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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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P3폰 & 저작권, 윈-윈 해법 찾을까

음악파일 무료 복제 관련 신경전 … 음질 따라 유·무료 서비스 병행으로 합의 가능성

  • 김문영/ 모바일칼럼니스트 mykim@empal.com

    입력2004-05-13 17:4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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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P3폰 & 저작권, 윈-윈 해법 찾을까

    저작권 논란 속에 MP3폰이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간다.

    MP3플레이어의 기능을 고스란히 휴대전화에 담은 MP3폰이 나왔다. 늘 지니고 다니는 휴대전화를 이용해 공짜 음악을 들을 수 있다는 사실에 소비자들의 폭발적 호응과 음반시장 고사를 우려하는 음원권리자 측의 위기의식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디지털 카메라에 이어 2004년 이동통신 시장을 주도할 것으로 예상되는 MP3폰은 출시 초기부터 혼란과 잡음에 휩싸이고 있다.

    MP3플레이어보다 센 휴대전화

    포터블 오디오는 매우 흔한 기기다. 멀리는 워크맨으로부터 시작해 CD플레이어를 지나 MP3CD플레이어, MD, MP3플레이어에 이르기까지 이동하면서 음악을 들을 수 있는 기기는 언제나 폭넓은 소비자층을 형성해왔다. 최근의 MP3플레이어는 계속 늘어나는 메모리 용량, 점점 근사해지는 디자인, 부담 없어진 가격으로 끊임없이 변모해왔다. 하지만 지금으로 보자면 촌스럽기 그지없고 기능이 조악한 워크맨만큼의 반응은 얻지 못했다. 누구나 한번쯤 갖고 싶어할 만큼 매력적이기는 해도 PC와 인터넷, 케이블을 이용해 콘텐츠를 저장하는 귀찮은 과정은 끊임없이 할 수 있을 만큼 만만한 것이 아니다. 기껏 고르고 골라 산 MP3플레이어는 곧 동생의 손에 물려지거나 책상 서랍 속으로 밀려 들어가게 된다.

    MP3플레이어와 휴대전화의 기능을 하나로 합친 MP3폰은 어떨까? 잠시 재미와 유행으로 판매되는 아이템일까, 오디오 마니아들에게만 유효한 틈새 상품일 뿐일까? MP3플레이어와 달리 MP3폰은 기기의 수명이 다하지 않는 한 서랍 속에 잠들지 않는다. 1년쯤 사용한 단말기에 질린 주인이 새 단말기로 교체할 수는 있겠지만 그렇더라도 MP3폰은 존재 의미 자체를 상실하지 않는다. 좋든 싫든, 늘 주인 손에 붙들려 다닐 운명인 셈이다.

    그렇기 때문에 MP3폰 출시에 대해 음원권리자들이 위기의식을 느끼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LG텔레콤이 출시한 MP3폰을 둘러싸고 음원 저작권과 사용자 권리 논란에 또다시 불이 붙었다. MP3폰은 출시 전부터 이동통신 업계와 사용자, 음원 관계자들 모두에게 뜨거운 감자였다. 사용자들은 언제 어디서든 음악을 들을 수 있는 MP3플레이어의 기능까지 합친 휴대전화의 출현을 환영하고 고대했으나, 음원 관계 단체들과 이동통신 사업자·휴대전화 제조업체들은 서로 다른 입장과 손익 계산 때문에 결코 간단히 소비자들의 열망을 들어주지 못했다.



    인터넷과 다른 MP3폰 전쟁 국면

    음원권리자들은 인터넷 등을 통한 무료 음악파일의 복제가 음반시장을 축소시켰다고 주장해왔다. 이미 소리바다, 벅스 등을 거쳐 지겨울 만큼 되풀이된 논란은 지금까지 오프라인 세력의 판정승으로 끝났다. 물론 네티즌들은 소리바다나 벅스를 대신할 공유 프로그램과 사이트를 찾았지만 온라인의 대표적 음원 공유 사이트에 제동을 걸었다는 점에서 음원권리자들은 소기의 목적을 달성한 셈이다.

    음원권리자들은 MP3폰도 사용료를 지불한 음악파일들이 유통되도록 해야 한다는 자세를 고수해왔다. 기술적으로는 인터넷보다 휴대전화의 불법복제를 차단하기가 쉬우므로 음원권리자들의 주장이 관철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소리바다나 벅스의 경우와 달리 휴대전화의 MP3 파일 유통을 막기에는 이동통신사와 휴대전화 제조사라는 벽이 만만치 않았다. 이동통신 업계에서는 카메라에 이어 이동통신 업계를 이끌어갈 킬러폰으로 MP3폰에 기대를 걸고 있는 만큼 사용자들의 요구를 충족할 만한 단말기를 출시하고자 했다.

    음원권리자 측과 이동통신 업계의 입장 차이는 정보통신부의 중재에도 좁혀지지 않아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 있었다. 2004년 들어 시행된 번호이동성제에 대한 이동통신 업계의 주요 전략 가운데 하나는 차별화된 단말기로 사용자를 확보하는 것이다. 이동통신 업계의 분주한 움직임은 음원 저작권에 대한 분명한 답을 찾지 못한 상태에서 단말기 출시 강행으로 이어졌다.

