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탄 증산과 전력 생산을 독려하는 북한 ‘노동신문’ 9월 29일자 1면.
9월 하순 이러한 사실을 한층 명확하게 보여주는 중국 해관총서(우리의 세관)의 수출통계가 업데이트됐다. 그에 따르면 8월까지도 대북 원유 수출은 여전히 제로를 기록했지만, 이번에는 석탄 수출량이 급등한 것. 7월 11만 달러 안팎에 불과하던 대북 석탄 수출은 8월 들어 579만 달러 수준으로 뛰어 50배 이상 늘어났다(그래프 참조). 1~7월 평균치인 89만 달러에 비해서도 7배 가까이 증가한 수치로, 649만 달러어치를 넘겨줬던 2011년 6월 이후 최대 물량이다. 이러한 급증세로 중국의 대북 에너지 수출량은 7월에 비해 2배 이상 증가했다.
중국의 석탄 공급량 급증은 북한이 장기간 이어진 가뭄으로 전력난을 겪는 것과 관계가 깊어 보인다. 북한은 수력발전량이 전체 발전량의 3분의 2에 육박할 정도로 의존도가 심한 국가. 그러나 올해 들어 ‘노동신문’이 ‘100년 만의 가뭄’이라는 표현을 쏟아낼 정도로 강수량이 부족해지면서 전력난 역시 심화되고 있다. 9월 17일 ‘자유아시아방송’은 수력발전소 저수지 수위가 낮아져 전력 생산에 차질이 빚어지는 바람에 9월 초 평양에서도 중심지를 제외한 대부분 지역에서 사흘간 정전이 이어졌다고 보도한 바 있다. 최근 ‘조선중앙TV’는 전력 부족 사태를 화력발전으로 만회하고자 각 탄광의 채굴사업을 독려하는 방송을 이어나가고 있다.
심각한 가뭄, 수력발전량 급감
8월 급증한 중국의 석탄 수출은 북한의 이러한 사정에 대한 중국 측 ‘배려’로 해석하기에 충분해 보인다. 증가한 수출량 대부분이 화력발전에 사용되는 역청탄(Bituminous Coal)이기 때문. ‘북·중 관계 악화로 베이징이 대북 에너지 밸브를 잠갔다’는 추측에 대한 또 하나의 반증인 셈이다. 올해 초 4차 핵실험을 둘러싼 갈등과 한중 정상회담을 계기로 평양과 베이징 사이의 기류가 이전과 사뭇 다른 것은 분명하지만, 여전히 중국은 북한이 심각한 위기에 봉착하는 것을 보고만 있지는 않는다는 뜻이다. 일각의 ‘희망 섞인 분석’과 달리 북·중 관계가 위기에 처했다고 판단하기 어려운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