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랑하는 사람에게 당신의 마음을 고백하려면 화창한 날과 비 오는 날 중 언제를 택해야 할까. 정답은 화창한 날이다. 비가 내리면 사람들은 대부분 날씨에 감정을 빼앗겨 상대방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주지 않기 때문이다. 연애에 서툰 사람들의 공통점은 ‘사랑은 어느 날 갑자기 마술처럼 시작되는 것’이라고 믿는다는 것. 하지만 ‘연애는 게임이다. 대단히 중요한 게임이지만 어쨌든, 그저 게임에 불과하다.’(실용연애전서 남자편) 따라서 드라마 같은 ‘연애’를 위해서는 일단 ‘연애의 기술’을 익혀두어야 한다. 그 교재로 사용할 만한 책, 영화, 드라마 들을 살펴보자.
조세핀 보나파르트, 카사노바, 마릴린 먼로, 엘비스 프레슬리…. 유혹의 달인이던 이들에게는 상대방의 마음을 사로잡는 독특한 ‘기술’이 있었다. 때로는 냉담하게, 때로는 열정적으로 주위의 모든 사람을 기어코 자신의 것으로 만들었던 이들만의 비법을 전해주는 책. ‘삼각관계를 활용해 자신의 가치를 높여라’ ‘금지된 욕망을 일깨워 유혹하라’ ‘약한 모습으로 상대의 경계심을 누그러뜨려라’ 등 연애 관계에서 주도권을 잡게 해주는 금언들이 다양한 임상실험 결과와 함께 담겨 있다.
열정/ 산도르 마라이 지음, 솔
“어느 날 우리의 심장, 영혼, 육신으로 뚫고 들어와 꺼질 줄 모르고 영원히 불타오르는 정열에 우리 삶의 의미가 있다고 자네도 생각하나? 무슨 일이 일어날지라도? 그것을 체험했다면, 우리는 헛산 것이 아니겠지?” 헝가리 출신 작가 산도르 마라이는 그의 소설 ‘열정’에서 주인공의 입을 빌려 독자에게 위와 같이 묻는다. 사랑, 우정, 배신, 고독 등 인간이 살아가며 느끼는 감정의 극한을 보여주면서, 그때마다 ‘내가 원하는 것은 무엇인지, 그리고 나는 과연 내가 원하는 대로 행동하고 있는지’ 자문해야 한다고 가르쳐주는 책. 사랑의 상처를 극복하고 싶을 때 읽어볼 만하다.
공주님/ 야마다 에이미 지음, 민음사
발랄한 문체, 쿨한 내용 전개로 ‘일본 연애소설의 여왕’이라고 불리는 야마다 에이미의 중·단편 모음집이다. 명성에 걸맞게 이 한 권의 소설집에는 근친상간(‘메뉴’), 불륜(‘체온 재기’), 짝사랑(‘피에스타’), 첫사랑(‘샴푸’), 숙명적인 사랑(‘공주님’) 등 사랑의 온갖 패턴이 다 담겨 있다. 사랑에 빠져 있는 이라면, 연인들의 심리상태를 예리하게 포착해 표현해내는 작가의 솜씨에 감탄하면서 자기의 사랑 방식의 문제점을 돌아볼 수 있을 것이다. 참고로 단편 ‘공주님’은 앞서 소개한 책 ‘유혹의 기술’에서 ‘유혹 전문가’로 나오는 겐지 이야기를 패러디한 작품이다.
# 영화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
로맨틱 코미디의 요정 멕 라이언의 매력을 100% 보여주는 영화. 우정과 사랑의 경계를 10년 넘게 넘나들며 끊임없이 갈등하던 해리와 샐리는 어느 날 드디어 둘이 서로의 진정한 짝임을 알아차린다. 팽팽한 심리 싸움, 미묘한 복선들을 통해 ‘연애의 기술’을 생생히 보여주는 영화.
베터 댄 섹스(better than sex)
침대에서 시작한 관계도 사랑하는 사이로 바뀔 수 있을까. ‘하룻밤’으로 시작한 만남이 ‘인연’으로 발전하는 과정을 경쾌하게 그린 작품. ‘섹스 전 그와 그녀가 느끼는 호감의 징후부터, 섹스 중 그와 그녀가 갈구하는 성감대의 구석구석, 섹스 이후 그와 그녀가 무슨 생각을 품었는지까지’ 확실하게 훑어주는 리얼 토크 영화다.
# 드라마
바보 같은 사랑
노희경의 드라마는 사랑의 환희 뿐 아니라 고통과 책임까지 지극히 현실적으로 다룬다. ‘바보 같은 사랑’은 이러한 노희경표 드라마의 매력을 최대한 보여주는 작품. 시청률이 5%대에 머물렀을 만큼 널리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아름다운 사랑, 그 너머의 이야기를 알고자 하는 이에게 교과서가 될 만한 드라마다.
발리에서 생긴 일
서로를 위해 모든 것을 다 바치는 환상적 연애를 꿈꾸는 이라면 이 드라마는 조용히 지나쳐야 한다. ‘발리에서 생긴 일’의 주인공들은 끊임없이 상대가 자신에게 유리한지 불리한지를 계산하고, 어떻게든 자신에게 유리한 쪽으로 상황을 바꿔보려 머리를 굴리기 때문이다. 이들에게 사랑이란 ‘더 괜찮은’ 사람에게 향하는 자연스러운 감정이 아니라, 자신이 ‘더 필요로 하는 것’을 충족하기 위해 싸워나가는 과정이다. 그래서 이 드라마는 ‘사랑은 게임이다’라고 믿으며 그 규칙을 배우고자 하는 사람에게 유용한 교과서가 될 것 같다.
네 멋대로 해라
꾸미지 않은 솔직함과 쿨한 대사로 21세기 젊은이들을 매혹시킨 연애 드라마. 이 드라마를 이끌어가는 것은 인물들 사이의 갈등관계나 특정한 사건이 아니다. 자기의 솔직한 마음 하나만 믿고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습, 그것이 전부다. 어떤 상황이 와도 자신과 다른 사람 앞에서 솔직할 수 있는 ‘착한’ 사람들이 만들어가는 사랑. 세상에 실망할 때, ‘내 멋대로, 착하게’ 세상을 살아갈 수 있도록 힘을 북돋워주는 드라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