    물론 LG텔레콤은 MP3폰 싸이언 LG-LP3000을 출시하면서 당초 계획과 달리 MP3 파일 이용 기능을 막았다. MP3폰의 핵심은 데이터케이블을 이용해 PC의 MP3 파일을 휴대전화로 전송해 이용하는 것이다. 이때 PC와 휴대전화의 콘텐츠를 동기화하는 싱크프로그램을 설치해야 하는데 이 싱크프로그램은 LG 싸이언 홈페이지에서 다운받을 수 있다. LG-LP3000의 싱크프로그램 정식 버전은 MP3 파일 전송 기능을 삭제하고 사진, 동영상, 주소록 등만 동기화할 수 있도록 공개됐다.

    MP3폰에 대한 사용자들의 집념

    하지만 사용자들은 집요하다. 공짜 음악을 들으려는 사용자들의 집념 어린 노력은 MP3 파일을 전송할 수 있는 이전 버전 싱크프로그램의 유출로 이어졌다. LP3000으로 MP3 기능을 이용할 수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인터넷 게시판들에는 LP3000 구매 문의가 쇄도했다. MP3폰에 대한 폭발적 반응에 따라 다른 이동통신사와 제조사들도 MP3폰 출시와 서비스 시작을 서두르게 됐다.

    이전에도 MP3폰이라 불린 단말기들이 있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MP3플레이어처럼 MP3 파일을 기기로 옮겨 저장하고 들을 수 있는 방식이 아니라 이동통신사의 MOD 서비스용 단말기다. 즉 이동통신 사이트에서 유료로 다운받은 파일만 재생할 수 있다. 또한 휴대전화에 음악파일을 저장할 수 있는 공간이 충분치 않고 휴대전화에 저장된 음악파일을 PC로 옮길 수가 없어 이용자들의 불만을 샀다. 반면 MOD(music on demand·주문형 음악)서비스와 차원이 다른 MP3폰의 기능은 MP3플레이어의 입지마저 위협할 정도로 막강하다.

    LG텔레콤의 MP3폰 출시로 더욱 격화된 음원권리자들과 이동통신 업계의 대립은 법적 공방으로 이어질 기미를 보였다. 음원권리자들은 LG텔레콤 관련 사이트는 물론 LG텔레콤에 오디오 콘텐츠를 제공하는 콘텐츠업체들에도 음원 공급을 중단하겠다는 주장을 발표했다. 또한 이미 출시돼 실질적으로 MP3 기능을 이용할 수 있는 단말기에 대해서도 판매중지 신청을 제기하는 등 법적 대응도 불사한다는 강경한 태도를 취했다.

    이동통신 업계가 무작정 MP3폰의 기능과 사용자 권리만 고집한 것은 아니다. 데이터 사업 비중이 점점 높아지는 와중에 유료 음악 다운로드 서비스도 하나의 수익모델이 될 수 있기 때문에 무료 음악파일 복제가 마냥 반가울 리만은 없다.

    자칫 법적 분쟁으로 비화할 게 뻔한 MP3폰과 저작권 문제는 어렵게 해결점을 찾아가고 있다. 큰 줄기는 유료 MP3 파일 다운로드 서비스를 기본으로 하고 개인 파일 이용을 허용하되 유료 서비스와 차별을 두는 방안이다. 유료 서비스는 인터넷 음악포털, 이동통신사 또는 제조사의 사이트를 통해 돈을 내고 MP3 파일을 다운로드하는 방식이다. 사용자들이 직접 만들거나 공유한 개인 파일도 재생할 수 있지만 유료 파일에 비해 음질을 낮게 하거나 이용기간을 제한한다.

    유·무료 파일 이용시 음질 차이, 무료 파일 이용기간 제약 등 세부사항에 대해서는 음원권리자 측과 이동통신 업계의 입장 차이가 커 추가의 협의 과정이 필요하다. LG텔레콤을 제외한 이해 당사자들은 일단 무료 파일 이용기간을 3일로 제한하는 데까지 합의한 상태다. 하지만 무료 파일 이용 제한에 관한 합의가 이미 단말기를 출시한 LG텔레콤을 제외한 상태에서 이뤄진 협의여서 깨질 불씨는 남아 있는 셈이다.

    유료 서비스 이용료를 곡당 20~30원의 초저가로 공급하는 방안도 논의하고 있다. 무료와 공유에 대한 사용자들의 갈망은 무조건 막아서 해결될 성질의 것이 아니다. 사용자들은 비싸게 구매한 MP3폰을 이용하는 데 지나친 제약을 받거나 더 비싼 이용료를 내고 써야 한다는 사실을 쉽게 납득하지 않는다. 이동통신 업계와 음원권리자들이 지루한 논쟁을 끊임없이 되풀이하는 동안에도 사용자들은 휴대전화에 연결된 이어폰을 귀에 꽂은 채 노래를 흥얼거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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