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세계에서 그 중요성에 비해 과소평가되거나 심지어 도외시되는 것이 바로 ‘분산투자’다. 투자를 주제로 한 거의 모든 책에 빠짐없이 등장하고, 전문가라는 사람들이 이구동성으로 말하는 게 분산투자다. 그러나 정작 개인투자자가 또렷한 목적 의식을 갖고 ‘분산’해서 자산을 ‘투자’하는 경우는 많지 않은 듯하다.
나이타후족의 25.3% 투자 성적표
올봄 분산투자 위력을 실감하는 기사를 인상 깊게 읽은 적이 있다. 뉴질랜드 원주민인 마오리족(族) 가운데 남(南)섬에 사는 나이타후족에 관한 내용이었다. 1998년 나이타후족은 뉴질랜드 정부로부터 과거 백인 중심 통치에 대한 사과 차원에서 1억7000만 뉴질랜드달러(약 1500억 원)를 지원금으로 받았다. 이 돈을 두고 부족회의가 열렸다. 부족 5만 명에게 나눠주면 1인당 300만 원씩 돌아갈 수 있는 돈이었다. 그러나 이들은 이 돈을 분배하지 않고 부족의 미래를 위해 쓰기로 결정했다. 기금을 만들어 거기서 나오는 수익을 배당하기로 한 것이다. 부족회의에서 기금을 만들기로 결정한 뒤 15년이란 시간이 흘렀다. 그새 종잣돈 1500억 원은 6배로 늘어났다. 2013년에도 이 기금은 25.3%라는 빼어난 투자 성적표를 기록했다.
이들이 이렇게 뛰어난 성과를 기록한 이유는 무엇일까.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그중 하나가 분산투자다. 나이타후족의 2013년 포트폴리오를 보면 부동산 61%, 주식 및 사모펀드 22%, 관광산업 9%, 수산업 8%로 구성돼 있다. 부동산의 경우 주거·상업용 부동산과 농지에 투자했다. 산림에도 투자했다.
분산투자는 한마디로 여러 자산에 나눠 투자하는 것이다. 자산배분이라고도 표현할 수 있다. 자산배분은 투자 수익의 중요한 원천 중 하나다. 투자 수익의 원천은 크게 마켓 타이밍, 종목 선택, 자산배분으로 나눌 수 있다. 이를 수식으로 표현하면 ‘투자 수익=마켓 타이밍+종목 선택+자산배분’이 된다.
마켓 타이밍은 시장 움직임을 예측해 사고팔거나 자산 간 비중을 조절하는 것이다. 개인투자자가 가장 많이 현혹되고, 열광하는 방법이다. 마켓 타이밍 전략은 그 열광에 비례해 패배자도 양산한다. 종목 선택은 말 그대로 가격이 오를 만한 주식이나 부동산을 족집게처럼 골라내는 것이다. 당연한 얘기지만 종목 선택을 탁월하게 할 줄 아는 능력이 있다면 금세 부자가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자산배분이다. 자산배분은 주식이나 채권, 부동산 등 여러 자산에 투자 금액을 할당하는 방법이다. 1억 원이 있다면 3000만 원은 주식, 4000만 원은 채권, 3000만 원은 부동산 펀드 등으로 나눠 투자하는 방식이다.
이 3가지 중 자산배분을 투자 전략의 핵심으로 삼아야 하는 이유는 뭘까. 투자자는 대부분 자연스럽게 마켓 타이밍이나 종목 선택을 핵심 전략으로 삼는다. 정확히 말해 자신도 알지 못하는 사이 이 2가지 전략을 핵심으로 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에서 존경받는 개인투자자이자 투자컨설턴트인 윌리엄 번스타인은 이를 잘못된 전략이라 못 박는다. “당신은 마켓 타이밍을 맞추거나 개별 종목을 기가 막히게 선택할 수 없다. 당신의 투자 리스크와 수익률에 스스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소는 바로 자산배분이기 때문에 이를 투자 전략의 핵심으로 삼아야 한다.”
