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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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토종콜라 ‘독립선언’ 시대

지역 특색 살린 신제품 꼬리 문 출시 … 독점 타파 새 마케팅 가능성에 주목

  • 파리=지동혁 통신원 jidh@hotmail.com

    입력2004-07-08 15: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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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랑스 토종콜라 ‘독립선언’ 시대

    철사를 이용해 병마개를 고정시키는 고전적 용기 디자인의 스틸라 콜라.

    수은주가 한 눈금 한 눈금 올라가면서 시원한 음료를 부쩍 찾는 계절이 돌아왔다. 지구촌 다양한 인종의 사람들이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즐겨 마시는 음료를 말할 때 콜라를 빼놓을 수 없다. 특히 ‘코카콜라’와 ‘펩시콜라’라는 두 거대한 브랜드는 전 세계 구석구석까지 점령해 음료시장의 역사를 새로 썼다. 이들의 독과점 현상은 프랑스에서도 예외가 아니지만, 최근 몇 년 사이 사람들 눈에 익숙지 않은 색다른 콜라들이 ‘토종’이라는 간판을 내걸고 등장해 관심을 끌고 있다. ‘브레즈 콜라’, ‘코르시카 콜라’, ‘스틸라 콜라’, ‘엘자스 콜라’ 등 낯선 이름의 콜라들이 잇따라 출시되면서, 프랑스 소비자들은 선택의 폭이 넓어진 콜라 진열대 앞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났다. 기존의 콜라에 익숙한 이들은 호기심 어린 눈으로 새로운 디자인의 병에 담긴 새로운 맛의 콜라에 점점 더 눈길을 준다.

    프랑스 토종콜라의 효시로 일컬어지는 ‘브레즈 콜라’는 2002년 4월 서부 브르타뉴 지방에서 출시되었다. 이 콜라는 주위의 회의적인 시각을 극복하고 출시 첫해에 50만병의 매출을 기록하는 ‘조용한 성공’을 거두었다. ‘브레즈’는 브르타뉴 지방의 방언으로, ‘브르타뉴’를 가리키는 형용사다. 브레즈 콜라 창립자 세 명 중 한 사람인 베르나르 랑슬로는 수년 전 남미의 정글로 여행 갔다가 그곳 원주민들조차 여느 곳과 다를 바 없이 똑같은 용기에 담긴 똑같은 맛이 나는 콜라를 마시는 모습을 보고 적잖은 충격을 받는다. 그는 이때부터 콜라의 보급이 초래한 문화•경제적 독점 현상에 대응해야 할 필요성을 절감했다고 말한다. 브레즈 콜라의 호응에 가능성을 예감한 남부 코르스 섬에서는 이듬해인 2003년 4월 ‘코르시카 콜라’가 탄생했다. 이미 코르스에서 지역 토산 맥주를 생산해오던 업체가 브레즈 콜라로부터 원액을 공급받아 제조에 나선 이 콜라는 지난해에만 200만병이 팔려나갔다. 특히 코르스가 프랑스에서도 가장 지역 색채가 뚜렷한 지방이라는 이점을 등에 업고 지역 주민들의 큰 환영을 받고 있다.

    선택의 폭 넓어진 소비자들

    북부 피카르 지방에서 배턴을 이어받은 콜라의 이름은 ‘스틸라 콜라’. ‘스틸라’라는 이름은 피카르어로 ‘저것’을 의미하는데, 이러한 명칭은 지역 특성을 강조하는 동시에 사라져가는 지역 방언에 대한 주민들의 관심을 촉발하는 교육적인 효과를 지니기도 한다. 이 콜라가 주목받는 또 다른 이유는 철사를 이용해 병마개를 고정시키는 고전적인 용기 디자인(위 사진 참조)과 그에 상응하는 로고 디자인을 통해 외관만으로도 향수를 불러일으킨다는 점이다. ‘향토콜라’ 본연의 모습에 충실한 이 콜라 역시 주목할 만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가장 최근인 지난 5월에 출시된 ‘엘자스 콜라’는 동부 알자스 지방 태생이다. 이 콜라는 특히 지역에서 생산한 설탕과 지하 암반수로 만든 ‘100% 토종’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이밖에도 일 드 프랑스 지역의 ‘이마지겐 콜라’, 카탈로뉴 지방의 ‘알테르 콜라’ 등 새로운 지방 콜라의 등장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다. 사실 프랑스에서 이러한 ‘대안콜라’의 등장이 새로운 현상은 아니다. 특히 2002년에 출시된 ‘메카콜라’는 프랑스 내 이슬람 인구를 주 타깃으로 삼아 등장해 큰 관심을 모았다. 이라크 전쟁, 차도르 논쟁 등 이슬람 문화를 둘러싼 시사 문제와 맞물리면서 언론에 자주 오르내려 지명도를 높인 메카콜라는 프랑스에서만 한 해 350만 유로의 매출을 기록하는 기염을 토했다. 현재 중동 지방을 중심으로 50여개국에서 시판되며, 17곳의 공장을 가진 브랜드로 성장한 메카콜라는 이미 1954년 이란에서 탄생한 ‘잠잠콜라’와 함께 대안콜라를 대표하는 이름으로 자리매김했다.



