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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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원은 ‘문제아 집합소’ 편견 버려!

전국 15개 특성화 학교로 거듭나 교정 성과 … 영어·IT 뛰어난 성적 해외서도 큰 관심

  • 의왕=정호재 기자 demian@donga.com

    입력2004-07-08 17:2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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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년원은 ‘문제아 집합소’ 편견 버려!

    춤 연습에 몰두하고 있는 고봉정보고 댄스팀 GB-Max. 창문을 뒤덮은 쇠창살이 안쓰럽게 느껴진다

    편견은 극복되기 힘들기 때문에 무서운 것이다. ‘소년원’이란 비교적 단아한 이름의 시설에는 그에 어울리지 않게 수십년간 비행 청소년들의 절망과 한숨이 스며들어 있다. ‘불광동 소년원’으로 대표되는 소년원 이미지에는 소매치기나 조직폭력배, 그리고 본드와 문신 따위의 어두운 그림자들만이 뒤따랐다. 게다가 언론은 신창원 같은 대표적 범죄자들을 언급할 때마다 “소싯적 소년원을 제집 드나들 듯 하며 범죄를 학습했다”는 사족을 붙이곤 했다.

    최근 몇 년 사이 법조계에는 “소년원이 새롭게 변모했다”는 얘기가 많이 나돌았다. 이 얘기는 입에서 입을 통해 전달됐고, 영어와 IT(정보기술) 교육의 가시적 성과는 그런 얘기에 무게를 실어줬다.

    소년원은 ‘문제아 집합소’ 편견 버려!

    특별활동인종이접기 수업 모습. 자원봉사자인 주부들은 학생들과 스킨십을 통해 정을 나누려고 애썼다

    일본을 비롯한 여러 선진국에서도 한국 소년원에 관심을 기울였고, 심지어 해외언론까지도 ‘열린 교육을 표방한 대한민국 소년원’에 주목할 정도였다. 그래서 기자는 직접 소년원을 찾아가 변화된 모습을 확인해보기로 했다.

    고봉정보통신중고등학교(이하 고봉정보고), 경기 의왕시에 자리한 ‘서울소년원’이 새롭게 태어나며 바꾼 이름이다.

    “다시 말해 ‘소년원 학교’인 셈입니다. 정규학교와 다를 게 없지만 첨단시설과 일대일 교육이라는 점에서 더욱 월등한 교육 여건을 자랑합니다. 차이라면 일반 학교와 달리 숙식을 제공하는 완벽한 기숙학교라는 점이겠죠.”(고봉정보고 문용환 교감)



    우선 소년원에 들어가기 전 사전지식을 갖는 게 필요하다. 평소 소년원에 대한 스스로의 편견을 넘어서기 위해 다음의 다섯 가지 사실을 알아야 한다.

    국가가 부모 대신 훈육하는 과정

    소년원은 ‘문제아 집합소’ 편견 버려!

    생활실에서 여가를 즐기는 모습

    1. 소년원은 교도소가 아닌 보호처분 시설이다.

    2. 이는 국가가 잠시 부모 노릇을 대신하고 있는 국가 시설일 뿐이므로 학생들은 전과자가 아니다.

    3. 소년원 학교의 교육은 정규교육으로 일반 학사행정과 똑같다.

    4. 부모의 면회는 언제나 자유롭고, 학교 밖 출입 역시 (선생님과 동행시) 까다롭지 않다.

    5. 학생들은 자신의 적성과 능력에 맞는 교육을 요구할 수 있고 그에 대한 혜택을 받는다.

    이런 사실을 먼저 숙지한 뒤 학교에 들어섰다. 학교 건물은 어색한 쇠창살과 비교적 높은 담을 빼곤 일반 고등학교와 비슷하다. 학생들이 체육복을 입고 잔디를 직접 깎는 모습은 군대 신병훈련소와 비슷했지만 훨씬 자연스러웠다.

    고봉정보고는 이름 그대로 정보통신 실업계 고등학교. 2000년부터 전국의 15곳 소년원이 지역에 따른 수용시설이 아닌 특성화 학교로 거듭났다. 청주소년원이 인문계 학교로, 서울소년원은 정보통신학교, 안산소년원은 예술종합학교로 변신한 것이 대표적 사례다. 이밖에도 학생들의 끼와 재능을 고려한 대산체육고, 용덕관광정보고, 정보산업고등학교 등이 있다.

