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김부선 씨가 폭행 사건에 연루되면서 아파트 관리비 문제에 새삼 관심이 쏠리고 있다. 초기에 단순 폭행으로 알려졌던 이 사건은 김씨가 자신이 사는 서울 옥수동 한 아파트의 난방비 비리 문제를 지적하면서 촉발됐다. 서울 성동경찰서 수사 결과, 2011년 9월부터 2013년 11월 말까지 27개월 동안 김씨가 사는 아파트 536가구에 부과된 난방비 1만4472건 중 한겨울 난방비가 0원인 사례가 300건, 9만 원 이하인 경우가 2398건인 것으로 드러났다. 계량기가 일부 고장 났다고 하기엔 적발된 규모가 크다.
입주민들 관리비 감시가 중요
불투명한 아파트 관리비 문제는 예전부터 계속 지적돼왔다. 송주열 아파트비리척결운동본부 대표(사진)는 “김부선 씨 사건은 약과다. 전국 3만4000여 아파트 단지는 입주자대표회의, 관리사무소, 위탁관리업체 등이 끈끈하게 엮인 정치판”이라고 비판했다. 송 대표는 2007년 시민단체 아파트비리척결운동본부를 설립, 운영해오고 있다. 그는 “아파트 관리비 문제의 본질을 봐야 하는데 ‘연예인 폭행’에 초점을 맞춘 일부 선정적 보도가 안타깝다”며 “입주민 스스로 관리비에 대해 알려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주택법 시행령 제55조에 따르면 입주민은 아파트 관리사무소 회계자료와 회의록을 열람하거나 복사할 권리가 있다. 하지만 대부분 생업이 바쁘다는 이유로 이 권리를 행사하지 않는다. 따라서 관리비 지출 명세는 입주자대표회의와 위탁관리업체 등만 알 수 있는 ‘성역’이 된 지 오래다. 이런 상황에서 아파트 공사비를 부풀려 입주민에게 내게 하고 차액을 몰래 챙기는 일 등이 비일비재하다.
송 대표는 “입주자가 수선유지비 등 관리비 명세서에 나오는 용어를 잘 모르다 보니 이를 악용하는 사례도 많다”고 지적했다. 수선유지비는 건물의 유지 및 보수에 쓰는 비용으로, 규모가 작은 공사비나 각종 점검비가 이에 해당한다.
이와 구분되는 장기수선충당금은 외벽 도색, 승강기 교체, 옥상 방수 공사 등에 사용한다. 수선유지비보다 규모가 크고 주로 건물 수명을 늘리려고 적립하는 자금이다. 세입자가 아닌 소유주가 내야 하며, 세입자가 낸 경우에는 추후 소유주가 금액을 반환해야 한다. 그러나 일부 아파트에서는 수선유지비로 처리할 대상을 장기수선충당금으로 처리하거나, 그 반대로 하는 경우가 있다.
아파트를 옮겨 다니며 비리를 저지르는 ‘꾼’들이 활개 친다는 이야기도 돈다. 한 아파트에서 입주자대표회의 임원을 맡고 임기가 끝나면 일부러 다른 아파트로 이사해 또 출마하는 식이다. 경기 파주운정신도시의 한 아파트 주민은 “입주한 지 2년밖에 안 된 우리 아파트도 입주자대표회의 선거로 말썽이 많았다. 임원은 무보수 명예직인데 굳이 봉사하겠다고 다툼까지 벌이는 이유가 뭐겠는가”라고 말했다.
송 대표는 수도권 지역 한 아파트의 사례를 소개했다. 2011년 이 아파트 지하주차장에 발광다이오드(LED) 조명을 설치하는 안이 의결됐고 3개 업체가 경쟁했다. 각각 공사비로 1억5000만 원, 2억9000만 원, 4억1000만 원을 제시했는데 이 중 낮은 금액을 제시한 2개 업체가 서류 미비를 이유로 탈락하고 최고가인 4억1000만 원에 공사가 낙찰됐다. 당시 입주자대표회의 측은 아파트 주민의 의견을 묻지 않고 캐피털사에서 35개월 할부로 돈을 빌렸다. 이후 상환해야 할 금액은 이자 5000만 원까지 더한 총 4억6000만 원이 됐고, 이 비용은 장기수선충당금이 아닌 일반 관리비에 부과됐다. 이 아파트는 올해 7월 대출금 상환을 마쳤지만 의혹은 커지고 있다.
