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일상에서 매일, 아니 매순간 글자를 보며 산다. 그러면서도 글자가 디자인이나 창작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은 미처 하지 못한다. ‘타이포그래피’(Typography), 즉 글자(Typo)+디자인(Graphy)이라는 말부터가 생소한 것은 이 때문일 것이다.
10월16일부터 예술의전당 디자인미술관에서 열린 ‘제1회 타이포잔치: 타이포그래피 비엔날레’ 전시장을 가득 메운 것은 글자가 아니라 상상력이다. 전시의 주제는 ‘새로운 상상’. 전시의 성격과 참으로 잘 맞아떨어지는 주제다. 단순히 북디자인이나 예쁘장한 로고 정도를 예상하고 이 전시장을 찾는다면 전 세계 92명의 작가들이 창조해낸 무궁무진한 글자의 세계에 놀라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영화 포스터에서부터 비디오아트, 설치작품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출품작들은 글자를 읽는 것이 아니라 다만 ‘봄’으로써도 많은 의미를 알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한글의 특별한 의미, 그리고 세계 최초의 금속활자 발명 등 우리나라 문자환경의 특수성을 생각했을 때, 타이포그래피 비엔날레를 여는 데 가장 적절한 장소가 한국이라는 데 작가들의 뜻이 모아졌지요. 세계 24개국 작가들이 이번 비엔날레에 참가했습니다.” 타이포잔치 조직위 관계자의 설명이다.
타이포그래피는 아직 디자인의 영역으로 뚜렷하게 파생되지는 않은 상태다. 때문에 전시된 작가들의 작품수준도 천차만별이다. 단순히 문자디자인의 발전된 형태 정도에 그친 작품이 있는가 하면, 멀티미디어적인 측면에서 글자를 완전히 변형시킨 작품도 선보였다.
출품작의 반 이상이 영미권 작가들의 작품이었지만 정작 관객들의 눈길을 가장 많이 끈 것은 일본의 디자이너 스기우라 코헤이의 설치작 ‘문자의 우주’였다. 70장의 패널로 제작된 이 작품은 동아시아 각국의 생활 곳곳에 깊숙이 스며들어 있는 문자의 세계를 예리하고도 따스한 시선으로 탐색한다. 예를 들면, 경극 배우의 얼굴에 쓰인 글자 분장, 주전자나 향로 등에 새겨진 한문, 몸의 문신, 기모노에 촘촘히 수놓인 글자, 부적의 글씨, 문자를 주제로 한 한국의 민화 ‘효제도’까지 이 작품은 보여주고 있다.
작지만 알찬 잔치를 목표로 하고 첫발을 내디딘 타이포잔치는 아쉬운 점도 적지 않았다. 알파벳, 한문과 함께 3대 문자로 일컬어지는 아랍어 디자인이 거의 출품되지 않은 점, 그리고 전시가 이미 시작되었는데도 도록을 미처 준비하지 않는 등, 진행의 미흡함도 눈에 띄었다. 그러나 뭐니뭐니 해도 알파벳과 한문에 비해 한글 디자인은 아직 초보적인 수준에 머물러 있음을 확인한 것이 가장 큰 아쉬움이었다(12월4일까지, 문의:02-580-1540).
10월16일부터 예술의전당 디자인미술관에서 열린 ‘제1회 타이포잔치: 타이포그래피 비엔날레’ 전시장을 가득 메운 것은 글자가 아니라 상상력이다. 전시의 주제는 ‘새로운 상상’. 전시의 성격과 참으로 잘 맞아떨어지는 주제다. 단순히 북디자인이나 예쁘장한 로고 정도를 예상하고 이 전시장을 찾는다면 전 세계 92명의 작가들이 창조해낸 무궁무진한 글자의 세계에 놀라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영화 포스터에서부터 비디오아트, 설치작품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출품작들은 글자를 읽는 것이 아니라 다만 ‘봄’으로써도 많은 의미를 알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한글의 특별한 의미, 그리고 세계 최초의 금속활자 발명 등 우리나라 문자환경의 특수성을 생각했을 때, 타이포그래피 비엔날레를 여는 데 가장 적절한 장소가 한국이라는 데 작가들의 뜻이 모아졌지요. 세계 24개국 작가들이 이번 비엔날레에 참가했습니다.” 타이포잔치 조직위 관계자의 설명이다.
타이포그래피는 아직 디자인의 영역으로 뚜렷하게 파생되지는 않은 상태다. 때문에 전시된 작가들의 작품수준도 천차만별이다. 단순히 문자디자인의 발전된 형태 정도에 그친 작품이 있는가 하면, 멀티미디어적인 측면에서 글자를 완전히 변형시킨 작품도 선보였다.
출품작의 반 이상이 영미권 작가들의 작품이었지만 정작 관객들의 눈길을 가장 많이 끈 것은 일본의 디자이너 스기우라 코헤이의 설치작 ‘문자의 우주’였다. 70장의 패널로 제작된 이 작품은 동아시아 각국의 생활 곳곳에 깊숙이 스며들어 있는 문자의 세계를 예리하고도 따스한 시선으로 탐색한다. 예를 들면, 경극 배우의 얼굴에 쓰인 글자 분장, 주전자나 향로 등에 새겨진 한문, 몸의 문신, 기모노에 촘촘히 수놓인 글자, 부적의 글씨, 문자를 주제로 한 한국의 민화 ‘효제도’까지 이 작품은 보여주고 있다.
작지만 알찬 잔치를 목표로 하고 첫발을 내디딘 타이포잔치는 아쉬운 점도 적지 않았다. 알파벳, 한문과 함께 3대 문자로 일컬어지는 아랍어 디자인이 거의 출품되지 않은 점, 그리고 전시가 이미 시작되었는데도 도록을 미처 준비하지 않는 등, 진행의 미흡함도 눈에 띄었다. 그러나 뭐니뭐니 해도 알파벳과 한문에 비해 한글 디자인은 아직 초보적인 수준에 머물러 있음을 확인한 것이 가장 큰 아쉬움이었다(12월4일까지, 문의:02-580-15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