    이들 학교의 학생들 대부분은 절도와 폭력으로 사회에서 문제를 일으킨 아이들이다. 이들은 실형을 선고하기에는 결손가정이란 치유할 수 없는 상처가 너무나 명백해 소년원으로 보내졌다.

    소년원은 ‘문제아 집합소’ 편견 버려!
    “보호처분의 이념을 아셨으면 합니다. 국가가 그들의 부모를 대신해 직접 친권자로서 훈육을 하는 과정입니다. 부모가 교육하는 건데 전과를 남겨서도 안 되고, 부모의 마음으로 더욱 다양하고 양질의 교육기회를 제공해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법무부 소년1과 정해룡 과장)

    우선 입학 절차부터 살펴보자. 만 19살 이하의 범죄자는 소년보호 절차에 따라 소정의 조사와 심리를 거친다. 이른바 가정법원 소년부에 계류된 사건은 ‘소년분류심사원’에서 철저한 상담과정을 통해 비행요인과 환경요인에 대한 분석이 이뤄진다. 이 같은 전문가의 진단을 참조한 판사의 결정, 즉 6호처분(6개월 보호)이나 7호처분(18개월)에 의해 소년원 입원이 결정된다. 현재 전국 15곳 소년원과 4개의 분류심사기관에 2600여명의 학생들이 부모와 떨어져 새로운 교육을 받고 있다.

    소년원은 ‘문제아 집합소’ 편견 버려!

    고봉정보고의 자랑인 정보통신 교육

    “한마디로 말해 돈 없고 빽 없는 애들이죠. 법률적 조력을 해줄 만한 부모가 있다면 아이들이 이곳에 오지 않았을 겁니다.”

    한 교사가 솔직하게 속마음을 털어놓는다. 그렇다. 치밀한 평가가 뒷받침되지만, 결론은 돌봐줄 부모가 없는 아이들로 재범을 우려해 가정으로 돌려보낼 자신이 없는 아이들이 대부분이다. 실제로 부모의 면회를 거절할 정도로 사이가 틀어진 학생이 있는가 하면, 퇴원 이후에 돌아갈 곳이 없어 다시 범죄의 길로 빠지는 아이들이 많은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단정한 교복을 입고 생활하는 아이들은 과거에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 쾌활하고 명랑해 보인다. 우선은 절제된 생활과 앞에 주어진 학습목표 때문이다. 보통 18개월을 머무르는 학생들은 이 기간에 적어도 3개의 자격증을 따고 검정고시를 통과해야 정상적인 퇴원이 가능하다. 이른바 시험통과가 졸업과제인 셈이지만, 학생들의 관심은 오로지 특성화 교육에 쏠려있다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퇴원 스스로 미루고 공부 ‘엄청난 변화’

    소년원은 ‘문제아 집합소’ 편견 버려!

    영어교육 장면.

    “판사님, 저는 7호처분 내려주세요.”

    얼마 전 가정법원 재판정에서 한 학생이 요구했다는 믿기 힘든 폭탄선언이다. 친구들의 영향권에서 벗어나 본격적으로 컴퓨터 공부를 해보고 싶은데 6개월(6호처분)만으로는 부족할 것 같다는 ‘깜찍한’ 이유를 내세웠다고 한다. 실제로 소년원 변화 이후 최근 4년간 퇴원을 미루고 공부에 매진하는 학생들의 수가 600여명에 이른다고 하니 법무부 관계자들이 얘기하는 “상전벽해란 이 같은 변화를 말한다”는 주장이 허풍만은 아닌 셈이다.

    “교육에 정답은 없겠지만 결론은 ‘따뜻한 관심과 공정하고 다양한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적어도 학생들이 소년원 학교에 있을 때만큼은 기회를 활용해 더 높은 목표를 세웠으면 합니다.”(배성진 교사)

    집에 컴퓨터가 없는 학생들이 정보통신업계로 진출한다는 것은 애당초 불가능한 일. 고봉정보고는 이미 학생 1인당 PC 1대를 넘어섰다. 게다가 ‘정부’마크가 찍혀 있는 조악한 보급용 컴퓨터가 아닌 최첨단 시설로 채워졌다. 낭비된 공적자금의 대명사인 ‘정보화촉진기금’이 제대로 쓰인 대표적인 사례인 셈이다. 단 200여명의 학생을 위해 십수억원의 최첨단 장비가 설치됐다. 난생 처음 PC를 갖게 된 아이들이 긍정적인 태도로 바뀐 것은 당연한 이치다.