자산배분의 구루(Guru)로 꼽히는 인물이 미국 예일대 기금을 운용하는 데이비드 스웬센이다. 그는 1985년부터 예일대 기금 CIO(최고투자책임자)로 일하면서 연평균 약 15%의 투자수익률을 올렸다. 지난해에도 연 20% 수익률을 올려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는 전통적인 자산군인 주식과 채권, 부동산 외에도 헤지펀드, 프라이빗 에퀴티펀드 등 대안투자와 산림 등 실물투자로 투자 대상을 확대, 자산배분의 새 지평을 열었다고 평가받는다. 그는 또한 주식에 투자할 때 직접투자를 하지 않고 인덱스펀드나 액티브펀드를 활용한다. 종목 선택을 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개인투자자가 스웬센처럼 다양한 자산에 분산투자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일차적으로 마켓 타이밍이나 종목 선택이 핵심 전략이 아니라는 사실을 분명히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이런 투자 프레임(frame) 변경만으로도 투자를 대하는 태도는 크게 달라질 것이다. 투자 전략 중심에 어떤 것을 놓느냐에 따라 의사결정과 투자 결과는 크게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그다음으로 개인투자자가 해야 할 자산배분의 첫 단추는 전통적 자산으로 인식되는 주식과 채권(또는 예금)의 비중을 결정하는 것이다. 모든 투자 교과서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얘기지만 실제 투자 과정에선 아예 고려조차 되지 않는다. 비중 조절의 중요성을 제대로 인식하면, 투자 리스크와 수익률을 대하는 태도가 크게 달라질 것이다.
흔히 퇴직연금 같은 연금상품을 얘기할 때 빠지지 않는 것이 ‘안전성’ 문제다. 자동차만큼 안전성을 강조하는 게 연금이다. 그런데 문제는 안전성이 단순히 원금보전으로 해석된다는 데 있다. 투자에서 안전은 그 의미가 좀 복잡하다. 안전한 투자 상품은 상상 속에서나 존재할 뿐이다. 예금이 안전한가. 그렇지 않다. 인플레이션 리스크를 고려하면 때로 위험천만하다. 따라서 투자에서 더 중요한 것은 안전성이 아니라 ‘안정성’이다. ‘안정적으로 꾸준히 수익률을 창출할 수 있느냐’ ‘시장이 폭락할 때도 잘 방어할 수 있느냐’ 같은 질문이 필요하다. 이런 질문, 즉 안정성에 초점을 맞출 때 등장하는 것이 바로 분산투자이고 자산배분이다.
퇴직연금 94%가 원리금 보장형
퇴직연금을 사례로 보자. 현재 퇴직연금펀드는 주식을 40%까지만 편입할 수 있다. 달리 표현하면 주식 40, 채권 60으로 배분한다(이를 채권 혼합형 펀드라고 한다). 1995년부터 2014년까지 시점에 상관없이 10년 동안 월적립식으로 투자했다면, 10년 누적수익률은 최대 85.5%, 최소 24.2%가 될 것이다. 이를 월복리로 계산하면 최대 6.4%, 최소 2.2%이다(표 참조).
여기서 주식 비중을 70%로 늘리면 투자 성과는 더 좋아진다. 변동성도 큰 차이가 없다. 하지만 70% 이상 넘어서면 최대수익률은 높지만 변동성도 높아진다. 물론 과거 데이터이지만 주식 70, 채권 30으로 자산배분을 하더라도 10년 정도 투자하면 안정적이면서도 괜찮은 성과를 얻을 수 있다. 더욱이 이 기간은 1997년 말 외환위기, 신용카드사태, 글로벌 금융위기 등의 시기가 포함돼 있다. 자산배분은 약세장에서도 보호막 구실을 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현재 우리나라 퇴직연금은 94%가 원리금 보장형이다. 자산배분이 전혀 이뤄지지 않는다는 얘기다. 금리가 낮아질수록 자산배분을 하지 않으면 수익률을 높이기 어렵다. 자산배분은 초저금리 시대가 길어질수록 자산운용의 핵심 전략이 돼야 한다.
