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수정헌법 제14조 ‘적법절차’ 조항은 미국의 자랑이자 정의의 상징이다. 그러나 미국의 심장부를 강타한 테러와 세계무역센터 빌딩의 붕괴라는 전대미문의 참사 속에서 그 적법절차 또한 실종했다. 이번 테러사건 수사과정에서도 적법절차(due process of law)에 대한 침해 논란이 일고 있다. 미국 LA타임스 10월15일자는 조사를 받던 테러용의자가 폭행당한 사실과 변호인 접견권 침해에 대해 보도했다. 테러범죄에 대한 수사 및 처벌은 일반 형사절차와 다르게 처리하는 외국의 입법례가 존재하지만 테러 범죄인들에 대한 형사절차는 인권과 조화를 이루고 적법절차가 보장돼야 한다.
사실 테러리즘은 정의하기 까다로운 용어다. 테러리즘에 대한 법률적 정의는 유엔에서도 통일된 바가 없다. 제3세계권은 수단과 목적의 측면에서 정당화될 수 있다는 것이며 서방세계는 범죄행위라고 한다. 이에 비해 전쟁은 법률적으로는 “전쟁의사를 수반하는 국제법 주체간의 무력투쟁”이라고 정의된다. 미국의 9·11 대참사가 테러인지 전쟁인지 논란이 있지만 부시 대통령은 이를 전쟁행위라고 규정하여 무력사용을 합법화했다.
그러나 유엔헌장 제2조 4호는 “모든 회원국은 국제관계에서 다른 국가의 영토보전이나 정치적 독립을 거슬러서 또는 유엔의 목적과 양립하지 아니하는 어떠한 방식으로도 무력의 위협이나 무력행사를 삼간다”고 정하고 있다. 또 제51조는 “이 헌장의 어떠한 규정도 유엔 회원국에 대해 무력공격이 발생한 경우, 안보이사회가 국제평화와 안전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취할 때까지 개별적 또는 집단적 정당방위를 행사하는 자연권을 저해하지 않는다”고 규정한다.
이를 요약하면 유엔헌장 제2조는 모든 종류의 무력행사를 ‘일반적으로 금지’하고 제51조는 정당방위를 ‘제한적으로 인정’한다. 이때의 정당방위는 유엔의 통제를 받는 보조적·임시적 행위이며 안보이사회가 필요한 조치를 취할 때까지만 허용되고, 그 전제로서 침략이 증명되어야 한다는 것이 국제법학계의 일반적인 견해다. 설령 미국의 주장대로 9·11 대참사가 테러가 아닌 전쟁이라 해도 무력행사는 당연히 유엔헌장에 의거해야 하고, 그 행사는 제한적이고 임시적이어야 하며, 무력 사용의 수단과 목적이 처벌 범위를 넘어서지 않도록 적법절차에 따라야 한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뉘른베르크 전범재판소가 전쟁범죄 등에 대한 국제적 관할을 인정한 이후 국제형사재판소(ICC·International Criminal Court)를 설립하려는 움직임이 끊임없이 진행되어 왔다. 그리고 유엔은 집단살해나 인도에 관한 죄, 전쟁 및 침략 범죄에 대한 보편적 관할권을 인정하기로 했는데 국제테러리즘은 당연히 거기에 포함될 수 있다. 국제 반테러협약이나 범죄인 인도협정 등도 그 대안이 되겠지만 근본적으로는 독립적인 국제형사재판소를 통한 테러 대응이 강력하고도 보편적인 절차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국제형사재판소 설립을 앞장서 반대하는 것은 지상 최대의 테러참사 피해자인 미국이다. 왜 그럴까. 답은 간단하다. 국제형사재판소가 설치될 경우 미국 자신이 전쟁범죄 혐의로 제소되는 최대 피소국(被訴國)이 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이는 ‘세계의 경찰’로서 미국이 누리는 패권적 지위를 손상케 하는 것이다.
과거 미국은 소련(러시아)과 중국의 유엔 안보리 거부권 행사를 우려해 유엔군 대신 ‘다국적군’이라는 합법을 가장한 모자를 쓰고 ‘불량국가’를 응징했다. 그런데 이번에 미국은 러시아·중국이 테러에 반대한다고 한 목소리를 내고 있음에도 유엔과 다국적군이라는 모자마저 거추장스런 절차라며 던져버렸다.
이처럼 확실치도 않은 테러 용의자를 보호하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적법절차를 무시한 채 아프간을 무차별 공격한 것은 전쟁범죄 행위에 지나지 않는다. 최대 테러 피해국인 미국 스스로 국제질서를 파괴하는 ‘테러’를 자행한 것이다.
