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복합•총체적 의미 … 읽는 사람마다 느낌 달라
‘내 마음은 호수같이 맑다’라고 할 때 호수의 맑은 성질이 내 마음과 직접적으로 연관되기 때문에 직접적인 비유, 즉 직유가 된다. ‘내 마음은 호수다’라고 할 때는 호수의 어떤 성질이 내 마음과 연관되어 있는지 직접적으로 드러나 있지 않으므로 은유라고 한다. 개개인의 마음과 삶의 정황에 따라 내 마음과 연관시키는 호수의 성질이 달라질 수 있다. 그래서 은유는 상징처럼 좀더 복합적이고 총체적인 의미를 담고 있는 셈이다. 성경은 직유와 은유 등 갖가지 비유와 상징으로 가득한 책이다. 특히 노래 중의 노래, 문학 중의 문학이라 할 수 있는 ‘아가서’는 빼어난 비유와 상징으로 눈이 부실 지경이다. 사랑하는 대상의 신체 부위에 대한 비유들을 차례대로 살펴보기로 한다.
1) 머리와 머리카락에 관한 비유들 ‘머리는 갈멜산 같고 드리운 머리털은 자줏빛이 있으니 왕이 그 머리카락에 매이었구나.’(7:5) 갈멜은 히브리어로 농원, 정원, 과수원이라는 뜻이다. 갈멜산은 이스라엘 북쪽에 위치한 우람한 산이다. 머리가 갈멜산 같다고 한 것은 머리카락이 갈멜산의 숲처럼 풍성하여 치렁하게 드리워져 있는 형용을 가리키는 말이다. 그 머리털은 자줏빛으로 우아하기 그지없다. 왕이 사랑하는 여자에게 빠져 꼼짝하지 못하는 모습을 ‘왕이 그 머리카락에 매이었다’고 표현하고 있다. 요즈음 머리카락을 윤기 있게 해주는 샴푸 광고를 많이 보게 되는데 여기 아가서의 표현만큼 여성의 머리카락의 매력을 잘 드러내는 문구(카피)도 없을 것이다. 사랑하는 여인의 머리카락에 매여 꼼짝없이 끌려가는 남자의 모습을 영상으로 보여준다면 대단히 효과 있는 광고가 될지도 모른다.

‘네 머리털은 길르앗산 기슭에 누운 염소떼 같고.’(6:5) 여기서는 머리털을 산기슭에 한가로이 누워 있는 염소떼에 비유하고 있다. 아마도 머리털이 굽이굽이를 이루며 드리워진 형용에서 염소의 등을 떠올리고 이렇게 표현하고 있는 듯하다. 아니면 한없이 평온함을 주는 머리털을 이런 비유로 묘사했을 수도 있다. 이런 머리털을 가진 여자의 머리에 남자는 산기슭에 누워 있는 염소떼처럼 편안히 기대어 눕고 싶은 법이다.
2) 눈에 관한 비유들 ‘내 사랑아 너는 어여쁘고 어여쁘다 네 눈이 비둘기 같구나.’(1:15) ‘내 사랑 너는 어여쁘고도 어여쁘다 너울 속에 있는 네 눈이 비둘기 같고.’(4:1) 비둘기의 눈은 한 번에 한 곳만 바라본다. 비둘기는 동시에 여러 곳을 보느라 눈을 흘긋거리지 않는다. 시선이 언제나 안정되어 있다. 두 마음을 품은 자의 눈동자는 늘 불안하다. 맹자 선생도 눈과 마음의 관계를 다음과 같이 말한 적이 있다. ‘사람의 마음을 살펴보는 데는 눈동자보다 더 좋은 것이 없다. 눈동자는 능히 자기의 악을 엄폐하지 못한다. 마음이 올바르면 눈동자가 맑고(胸中正 則眸子瞭焉), 마음이 올바르지 못하면 눈동자가 흐려지게 마련이다. 그러므로 말을 주의 깊게 듣는 것뿐만 아니라 눈동자를 살펴봄으로써 사람의 마음 깊숙한 데까지 꿰뚫어볼 수가 있는 것이다.’ 남편을 두고도 다른 남자를 생각하는 아내의 눈은 차분하지 못하다. 아내를 두고도 다른 여자를 생각하는 남편의 눈은 들떠 있다. 그러나 한 사람만을 사랑하는 여자나 남자의 눈은 비둘기처럼 평온하고 맑다. 그 눈이 너울 속에 있으니 더욱 아름다울 수밖에 없다.

공동번역을 보면 ‘잇몸과 입술을 넘어 나오는 포도주 같은 단맛을 그대 입속에서 맛보게 해다오’라고 하였다. 사랑하는 연인의 입안에 고인 침이 오래 묵은 포도주처럼 달콤하여 그 침을 자꾸 들이켜고 싶다는 표현이다. 평상시에는 지저분하고 불결한 침마저 사랑이라는 묘약이 작용하면 질 좋은 포도주로 발효되는 셈이다. 입맞춤을 하는 자들만이 서로 사랑한다는 말이 있다. 성을 파는 여성들도 자기가 사랑하는 남자 외에는 입술을 주지 않는다. 입맞춤이 없는 부부관계는 합법적인 성매매라고 하면 지나친 표현일까. 아무튼 입맞춤을 통하여 사랑을 확인해가는 과정이 없이는 그 사랑이 무르익을 수 없는 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