아쉽다”고 말했다.



    그는 평소 대미 군사외교에서 청와대의 뜻을 그대로 받아들이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그의 평소 소신과도 관련이 있다. 그는 노무현 대통령의 ‘자주국방’ 선언에 대해 “자주국방은 한국군의 최고 목표이긴 하지만 주한미군이라는 상대가 있는 만큼 대통령까지 나서서 공개적으로 ‘자주국방’ 운운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얘기를 자주 해왔다고 한다.



    Notebook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