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현대미술의 흐름을 알 수 있는 M50 창의원.
공장 굴뚝까지 현대 예술작품
베이징의 예술구란 명칭은 남부 상하이로 내려오면서 창의원으로 바뀌었다. 상하이에는 2000년대 초부터 예술가의 창작촌이 자발적으로 생겨났다. 산업화가 진행되면서 상하이 시내에 있던 공장들이 땅값이 저렴한 지방으로 이동하고, 그 자리에 창의원이 세워진 것. 2000년대 중반부터 시에서 이를 정책적으로 육성하자, 창의원은 상하이 전역으로 확대됐다. 현재 창의원이란 이름을 가진 곳이 70여 개에 이른다.
상하이 남부를 가로지르는 쑤저우강 일대 모간산루에 자리한 M50. 과거 모간산루 일대는 공장지대였다. 물론 지금은 높은 빌딩 사이로 빼꼼히 얼굴을 내민 붉은색 공장 굴뚝만이 과거의 모습을 알려주지만. ‘모간산루’라고 적힌 표지판 뒤로 각종 화랑이 들어선 붉은색 벽돌 건물이 줄지어 있다.
M50이 상하이를 대표하는 예술구임에도 필자가 방문했을 때는 한산했다. 그런데 입구를 지나 건물 안으로 들어가자 일순 장면이 바뀌었다. 예스러움이 묻어나는 벽돌 건물 내부에 중국 현대미술을 대표하는 다양한 작품이 걸려 있었던 것. 공장을 개조해 얼기설기 만든 전시실 내부, 건물 외벽에 붙인 전시 안내 포스터, 전시실을 알리는 간판, 작업실 뒤편에 아무렇게나 걸어놓은 빨래 등 모든 것이 하나의 예술작품처럼 느껴졌다. 무질서와 혼돈이 가득한 공간이지만 묘하게 정돈된 분위기였다.
M50에서는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등 세계 17개 국가에서 온 예술가 130여 명이 작품 활동을 벌이고 있다. 순수예술 작품뿐 아니라 사진, 디자인, 애니메이션 등 다양한 장르의 응용예술 작품도 이곳에서 만들어진다. 또 여러 블록으로 나뉘어 다양한 초대전과 이벤트가 열리는데, 대부분 무료다. 이곳에서 중국 현대미술의 경향을 어렴풋이 알 수 있었다. 필자가 전시를 보는 내내 중국인 단체 관광객들이 전시장을 찾았다. 해외에서 일기 시작한 중국 현대미술에 대한 관심이 국내까지 확대된 것. 단순히 미술품이 좋아서 방문한 사람도 있겠지만, 대부분은 투자 목적으로 미술품을 구입하기 위해 찾았다.
민가와 예술구가 혼재하는 모습이 특히 매력적인 톈쯔팡.
상하이에서는 이와 같은 건축 양식을 ‘스쿠먼’이라 한다. 19세기 후반부터 20세기 초까지 상하이 일대에 대단위로 지어진 스쿠먼 양식의 집합주택은 과거엔 불편함과 낙후의 상징이었지만 지금은 전통과 현대의 조화로 여겨지고 있다. 상하이에서 가장 인기 있는 지역인 신톈디(新天地)도 1920~1930년대 지어진 집합주택을 재개발해 태어났다. 마찬가지로 예술가들의 창작촌 톈쯔팡이 들어선 곳도 스쿠먼 양식의 주택이 밀집한 곳이다.
상하이에 세워진 70여 개의 창의원은 오래된 건물을 개조해 만들었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 중 톈쯔팡은 제법 규모가 큰 편에 속한다. 또 M50을 비롯한 다른 창의원이 주변 민가에서 떨어진 독립적인 공간이라면 톈쯔팡은 민가와 예술구가 혼재한다는 게 특징이다. 톈쯔팡에서 현재 세계 26개국에서 온 예술가가 작품 활동을 펼치고 있다. 작품 활동을 하는 예술가와 이들의 작품을 전시하는 공간을 거리 곳곳에서 만날 수 있다. 하지만 골목 하나만 벗어나면 건물 사이에 장대를 걸어 빨래를 널거나 푸성귀를 다듬는 중국 서민들의 생활 모습이 나타난다. 골목 곳곳을 누비는 재미가 남다른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필자는 상하이에서 가장 재미있는 곳으로 M50과 톈쯔팡을 꼽는다. 개발 전 작은 어촌 마을이었던 때의 상하이와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메트로폴리탄 상하이 모습 모두를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곳에선 전통과 모던, 성장과 보존이 대결하는 게 아니라 묘하게 공존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