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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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배 후유증 … 이렇게 클 수가”

왕리청 9단(흑) : 류시훈 7단(백)

  • < 정용진 / 바둑평론가>

    입력2004-10-21 14:2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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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배 후유증 … 이렇게 클 수가”
    일본 랭킹 1위 타이틀, 기성(棋聖) 정복에 나섰던 류시훈 7단이 왕리청(王立誠) 9단의 벽을 넘지 못하고 4대 2로 무릎을 꿇었다. 3월6∼7일 일본 시즈오카(靜岡)현 오야마(小山)읍에서 벌어진 제26기 일본기성전 도전7번기 6국에서 배수진을 친 류 7단은 277수까지 가는 치열한 사투를 벌였으나 아깝게 2집 반을 졌다.

    시점의 형세는 중앙 접전에서 빵때림한 백이 우세한 국면. 여기서 백1로 붙였을 때 검토실에서는 의당 백3·5의 수순을 예상했다. 백5 한방에 흑 넉 점은 달아나기 힘들었을 것이고, 승부는 최종 도전7국으로 넘어갔을 것이다.

    그런데 류 7단은 천연덕스럽게 백3으로 끌어당겼다. 형세를 낙관한 것. 이 순간 왕 9단이 마치 산정에서 먹잇감을 노리고 있던 매처럼 비상하더니 흑4 이하 16까지 선수로 처리한 뒤 흑18·20, 이 수가 놓이는 순간 승부의 물꼬는 흑 쪽으로 돌아서기 시작했다.

    “공배 후유증 … 이렇게 클 수가”
    생각할수록 아쉽고도 억울한 도전기였다. 본지 324호에 보도했듯, 승부의 분수령인 도전5국에서 다 이긴 바둑을 마지막 공배 메우는 과정에서 어이없는 착각으로 역전패, 3대 2로 상대를 막판에 몰아넣을 수 있는 흐름을 놓치고 거꾸로 자신이 막판에 몰린 후유증이 역시 컸다.

    지난 2000년 예상을 뒤엎고 조치훈 9단을 꺾고 일인자에 올라선 왕 9단은 이후 조선진 9단, 류시훈 7단으로 이어진 한국기사들의 도전을 모두 4대 2로 물리치며 ‘재일 한국기사 킬러’로 자리했다. 277수 끝, 흑 2집 반 승.





    흑백19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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