    “영어선생님은 인근 한세대학에서 강의하는 원어민 선생님을 모셔왔고, 제2외국어인 중국어 역시 원어민 강의를 진행하고 있습니다.”(고봉정보고 김상호 교장)

    소년원은 ‘문제아 집합소’ 편견 버려!

    미술 실습실

    소년원이 내세운 외국어교육은 이미 성과가 널리 회자될 정도의 주력사업으로, 인문계 학생들과 정정당당하게 실력을 겨룰 정도로 학생들의 실력이 향상됐다. “영어와 정보화교육으로 무장한다면 자신감을 가지고 사회생활을 영위할 수 있을 것이다”는 소년원 개혁 당시 개혁파 인사들의 주장이 실현되고 있는 셈이다.

    물론 이 같은 스파르타식 교육만이 학생들을 순화하는 자극제는 아니다. 이른바 ‘열린 교육’을 내세운 소년원의 교육 방침은 학교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 마침 기자가 방문한 날 의왕시 지역주민 20여명이 고봉정보고를 찾아 컴퓨터 실습교육을 받고 있었다. 이른바 지역주민 정보화 사업을 소년원이 앞장서고 있었다. 조교로 나선 소년원 학생들의 표정이 무척이나 밝아 보였다. 소년원이 지역 혐오시설로 평가절하되지 않은 이유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힙합댄스를 구사하는 댄스팀은 지역문화축제에 나가 입상하는 등 외부에서 열리는 각종 행사와 사회봉사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소년원은 ‘문제아 집합소’ 편견 버려!

    인터넷방송 실습실 풍경.

    소년원의 변신은 ‘서울소년창업보육원’에서 절정에 이른다. 전국 소년원에서 뽑혀 온 50여명의 정보화 전사들은 6개월간 이곳에 머물며 창업준비를 거쳤다. 전자출판, 전자상거래, 인터넷 방송 등 강사진과 시설은 대학 수준을 뛰어넘는다. 어느새 4개 회사가 창업에 성공해 안정궤도에 들어섰을 정도다.

    변화는 아이들의 표정에서 읽을 수 있다. 고봉정보고 댄스팀 GB-Max에서 활동하는 이헌진군(18)은 “절제된 생활에서 누리는 풍성한 문화는 적어도 과거의 모습에서 잠시나마 정상적인 생활이 무엇인지를 느끼게 해준 소중한 경험이었다”고 말한다. 학생들은 자연스럽게 문신을 부끄럽게 여기고, 자격증을 하나라도 더 따려고 선의의 경쟁을 펼친다. 한 교사는 “병아리들이 안간힘 쓰는 모습이 안쓰럽지만 사회가 조금만 따스한 눈길을 보낸다면 아이들이 좀더 쉽게 과거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재범률 반으로 줄어 성공적 투자

    “가장 큰 성과라면 재범률이 반으로 줄었다는 것이지요. 6개월 이내 재범률이 19%에서 9%로, 1년 이내 재범률도 33%에서 19%로 줄었습니다. 사회 비용을 줄인다는 점에서 성공적인 투자였다고 생각합니다.”(법무부 소년1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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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특히 10억여원이 투입된 고봉정보고의 인터넷방송실은 법무부 메인 방송실로 활용될 것이라고 한다. 의왕시 주민들을 대상으로 한 ‘지역주민 정보화 교육’ 모습

    얼마 전 고봉정보고를 방문했던 일본의 한 관료는 “그래서 대통령제가 좋은 것이다”며 우리 소년원의 놀라운 변화에 혀를 내둘렀다고 한다. 일본은 변하지 않는 소년원의 모습과 날로 늘어가는 청소년 범죄에 대해 고민하고 있으나 적절한 대안을 찾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이 같은 변화가 쉽게 얻어지지는 않았다. 1999년 당시 이 같은 변신을 기획했던 김정길 법무부 장관과 박종렬 법무부 보호국장(현 서부지검장)은 “하루종일 이야기해도 모자랄 정도로 고생도 많았고 보람도 크다”며 밝은 표정을 짓는다.

    강금실 법무부 장관의 최대 목표는 검찰개혁이 아니라 교정시설 개혁으로 알려져 있다. 법무부 관계자들은 여타 교정시설을 소년원 수준으로 변화시키는 것이 목표라고 공공연히 이야기 한다. 소년원을 방문한 적이 있는 한 판사는 “적어도 세금이 아깝지 않은 국가 서비스를 발견하고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기자 역시 그 판사의 말이 가슴에 바로 와닿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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