나이타후족의 25.3% 투자 성적표
올봄 분산투자 위력을 실감하는 기사를 인상 깊게 읽은 적이 있다. 뉴질랜드 원주민인 마오리족(族) 가운데 남(南)섬에 사는 나이타후족에 관한 내용이었다. 1998년 나이타후족은 뉴질랜드 정부로부터 과거 백인 중심 통치에 대한 사과 차원에서 1억7000만 뉴질랜드달러(약 1500억 원)를 지원금으로 받았다. 이 돈을 두고 부족회의가 열렸다. 부족 5만 명에게 나눠주면 1인당 300만 원씩 돌아갈 수 있는 돈이었다. 그러나 이들은 이 돈을 분배하지 않고 부족의 미래를 위해 쓰기로 결정했다. 기금을 만들어 거기서 나오는 수익을 배당하기로 한 것이다. 부족회의에서 기금을 만들기로 결정한 뒤 15년이란 시간이 흘렀다. 그새 종잣돈 1500억 원은 6배로 늘어났다. 2013년에도 이 기금은 25.3%라는 빼어난 투자 성적표를 기록했다.
이들이 이렇게 뛰어난 성과를 기록한 이유는 무엇일까.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그중 하나가 분산투자다. 나이타후족의 2013년 포트폴리오를 보면 부동산 61%, 주식 및 사모펀드 22%, 관광산업 9%, 수산업 8%로 구성돼 있다. 부동산의 경우 주거·상업용 부동산과 농지에 투자했다. 산림에도 투자했다.
분산투자는 한마디로 여러 자산에 나눠 투자하는 것이다. 자산배분이라고도 표현할 수 있다. 자산배분은 투자 수익의 중요한 원천 중 하나다. 투자 수익의 원천은 크게 마켓 타이밍, 종목 선택, 자산배분으로 나눌 수 있다. 이를 수식으로 표현하면 ‘투자 수익=마켓 타이밍+종목 선택+자산배분’이 된다.
마켓 타이밍은 시장 움직임을 예측해 사고팔거나 자산 간 비중을 조절하는 것이다. 개인투자자가 가장 많이 현혹되고, 열광하는 방법이다. 마켓 타이밍 전략은 그 열광에 비례해 패배자도 양산한다. 종목 선택은 말 그대로 가격이 오를 만한 주식이나 부동산을 족집게처럼 골라내는 것이다. 당연한 얘기지만 종목 선택을 탁월하게 할 줄 아는 능력이 있다면 금세 부자가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자산배분이다. 자산배분은 주식이나 채권, 부동산 등 여러 자산에 투자 금액을 할당하는 방법이다. 1억 원이 있다면 3000만 원은 주식, 4000만 원은 채권, 3000만 원은 부동산 펀드 등으로 나눠 투자하는 방식이다.
이 3가지 중 자산배분을 투자 전략의 핵심으로 삼아야 하는 이유는 뭘까. 투자자는 대부분 자연스럽게 마켓 타이밍이나 종목 선택을 핵심 전략으로 삼는다. 정확히 말해 자신도 알지 못하는 사이 이 2가지 전략을 핵심으로 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에서 존경받는 개인투자자이자 투자컨설턴트인 윌리엄 번스타인은 이를 잘못된 전략이라 못 박는다. “당신은 마켓 타이밍을 맞추거나 개별 종목을 기가 막히게 선택할 수 없다. 당신의 투자 리스크와 수익률에 스스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소는 바로 자산배분이기 때문에 이를 투자 전략의 핵심으로 삼아야 한다.”