사실 9·11 대참사는 다시 일어나서는 안 될 인류의 비극이지만 서방세계와 제3세계 그리고 유엔이 테러라는 까다로운 용어를 한 목소리로 정의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 특히 피해 당사자인 미국으로서는 이번 일을 계기로 테러 수출국을 제재하고 반테러 규범에 편입시키는 테러에 대한 국제적 규제와 규범체계를 수립하는 데 앞장설 수 있었음에도 ‘법보다 가까운 주먹’을 선택했다. 국제사회가 힘의 논리에 의해 좌우되지 않도록 국제법 질서에도 적법절차에 따른 법의 지배가 이루어지기를 바라는 것은 헛된 꿈일까.
사실 테러리즘은 정의하기 까다로운 용어다. 테러리즘에 대한 법률적 정의는 유엔에서도 통일된 바가 없다. 제3세계권은 수단과 목적의 측면에서 정당화될 수 있다는 것이며 서방세계는 범죄행위라고 한다. 이에 비해 전쟁은 법률적으로는 “전쟁의사를 수반하는 국제법 주체간의 무력투쟁”이라고 정의된다. 미국의 9·11 대참사가 테러인지 전쟁인지 논란이 있지만 부시 대통령은 이를 전쟁행위라고 규정하여 무력사용을 합법화했다.
그러나 유엔헌장 제2조 4호는 “모든 회원국은 국제관계에서 다른 국가의 영토보전이나 정치적 독립을 거슬러서 또는 유엔의 목적과 양립하지 아니하는 어떠한 방식으로도 무력의 위협이나 무력행사를 삼간다”고 정하고 있다. 또 제51조는 “이 헌장의 어떠한 규정도 유엔 회원국에 대해 무력공격이 발생한 경우, 안보이사회가 국제평화와 안전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취할 때까지 개별적 또는 집단적 정당방위를 행사하는 자연권을 저해하지 않는다”고 규정한다.
이를 요약하면 유엔헌장 제2조는 모든 종류의 무력행사를 ‘일반적으로 금지’하고 제51조는 정당방위를 ‘제한적으로 인정’한다. 이때의 정당방위는 유엔의 통제를 받는 보조적·임시적 행위이며 안보이사회가 필요한 조치를 취할 때까지만 허용되고, 그 전제로서 침략이 증명되어야 한다는 것이 국제법학계의 일반적인 견해다. 설령 미국의 주장대로 9·11 대참사가 테러가 아닌 전쟁이라 해도 무력행사는 당연히 유엔헌장에 의거해야 하고, 그 행사는 제한적이고 임시적이어야 하며, 무력 사용의 수단과 목적이 처벌 범위를 넘어서지 않도록 적법절차에 따라야 한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뉘른베르크 전범재판소가 전쟁범죄 등에 대한 국제적 관할을 인정한 이후 국제형사재판소(ICC·International Criminal Court)를 설립하려는 움직임이 끊임없이 진행되어 왔다. 그리고 유엔은 집단살해나 인도에 관한 죄, 전쟁 및 침략 범죄에 대한 보편적 관할권을 인정하기로 했는데 국제테러리즘은 당연히 거기에 포함될 수 있다. 국제 반테러협약이나 범죄인 인도협정 등도 그 대안이 되겠지만 근본적으로는 독립적인 국제형사재판소를 통한 테러 대응이 강력하고도 보편적인 절차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국제형사재판소 설립을 앞장서 반대하는 것은 지상 최대의 테러참사 피해자인 미국이다. 왜 그럴까. 답은 간단하다. 국제형사재판소가 설치될 경우 미국 자신이 전쟁범죄 혐의로 제소되는 최대 피소국(被訴國)이 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이는 ‘세계의 경찰’로서 미국이 누리는 패권적 지위를 손상케 하는 것이다.
과거 미국은 소련(러시아)과 중국의 유엔 안보리 거부권 행사를 우려해 유엔군 대신 ‘다국적군’이라는 합법을 가장한 모자를 쓰고 ‘불량국가’를 응징했다. 그런데 이번에 미국은 러시아·중국이 테러에 반대한다고 한 목소리를 내고 있음에도 유엔과 다국적군이라는 모자마저 거추장스런 절차라며 던져버렸다.
이처럼 확실치도 않은 테러 용의자를 보호하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적법절차를 무시한 채 아프간을 무차별 공격한 것은 전쟁범죄 행위에 지나지 않는다. 최대 테러 피해국인 미국 스스로 국제질서를 파괴하는 ‘테러’를 자행한 것이다.
사실 9·11 대참사는 다시 일어나서는 안 될 인류의 비극이지만 서방세계와 제3세계 그리고 유엔이 테러라는 까다로운 용어를 한 목소리로 정의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 특히 피해 당사자인 미국으로서는 이번 일을 계기로 테러 수출국을 제재하고 반테러 규범에 편입시키는 테러에 대한 국제적 규제와 규범체계를 수립하는 데 앞장설 수 있었음에도 ‘법보다 가까운 주먹’을 선택했다. 국제사회가 힘의 논리에 의해 좌우되지 않도록 국제법 질서에도 적법절차에 따른 법의 지배가 이루어지기를 바라는 것은 헛된 꿈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