한편 아파트 관리비를 투명하게 관리하려는 움직임도 커지고 있다. 아파트비리척결운동본부는 2012년 10월부터 4개월간 서울시와 함께 ‘아파트 관리비 내리기 마을공동체 사업’을 진행했다. 회계사와 세무사 자격증이 있는 주민이 입주자대표회의에 참여하고, 각 아파트 단지 실태를 정확히 파악하는 컨설턴트를 고용해 관리비 절감을 추진한 것이다. 서울 송파구, 노원구, 도봉구, 중랑구 등 11개 자치구 11개 아파트가 시범단지로 참여해 시 평균보다 관리비를 3% 낮추는 성과를 거뒀다. 특히 동대문구 창신동 두산아파트는 지난해 1월 관리비를 6% 절감했다.
가장 중요한 집, 모두가 나서야
정부도 6월부터 공사비 부풀리기를 방지하고자 공사·용역 계약서를 아파트 인터넷 홈페이지에 공개하게 하고, 비리가 의심되는 경우 입주민 30% 이상의 요청에 따라 감사할 수 있게 하는 등 감독을 강화했다. 내년부터는 300가구 이상이 사는 아파트는 매년 외부 회계사의 감사를 받고, 아파트 관리업체나 용역업체를 선정할 때 전자입찰제를 의무화해 계약 과정이 좀 더 투명해질 수 있게 했다. 300가구 미만 아파트 단지는 한국공인회계사회 감사반연합회가 무료 감사와 컨설팅을 할 예정이다.
송 대표는 이러한 변화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 ‘공동주택관리청’ 신설 등 추가적인 조치도 제안했다.
“현재로서는 아파트 비리 의혹이 불거져도 주민끼리 고소, 고발을 하는 것 외에는 처리할 방법이 없습니다. 입주민 사이의 갈등이 감정싸움이 되기 전 즉시 해소해주는 창구가 필요한 거죠. 아파트 관리비 운용과 회계에 전문성을 갖춘 공무원과 입주자가 함께 감시하는 체계를 갖추는 게 좋습니다. 힘 있는 조직이 되도록 사법권도 부여해야 합니다. 그것이 사회적 비용을 줄이고 공동체를 활성화하는 길입니다.”
송 대표는 주민 스스로가 아파트 관리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본업이 스크린골프 설치기사인 송 대표는 2006년 자신이 살던 경기 파주시의 한 아파트 현관 처마가 무너진 사건을 계기로 이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게 됐다고 한다.
“무너진 잔해를 보니 철근이 아예 없더군요. 건설업체에 항의하려 하는데 동대표가 오히려 건설업체를 감싸는 겁니다. 아무래도 이상하다 싶어 주민들에게 알린 것이 시작이 돼 여기까지 왔습니다. 그동안 협박도 많이 받았지만 아파트 관리 비리를 상담하는 사람도 부쩍 늘었습니다.”
송 대표가 운영하는 온라인 카페 ‘아파트비리척결운동본부’(cafe.daum.net/casa114)에는 아파트 비리 사례별 대처 방안이 제시돼 있다. 그는 “의식주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게 집 아니냐”며 “아파트 관련 비리를 밝히고 근절하는 데 정부가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서 국민 모두가 안심하고 행복하게 살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입주민들 관리비 감시가 중요
불투명한 아파트 관리비 문제는 예전부터 계속 지적돼왔다. 송주열 아파트비리척결운동본부 대표(사진)는 “김부선 씨 사건은 약과다. 전국 3만4000여 아파트 단지는 입주자대표회의, 관리사무소, 위탁관리업체 등이 끈끈하게 엮인 정치판”이라고 비판했다. 송 대표는 2007년 시민단체 아파트비리척결운동본부를 설립, 운영해오고 있다. 그는 “아파트 관리비 문제의 본질을 봐야 하는데 ‘연예인 폭행’에 초점을 맞춘 일부 선정적 보도가 안타깝다”며 “입주민 스스로 관리비에 대해 알려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주택법 시행령 제55조에 따르면 입주민은 아파트 관리사무소 회계자료와 회의록을 열람하거나 복사할 권리가 있다. 하지만 대부분 생업이 바쁘다는 이유로 이 권리를 행사하지 않는다. 따라서 관리비 지출 명세는 입주자대표회의와 위탁관리업체 등만 알 수 있는 ‘성역’이 된 지 오래다. 이런 상황에서 아파트 공사비를 부풀려 입주민에게 내게 하고 차액을 몰래 챙기는 일 등이 비일비재하다.
송 대표는 “입주자가 수선유지비 등 관리비 명세서에 나오는 용어를 잘 모르다 보니 이를 악용하는 사례도 많다”고 지적했다. 수선유지비는 건물의 유지 및 보수에 쓰는 비용으로, 규모가 작은 공사비나 각종 점검비가 이에 해당한다.