자산배분의 구루(Guru)로 꼽히는 인물이 미국 예일대 기금을 운용하는 데이비드 스웬센이다. 그는 1985년부터 예일대 기금 CIO(최고투자책임자)로 일하면서 연평균 약 15%의 투자수익률을 올렸다. 지난해에도 연 20% 수익률을 올려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는 전통적인 자산군인 주식과 채권, 부동산 외에도 헤지펀드, 프라이빗 에퀴티펀드 등 대안투자와 산림 등 실물투자로 투자 대상을 확대, 자산배분의 새 지평을 열었다고 평가받는다. 그는 또한 주식에 투자할 때 직접투자를 하지 않고 인덱스펀드나 액티브펀드를 활용한다. 종목 선택을 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개인투자자가 스웬센처럼 다양한 자산에 분산투자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일차적으로 마켓 타이밍이나 종목 선택이 핵심 전략이 아니라는 사실을 분명히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이런 투자 프레임(frame) 변경만으로도 투자를 대하는 태도는 크게 달라질 것이다. 투자 전략 중심에 어떤 것을 놓느냐에 따라 의사결정과 투자 결과는 크게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그다음으로 개인투자자가 해야 할 자산배분의 첫 단추는 전통적 자산으로 인식되는 주식과 채권(또는 예금)의 비중을 결정하는 것이다. 모든 투자 교과서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얘기지만 실제 투자 과정에선 아예 고려조차 되지 않는다. 비중 조절의 중요성을 제대로 인식하면, 투자 리스크와 수익률을 대하는 태도가 크게 달라질 것이다.
흔히 퇴직연금 같은 연금상품을 얘기할 때 빠지지 않는 것이 ‘안전성’ 문제다. 자동차만큼 안전성을 강조하는 게 연금이다. 그런데 문제는 안전성이 단순히 원금보전으로 해석된다는 데 있다. 투자에서 안전은 그 의미가 좀 복잡하다. 안전한 투자 상품은 상상 속에서나 존재할 뿐이다. 예금이 안전한가. 그렇지 않다. 인플레이션 리스크를 고려하면 때로 위험천만하다. 따라서 투자에서 더 중요한 것은 안전성이 아니라 ‘안정성’이다. ‘안정적으로 꾸준히 수익률을 창출할 수 있느냐’ ‘시장이 폭락할 때도 잘 방어할 수 있느냐’ 같은 질문이 필요하다. 이런 질문, 즉 안정성에 초점을 맞출 때 등장하는 것이 바로 분산투자이고 자산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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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연금을 사례로 보자. 현재 퇴직연금펀드는 주식을 40%까지만 편입할 수 있다. 달리 표현하면 주식 40, 채권 60으로 배분한다(이를 채권 혼합형 펀드라고 한다). 1995년부터 2014년까지 시점에 상관없이 10년 동안 월적립식으로 투자했다면, 10년 누적수익률은 최대 85.5%, 최소 24.2%가 될 것이다. 이를 월복리로 계산하면 최대 6.4%, 최소 2.2%이다(표 참조).
여기서 주식 비중을 70%로 늘리면 투자 성과는 더 좋아진다. 변동성도 큰 차이가 없다. 하지만 70% 이상 넘어서면 최대수익률은 높지만 변동성도 높아진다. 물론 과거 데이터이지만 주식 70, 채권 30으로 자산배분을 하더라도 10년 정도 투자하면 안정적이면서도 괜찮은 성과를 얻을 수 있다. 더욱이 이 기간은 1997년 말 외환위기, 신용카드사태, 글로벌 금융위기 등의 시기가 포함돼 있다. 자산배분은 약세장에서도 보호막 구실을 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현재 우리나라 퇴직연금은 94%가 원리금 보장형이다. 자산배분이 전혀 이뤄지지 않는다는 얘기다. 금리가 낮아질수록 자산배분을 하지 않으면 수익률을 높이기 어렵다. 자산배분은 초저금리 시대가 길어질수록 자산운용의 핵심 전략이 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