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은은 나이키(왼쪽), 최경주는 슈페리어와 스폰서 계약을 맺었다.
얼마 전 한·일 여자 프로골퍼들과 아마추어골퍼들이 참가한 자선 골프대회가 있었다. 이 대회에 스폰서로 참가한 세계적인 스포츠 의류업체는 한·일 여자선수들에게 똑같은 옷을 지급하며 다음날 라운드 때 입고 나와 달라고 부탁했다. 하지만 다음날 아침 한·일 프로들의 복장은 달랐다. 일본선수들은 모두 스폰서를 맡은 회사의 옷을 입고 나온 반면, 한국 골퍼들은 모두 화려한 옷을 입고 나왔다. 마치 패션모델을 보는 듯했다.
스폰서의 당부는 한국 골퍼들에게 통하지 않았다. 이들은 “사이즈가 맞지 않는다”, “색깔이 나에게 어울리지 않는다”는 등의 이유를 댔다. 일본 골퍼들도 상황은 똑같았지만 이들은 스폰서의 의견을 최대한 존중했다. 이 대회 스폰서를 맡은 회사의 한 관계자는 “양국 프로선수들의 기본 생각이 이렇게 차이가 난다”며 “이런 상황에서 어떤 스폰서가 한국선수들을 후원하려고 하겠느냐”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대회를 주최한 스폰서는 홍보 효과를 높이기 위해 대회 시작 전날에 유명 인사를 초청해 프로와 함께 라운드를 하는 프로 암 대회를 연다. 그러나 국내 프로골퍼들 가운데 상당수가 프로 암 대회를 귀찮게 여긴다. 시간만 때우고 가겠다는 자세로 임하는 것.
PGA(미국프로골프)투어는 3월 베이힐 인비테이셔널 대회 때 프로 암에 불참한 샨 미첼의 대회 출전권을 박탈했다. 미첼은 이에 강력하게 항의했지만 PGA투어 관계자는 “프로 암도 대회의 일부이며 무엇보다도 스폰서의 지속적인 지원과 대회 홍보를 위해서는 프로 암이 본 경기 못지않게 중요하다”고 답했다. 프로골퍼들은 ‘골퍼들이 스폰서의 입장을 고려하고 배려해야 골프가 발전할 수 있다’는 점을 마음에 새겼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