    프랑스 토종콜라 ‘독립선언’ 시대

    코르시카 콜라 제조업체 직원들이 콜라를 들어 보이고 있다.

    그러나 메카콜라가 수익금의 20%를 팔레스타인 후원과 유럽 내 이슬람공동체 지원 등에 기부한다는 내용을 전면에 앞세워 정치색을 확연히 드러내는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는 반면, 프랑스 토종콜라 제조업자들의 시각은 비교적 소박하고 현실적이다. 브레즈 콜라 창립자 베르나르 랑슬로는 다음과 같이 제품 출시 배경을 설명한다. “우린 콜라가 하나의 국제적인 기준이 된 음료라는 점과, 특히 젊은이들에게 호소력이 있다는 사실을 숙지하고 있습니다. 브르타뉴 지방 젊은이들은 향토콜라를 마시면서 자기 지역 내 일자리를 하나 더 늘릴 수 있다는 점을 깨닫기 시작했습니다.”

    프랑스 토종콜라 ‘독립선언’ 시대

    미국 자본주의의 상징인 코카콜라.

    한편 이들은 코카콜라나 펩시콜라 등에 대응해 싸워 이기겠다는 야심을 가졌다기보다 대형 자본의 주도로 형성된 획일화된 탄산음료 시장에서도 새로운 가능성이 여전히 존재한다는 사실을 증명해보고자 한다는 의도를 밝힌다. 프랑스는 넓고 다양한 지형의 영토를 지닌 만큼 유럽에서도 지역별 특색을 뚜렷하게 가진 나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프랑스를 대표하는 와인이나 치즈 등은 전통적으로 각 지방마다 지명을 내걸고 지역의 특색을 최대한 살린 제품들이 다채롭게 존재한다. 따라서 다양한 지역색을 존중하는 프랑스의 전통이 늦게나마 ‘미국산 음료’인 콜라에도 적용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왜 하필 콜라인가”라는 질문을 던져볼 수 있다. 우선 콜라가 전 세계인의 다양한 입맛을 통일한 보편성을 지닌 음료라는 답이 떠오른다. 이러한 보편성은 선례를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독특한 콜라만의 매력이다. 다음으론 콜라라는 상품이 지닌 수익성이다. 코카콜라나 펩시콜라 등 음료업계의 재벌들이 전 세계에 걸친 엄청난 광고와 마케팅 비용을 감수하면서도 고수익을 내고 있는 현실은 그만큼 ‘장사가 되는’ 사업이라는 점을 방증한다.

    아직 코카콜라 브랜드 87% 점유

    콜라시장이 대표적인 독과점 시장이라는 커다란 장벽과 전체 음료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한계에 달했다는 회의적인 시각에도 대안콜라가 지속적으로 등장하는 이유는 이같이 콜라가 지닌 상품적인 가치가 무시할 수 없는 영향력을 지니기 때문이다. 또한 콜라가 단순한 음료의 수준을 넘어 ‘미국식 자본주의의 아이콘’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는 상징성은 역설적으로 ‘반미주의’, ‘반세계화운동’, ‘지역주의’ 등의 문화코드와 접목된 새로운 마케팅의 실현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가능성을 토대로 새로운 토종콜라들이 선전하고 있지만, 그래도 초기 단계인 현재까지 이들이 전체 콜라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미미한 것이 사실이다. 여전히 프랑스의 콜라시장에서 코카콜라 한 브랜드가 차지하는 비중은 87%에 달하고 있다. 기존 콜라의 입맛에 길들여진 소비자의 취향을 단기간에 바꾸기 어렵다는 문제는 여전히 여러 대안콜라들이 공통으로 안은 숙제다. 이밖에도 각 지방의 특색을 내세운 콜라들이 전국적인 브랜드, 더 나아가 세계적인 브랜드로 성장하는 데는 오히려 한계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 또한 큰 걸림돌이다.

    프랑스 토종콜라 ‘독립선언’ 시대

    이슬람 인구를 주 타긱으로 2002년 등장한 메카콜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연에서 동식물 개체의 다양성을 보전하는 것이 환경 보전의 첫걸음이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듯, 이들 제품의 존재 이유는 같은 논리에서 설명된다. 아무리 훌륭한 상품이라도 독점이 계속된다면 품질의 향상을 기대하기 어렵고, 다양한 제품선택권을 잃게 된 소비자의 구매행동은 단순하고 황폐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아직은 프랑스 토종콜라가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해보는 단계에 불과하지만, 이를 통해 지역의 문화정체성을 당당히 지켜나가려는 노력은 많은 이들의 공감을 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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