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아침 눈을 떠보니 유명해져 있었다.” 스물네 살 때 쓴 장편 서사시 ‘차일드 해럴드의 편력(Childe Harold’s pilgrimage)’으로 일약 영국 최고의 명사가 된 시인 바이런은 자신도 모르는 새 바뀌어버린 스스로의 위상에 놀라워하며 이렇게 일기장에 적었다.
바이런이 놀랄 만도 했다. 선천적인 장애로 다리를 절었고, 첫 시집은 평단의 혹평을 받았는데 일약 ‘19세기 최고의 천재’(괴테)이자 사교계의 총아가 되었으니. 누구나 바이런을 만나고 싶어했고, 해골에 물을 담아 마시거나 급격한 조울증 증세를 보이는 기행조차 시인의 ‘낭만적 일탈’로 포장됐다.
셀레브리티(celebrity·유명인사)의 매력은 여기에 있다. 일단 명사의 반열에 오르면 셀레브리티를 둘러싼 세상은 모두 그를 중심으로 재구성된다. 누구하고든 친구가 될 수 있고, 자신을 둘러싼 인적 네트워크의 명성은 자신의 위상을 더욱 드높이는 구실을 한다. 셀레브리티는 스타처럼 명멸하지 않는다. 결정적인 오류로 주위의 신뢰를 완전히 무너뜨리지 않는 한 지위는 점점 공고해진다.
외국서 성공 땐 껌벅 죽는 언론과 사람들
셀레브리티가 이처럼 막강한 힘을 발휘하는 이유는 세상이 그들을 원하기 때문이다. 신과 절대왕정의 권위가 무너진 현대사회의 사람들은 무조건적인 선망과 존경의 대상을 현실에서 찾을 수밖에 없다. 셀레브리티는 그들을 대리 만족시켜줄 대상인 셈이다. 늘 새로운 화제에 목마른 언론도 셀레브리티에 충성과 열광을 바칠 준비가 돼 있다. 그래서 홍보전문가들은 “이 시대에는 누구나 자신을 근사하게 포장할 능력만 갖춘다면 셀레브리티가 되어 최고의 명성과 부를 끌어안을 수 있다”고 말한다.
셀레브리티로 포장되기 위한 첫째 조건은 ‘웰 루킹(well looking)’. 미디어 사회에서 셀레브리티가 되기 위해서는 언론의 관심이 필수적인데, 매스컴의 주목을 끌기 위한 가장 쉬운 방법은 ‘그럴 듯한 외모’이기 때문이다. 상당수 셀레브리티들이 성형 논란에 시달리면서도 외모를 가꾸는 이유는, 평범한 외모로는 주목받을 수 없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외모만으로는 부족하다. 내공이 있는 듯 보여야 한다. 세상사람들에게 ‘실력’이 있을 것이라고 믿게 할 만한 장치가 필요하다. 현재 대한민국에서 가장 각광받고 있는 것은 ‘학벌’과 ‘외국어’다. 유능한 벤처사업가로 언론의 관심을 끌며 사업자금을 모은 유밀레씨의 이력 가운데 가장 널리 알려진 것은 서울대 국어교육과 중퇴 학력과 5개 국어에 능통하다는 외국어 실력이다. 또 미국에서 나고 자란 민영경씨는 네이티브 스피커인 데다 미국의 명문대학인 UCI를 졸업했다는 사실을 신뢰의 기초로 삼았고, 무기 로비스트 린다 김의 ‘무기’도 탁월한 외국어 실력이었다. 매스컴을 통해 이 같은 사실이 보도되면 사람들은 사실 여부를 따지기 전에 일단 믿고, 사업에 영향을 미칠 만한 조건인지 검토하기 전에 무조건적인 신뢰를 보낸다.
외국의 명성을 끌어들이면 더 쉽게 셀레브리티의 자리에 오를 수 있다. ‘국민의 정부’ 시절 숨은 실세로 세간의 관심을 모았던 최규선씨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마이클 잭슨, 스티븐 스필버그, 조지 소로스 등 해외 유명인사들과의 친분을 과시했다. 이것이 최씨가 한국에서 무수한 명사들과 교분을 쌓고 막대한 돈을 끌어들이는 데 밑거름이 된 것은 물론이다.
최근 이라크 테러단체와 고 김선일씨의 석방 협상을 벌이겠다고 나섰던 경호업체 NKTS의 최승갑 사장도 언론에 요르단 왕실과 경호 계약을 체결했다는 등의 내용을 흘리며 중동 지역의 명사로 이름을 알렸지만, 이번 사건으로 지금까지의 명성이 과포장된 것이었음이 드러났다. 이들은 외국에서 성공한 한국 사람이라면 무조건 인정하고 보는 한국 언론의 속성을 이용해 명사로 부상한 사례들이다.
물론 셀레브리티가 되려면 일정 부분의 전문성을 갖추어야 한다. 명성을 유지 관리하기 위해서는 끊임없는 노력도 필요하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미디어 시대의 셀레브리티는 진정한 ‘군계일학’이라기보다, 좀더 매력적으로 언론의 눈에 띈 사람에 지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누구나 최소한의 기술만 발휘하면 셀레브리티로 등극할 수 있고, 이를 기반으로 자신의 명성을 한층 더 확산시켜 나갈 수 있다.
