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이탈리아 세리에A의 인터밀란이 웃었다. 인터밀란은 2010년 12월 19일 아랍에미리트연합(UAE)의 자이드 스포츠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0 국제축구연맹(FIFA) 클럽월드컵 결승전’에서 아프리카 챔피언 TP 마젬베(콩고민주공화국)를 3대 0으로 꺾고 우승컵을 안았다. 검은색과 파란색 유니폼을 입은 인터밀란 선수들과 라파엘 베니테스(스페인· 50) 감독은 우승의 기쁨을 만끽했다.
인터밀란은 5시즌 연속 리그 우승이라는 기록과 2009-2010년에 트리플(리그 우승, 이탈리아컵, 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 달성이라는 기록을 세운 팀. 그렇지만 이번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에서는 조 2위로 16강에 올랐으며, 자국 리그인 세리에A에서는 승점 1위인 영원한 라이벌 AC밀란에 무려 13점이나 뒤떨어지면서 7위에 머물러 있다. 다른 상위권 팀들에 비해 두 경기를 못 채운 상태이긴 하지만 모두 이겨도 공동 5위. 그래서일까. 이날 우승을 놓고 이탈리아 신문들은 ‘당연한 것’ ‘잘해야 본전’이라는 식으로 비아냥댔다. 게다가 2~3명의 감독 이름까지 거론해가며 감독 경질을 기정사실화했다.
이런 분위기는 우리 정서로 볼 때 참으로 야박하기 짝이 없다. 인터밀란 구단주는 석유재벌인 마시모 모라티(이탈리아·65)로 1995년에 팀을 인수했다. 그 후 매년 인터밀란에 막대한 금액을 투자해 로베르토 바조, 크리스티안 비에리, 호나우두 등 세계적인 선수를 영입했지만 우승 문턱에도 접근하지 못할 때가 많았다. ‘조금 더 참아볼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감독에게 애틋한 마음을 가지는 사람도 많다.
그런데 구단주의 심정을 고려하면서 상황의 면면을 살펴보면 문제는 달라진다. 구단주 모라티는 10년 동안 천문학적인 투자와 무너지는 자존심을 감내하며 현재의 팀 컬러를 만들었다. 예컨대 인터밀란 ‘베스트11’은 각자의 포지션에서 봤을 때 개개인의 실력 면에서는 어느 팀 선수보다 출중하다. 그런데 왜 성적이 좋지 않을까? 이것은 그들이 실력에 대한 자만심이 커 물과 기름처럼 호흡이 맞지 않기 때문이다. 이러한 선수들을 축구장에서 하나의 작품으로 만드는 사람이 바로 감독이다.
2010년 6월 리버풀에서 옮겨와 인터밀란의 지휘봉을 잡은 베니테스 감독은 비록 프리미어리그에서 인정을 받았다고는 하지만, 영광의 트리플을 달성한 전임 감독들의 성과를 무시했다는 평가가 많다. 10시즌 이상을 치르는 동안 여러 전임자가 시행착오를 거치며 이루어놓은 팀의 색깔을, 또 레알 마드리드로 둥지를 옮긴 조제 모리뉴(포르투갈·47) 감독이 치밀한 노력 끝에 이룬 팀워크를 자신의 스타일을 강조하면서 뒤흔들었다. 대표적 사례가 강하게 전방을 압박하는 공격 축구를 만들기 위해 견고하기로 소문난 최전방 수비라인을 전진시킨 것. 그 결과 패스는 엉성해지고 선수들은 자주 부상을 당했다. 상대를 두려움에 떨게 하던 조직력이 무너지면서 선수들 개개인의 능력도 빛을 잃었다. 공격은 공격대로 수비는 수비대로, 마치 맞지 않는 축구화를 신고 뛰는 것처럼 돼버렸다.
노련한 감독은 강한 도전과 변화, 개혁을 부르짖으면서도 팀을 성숙시켜 나간다. 반면에 조급한 감독은 선수들을 고려하지 않고 자기 스타일로 팀 컬러를 바꾸어 부작용을 낳는다. 축구는 죽어 있는 사물이 아니다. 생명력 넘치는 선수 개개인의 능력을 결합해 11명의 능력을 더한 것 이상으로 만들어내는 것이 축구다. 그러자면 감독은 자신의 고집과 생각을 관철할 것이 아니라 선수의 자질, 능력, 개성 등에 자신을 맞추어야 한다.