이와 구분되는 장기수선충당금은 외벽 도색, 승강기 교체, 옥상 방수 공사 등에 사용한다. 수선유지비보다 규모가 크고 주로 건물 수명을 늘리려고 적립하는 자금이다. 세입자가 아닌 소유주가 내야 하며, 세입자가 낸 경우에는 추후 소유주가 금액을 반환해야 한다. 그러나 일부 아파트에서는 수선유지비로 처리할 대상을 장기수선충당금으로 처리하거나, 그 반대로 하는 경우가 있다.
아파트를 옮겨 다니며 비리를 저지르는 ‘꾼’들이 활개 친다는 이야기도 돈다. 한 아파트에서 입주자대표회의 임원을 맡고 임기가 끝나면 일부러 다른 아파트로 이사해 또 출마하는 식이다. 경기 파주운정신도시의 한 아파트 주민은 “입주한 지 2년밖에 안 된 우리 아파트도 입주자대표회의 선거로 말썽이 많았다. 임원은 무보수 명예직인데 굳이 봉사하겠다고 다툼까지 벌이는 이유가 뭐겠는가”라고 말했다.
송 대표는 수도권 지역 한 아파트의 사례를 소개했다. 2011년 이 아파트 지하주차장에 발광다이오드(LED) 조명을 설치하는 안이 의결됐고 3개 업체가 경쟁했다. 각각 공사비로 1억5000만 원, 2억9000만 원, 4억1000만 원을 제시했는데 이 중 낮은 금액을 제시한 2개 업체가 서류 미비를 이유로 탈락하고 최고가인 4억1000만 원에 공사가 낙찰됐다. 당시 입주자대표회의 측은 아파트 주민의 의견을 묻지 않고 캐피털사에서 35개월 할부로 돈을 빌렸다. 이후 상환해야 할 금액은 이자 5000만 원까지 더한 총 4억6000만 원이 됐고, 이 비용은 장기수선충당금이 아닌 일반 관리비에 부과됐다. 이 아파트는 올해 7월 대출금 상환을 마쳤지만 의혹은 커지고 있다.
한편 아파트 관리비를 투명하게 관리하려는 움직임도 커지고 있다. 아파트비리척결운동본부는 2012년 10월부터 4개월간 서울시와 함께 ‘아파트 관리비 내리기 마을공동체 사업’을 진행했다. 회계사와 세무사 자격증이 있는 주민이 입주자대표회의에 참여하고, 각 아파트 단지 실태를 정확히 파악하는 컨설턴트를 고용해 관리비 절감을 추진한 것이다. 서울 송파구, 노원구, 도봉구, 중랑구 등 11개 자치구 11개 아파트가 시범단지로 참여해 시 평균보다 관리비를 3% 낮추는 성과를 거뒀다. 특히 동대문구 창신동 두산아파트는 지난해 1월 관리비를 6% 절감했다.
가장 중요한 집, 모두가 나서야
2012년 진행된 ‘아파트 관리비 내리기 마을공동체 사업’ 사례집과 서울시 공동주택관리규약 준칙.
송 대표는 이러한 변화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 ‘공동주택관리청’ 신설 등 추가적인 조치도 제안했다.
“현재로서는 아파트 비리 의혹이 불거져도 주민끼리 고소, 고발을 하는 것 외에는 처리할 방법이 없습니다. 입주민 사이의 갈등이 감정싸움이 되기 전 즉시 해소해주는 창구가 필요한 거죠. 아파트 관리비 운용과 회계에 전문성을 갖춘 공무원과 입주자가 함께 감시하는 체계를 갖추는 게 좋습니다. 힘 있는 조직이 되도록 사법권도 부여해야 합니다. 그것이 사회적 비용을 줄이고 공동체를 활성화하는 길입니다.”
송 대표는 주민 스스로가 아파트 관리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본업이 스크린골프 설치기사인 송 대표는 2006년 자신이 살던 경기 파주시의 한 아파트 현관 처마가 무너진 사건을 계기로 이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게 됐다고 한다.
“무너진 잔해를 보니 철근이 아예 없더군요. 건설업체에 항의하려 하는데 동대표가 오히려 건설업체를 감싸는 겁니다. 아무래도 이상하다 싶어 주민들에게 알린 것이 시작이 돼 여기까지 왔습니다. 그동안 협박도 많이 받았지만 아파트 관리 비리를 상담하는 사람도 부쩍 늘었습니다.”
송 대표가 운영하는 온라인 카페 ‘아파트비리척결운동본부’(cafe.daum.net/casa114)에는 아파트 비리 사례별 대처 방안이 제시돼 있다. 그는 “의식주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게 집 아니냐”며 “아파트 관련 비리를 밝히고 근절하는 데 정부가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서 국민 모두가 안심하고 행복하게 살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