바이런이 놀랄 만도 했다. 선천적인 장애로 다리를 절었고, 첫 시집은 평단의 혹평을 받았는데 일약 ‘19세기 최고의 천재’(괴테)이자 사교계의 총아가 되었으니. 누구나 바이런을 만나고 싶어했고, 해골에 물을 담아 마시거나 급격한 조울증 증세를 보이는 기행조차 시인의 ‘낭만적 일탈’로 포장됐다.
셀레브리티(celebrity·유명인사)의 매력은 여기에 있다. 일단 명사의 반열에 오르면 셀레브리티를 둘러싼 세상은 모두 그를 중심으로 재구성된다. 누구하고든 친구가 될 수 있고, 자신을 둘러싼 인적 네트워크의 명성은 자신의 위상을 더욱 드높이는 구실을 한다. 셀레브리티는 스타처럼 명멸하지 않는다. 결정적인 오류로 주위의 신뢰를 완전히 무너뜨리지 않는 한 지위는 점점 공고해진다.
외국서 성공 땐 껌벅 죽는 언론과 사람들
셀레브리티가 이처럼 막강한 힘을 발휘하는 이유는 세상이 그들을 원하기 때문이다. 신과 절대왕정의 권위가 무너진 현대사회의 사람들은 무조건적인 선망과 존경의 대상을 현실에서 찾을 수밖에 없다. 셀레브리티는 그들을 대리 만족시켜줄 대상인 셈이다. 늘 새로운 화제에 목마른 언론도 셀레브리티에 충성과 열광을 바칠 준비가 돼 있다. 그래서 홍보전문가들은 “이 시대에는 누구나 자신을 근사하게 포장할 능력만 갖춘다면 셀레브리티가 되어 최고의 명성과 부를 끌어안을 수 있다”고 말한다.
셀레브리티로 포장되기 위한 첫째 조건은 ‘웰 루킹(well looking)’. 미디어 사회에서 셀레브리티가 되기 위해서는 언론의 관심이 필수적인데, 매스컴의 주목을 끌기 위한 가장 쉬운 방법은 ‘그럴 듯한 외모’이기 때문이다. 상당수 셀레브리티들이 성형 논란에 시달리면서도 외모를 가꾸는 이유는, 평범한 외모로는 주목받을 수 없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외모만으로는 부족하다. 내공이 있는 듯 보여야 한다. 세상사람들에게 ‘실력’이 있을 것이라고 믿게 할 만한 장치가 필요하다. 현재 대한민국에서 가장 각광받고 있는 것은 ‘학벌’과 ‘외국어’다. 유능한 벤처사업가로 언론의 관심을 끌며 사업자금을 모은 유밀레씨의 이력 가운데 가장 널리 알려진 것은 서울대 국어교육과 중퇴 학력과 5개 국어에 능통하다는 외국어 실력이다. 또 미국에서 나고 자란 민영경씨는 네이티브 스피커인 데다 미국의 명문대학인 UCI를 졸업했다는 사실을 신뢰의 기초로 삼았고, 무기 로비스트 린다 김의 ‘무기’도 탁월한 외국어 실력이었다. 매스컴을 통해 이 같은 사실이 보도되면 사람들은 사실 여부를 따지기 전에 일단 믿고, 사업에 영향을 미칠 만한 조건인지 검토하기 전에 무조건적인 신뢰를 보낸다.
외국의 명성을 끌어들이면 더 쉽게 셀레브리티의 자리에 오를 수 있다. ‘국민의 정부’ 시절 숨은 실세로 세간의 관심을 모았던 최규선씨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마이클 잭슨, 스티븐 스필버그, 조지 소로스 등 해외 유명인사들과의 친분을 과시했다. 이것이 최씨가 한국에서 무수한 명사들과 교분을 쌓고 막대한 돈을 끌어들이는 데 밑거름이 된 것은 물론이다.
최근 이라크 테러단체와 고 김선일씨의 석방 협상을 벌이겠다고 나섰던 경호업체 NKTS의 최승갑 사장도 언론에 요르단 왕실과 경호 계약을 체결했다는 등의 내용을 흘리며 중동 지역의 명사로 이름을 알렸지만, 이번 사건으로 지금까지의 명성이 과포장된 것이었음이 드러났다. 이들은 외국에서 성공한 한국 사람이라면 무조건 인정하고 보는 한국 언론의 속성을 이용해 명사로 부상한 사례들이다.
물론 셀레브리티가 되려면 일정 부분의 전문성을 갖추어야 한다. 명성을 유지 관리하기 위해서는 끊임없는 노력도 필요하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미디어 시대의 셀레브리티는 진정한 ‘군계일학’이라기보다, 좀더 매력적으로 언론의 눈에 띈 사람에 지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누구나 최소한의 기술만 발휘하면 셀레브리티로 등극할 수 있고, 이를 기반으로 자신의 명성을 한층 더 확산시켜 나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