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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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하는 유부남 성별 정정 신청

  • 최강욱 법무법인 청맥 변호사

    입력2014-10-06 13:5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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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전환자(트랜스젠더)에 대한 법원의 판단이 가끔씩 화제가 된다. 우리 사회는 과거보다 진일보한 차원에서 성적 소수자의 문제를 바라보기 시작했고, 그 인권을 보장하고자 느리지만 진전된 발걸음을 거듭해왔다.

    대법원은 2006년 전원합의체 결정을 통해 “호적상 여성으로 등재돼 있으나, 오랜 기간 남성으로 살다 성전환수술을 받아 남성의 외부 성기와 신체 외관을 갖춘 사람이 호적 정정 및 개명 신청을 한 사안에서, 사회통념상 남성으로 평가될 수 있는 성전환자에 해당함이 명백하다”면서 호적 정정을 허용하는 기념비적 판례를 남겼다.

    이후 성전환자의 호적 정정 신청이 이어지자 판례가 좀 더 많은 사례에 관한 판단을 하기 시작했다. 2011년 대법원은 전원합의체 결정에서 다수 의견으로 “성전환자가 혼인 중에 있거나 미성년자인 자녀가 있는 경우, 가족관계등록부에 기재된 성별을 정정해 배우자나 미성년자인 자녀의 법적 지위와 그에 대한 사회적 인식에 곤란을 초래하는 것까지 허용할 수는 없으므로, 현재 혼인 중에 있거나 미성년자인 자녀를 둔 성전환자의 성별 정정은 허용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이에 대해 대법관 2명은 “미성년 자녀가 있다는 것이 성별 정정을 불허하는 독자적 요건이 될 수는 없다”며 반대의견을 냈고, 또 다른 대법관 3명은 “현재 혼인 중에 있다는 사정도 성별 정정 불허의 독자적 요건으로 봐서는 안 된다”는 다른 차원의 반대의견을 냈다. 다수 의견이 인권을 기준으로 한 판단이 아니라는 게 소수 의견의 주된 이유였다.

    그런데 최근 이 기준을 시험하는 다른 차원의 성별 정정 신청 사건이 제기됐다. 대기업에 다니던 유부남 A씨는 자신의 성정체성을 여성으로 인식하며 종종 화장을 하고 여성복을 입었다. 결국 아내와 갈등 끝에 이혼했지만 재산을 다 줄 테니 어린 아들을 맡아달라는 요청을 아내가 거절해 아들과 같이 살았다. 그렇게 이혼하고 10년이 지나자 아내가 아들을 데려가 함께 살았고, 이윽고 A씨는 성별 정정 신청을 낸 것이다.



    이에 법원은 가족의 동의 여부를 물었다. 아들은 과거를 회상하며 자신을 ‘피해자’라고 했다. “여자로 변하는 아버지 모습은 감당하기 어려운 공포였다”고도 했다. 아울러 아버지 성별이 바뀔 경우 가족관계등록부상 부모가 모두 여성으로 기재돼 앞으로 사회생활에서 불이익을 당할까 걱정했다. 결국 성소수자의 행복을 우선시할 것이냐 부모로서의 책임을 강조할 것이냐 등 가치 판단이 재판부 몫으로 남았다.

    A씨 사건의 경우 당사자가 이혼해 혼인 중이 아니고 자녀도 미성년자가 아니었기에 앞서 소개한 대법원 판례와 다르게 판단할 여지가 있었다. 판례가 내세운 ‘소극적 요건’에는 모두 해당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러나 사건을 맡은 인천지방법원 재판부는 A씨가 낸 가족관계등록부 정정 신청을 기각했다. 다른 성전환자의 사례들과 달리 결혼해 장성한 아들까지 둔 A씨의 사례가 특이하고 모친, 전처와 아들이 모두 반대했다는 것이 이유였다.

    화장하는 유부남 성별 정정 신청
    당사자가 불복해 상급심이 진행되는지는 알 수 없지만 만일 상급심이 진행된다면 다시 대법원의 고심이 깊어질 것 같다. 스스로 세운 기준이 있었고 그 기준의 결함을 지적한 소수 의견이 있었던 바, 대법원이 향후 어떤 결정을 할지 주목된다. 로마시대부터 나폴레옹시대까지 인간은 자신의 모든 행동을 법으로 규율하려는 시도를 계속했지만 결국 실패했다. 그만큼 우리 삶은 다양하고 다채로우니 다수 통념을 앞세워 하나의 질서만을 강요하지 말라는 신의 뜻이 있었던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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