* 황승경 단장은 이탈리아 노베 방송국에서 축구 전문 리포터로 활약한 축구 마니아다.
인터밀란은 5시즌 연속 리그 우승이라는 기록과 2009-2010년에 트리플(리그 우승, 이탈리아컵, 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 달성이라는 기록을 세운 팀. 그렇지만 이번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에서는 조 2위로 16강에 올랐으며, 자국 리그인 세리에A에서는 승점 1위인 영원한 라이벌 AC밀란에 무려 13점이나 뒤떨어지면서 7위에 머물러 있다. 다른 상위권 팀들에 비해 두 경기를 못 채운 상태이긴 하지만 모두 이겨도 공동 5위. 그래서일까. 이날 우승을 놓고 이탈리아 신문들은 ‘당연한 것’ ‘잘해야 본전’이라는 식으로 비아냥댔다. 게다가 2~3명의 감독 이름까지 거론해가며 감독 경질을 기정사실화했다.
이런 분위기는 우리 정서로 볼 때 참으로 야박하기 짝이 없다. 인터밀란 구단주는 석유재벌인 마시모 모라티(이탈리아·65)로 1995년에 팀을 인수했다. 그 후 매년 인터밀란에 막대한 금액을 투자해 로베르토 바조, 크리스티안 비에리, 호나우두 등 세계적인 선수를 영입했지만 우승 문턱에도 접근하지 못할 때가 많았다. ‘조금 더 참아볼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감독에게 애틋한 마음을 가지는 사람도 많다.
그런데 구단주의 심정을 고려하면서 상황의 면면을 살펴보면 문제는 달라진다. 구단주 모라티는 10년 동안 천문학적인 투자와 무너지는 자존심을 감내하며 현재의 팀 컬러를 만들었다. 예컨대 인터밀란 ‘베스트11’은 각자의 포지션에서 봤을 때 개개인의 실력 면에서는 어느 팀 선수보다 출중하다. 그런데 왜 성적이 좋지 않을까? 이것은 그들이 실력에 대한 자만심이 커 물과 기름처럼 호흡이 맞지 않기 때문이다. 이러한 선수들을 축구장에서 하나의 작품으로 만드는 사람이 바로 감독이다.
2010년 6월 리버풀에서 옮겨와 인터밀란의 지휘봉을 잡은 베니테스 감독은 비록 프리미어리그에서 인정을 받았다고는 하지만, 영광의 트리플을 달성한 전임 감독들의 성과를 무시했다는 평가가 많다. 10시즌 이상을 치르는 동안 여러 전임자가 시행착오를 거치며 이루어놓은 팀의 색깔을, 또 레알 마드리드로 둥지를 옮긴 조제 모리뉴(포르투갈·47) 감독이 치밀한 노력 끝에 이룬 팀워크를 자신의 스타일을 강조하면서 뒤흔들었다. 대표적 사례가 강하게 전방을 압박하는 공격 축구를 만들기 위해 견고하기로 소문난 최전방 수비라인을 전진시킨 것. 그 결과 패스는 엉성해지고 선수들은 자주 부상을 당했다. 상대를 두려움에 떨게 하던 조직력이 무너지면서 선수들 개개인의 능력도 빛을 잃었다. 공격은 공격대로 수비는 수비대로, 마치 맞지 않는 축구화를 신고 뛰는 것처럼 돼버렸다.
노련한 감독은 강한 도전과 변화, 개혁을 부르짖으면서도 팀을 성숙시켜 나간다. 반면에 조급한 감독은 선수들을 고려하지 않고 자기 스타일로 팀 컬러를 바꾸어 부작용을 낳는다. 축구는 죽어 있는 사물이 아니다. 생명력 넘치는 선수 개개인의 능력을 결합해 11명의 능력을 더한 것 이상으로 만들어내는 것이 축구다. 그러자면 감독은 자신의 고집과 생각을 관철할 것이 아니라 선수의 자질, 능력, 개성 등에 자신을 맞추어야 한다.
* 황승경 단장은 이탈리아 노베 방송국에서 축구 전문 리포터로 활약한 축구 마니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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