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47

..

美 서브프라임 불똥 10년은 간다

주택시장 후폭풍 글로벌 경제 위협 … 한국 부동산 침체 경고 신중한 대응 필요

  • 곽수종 삼성경제연구소 글로벌경제실 수석연구원

    입력2008-07-29 14:09:00

  • 글자크기 설정 닫기
    美 서브프라임 불똥 10년은 간다

    *자료 :The Financial Times

    지난 이야기부터 해보자. 지난해 2월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로 미국 주요 모기지 업체의 파산이 잇따랐다. 2003년 3월 이라크전쟁으로 유가가 배럴당 30달러를 넘어섰고, 오랫동안 1%대에 머물던 미국 기준금리가 2004년 6월부터 상승해 2006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문제가 심각하게 제기될 당시 이미 5.25%까지 올랐다. 그로 인해 장기 우량 주택담보대출 금리도 8%대에 진입했다.

    2003~2005년 체결된 대부분의 서브프라임 모기지는 계약 2년 후 고정금리에서 변동금리로 갈아타는 상품이었다. 바로 이 점이 ‘대출 부실’의 실마리가 됐다. 즉, 이 기간에 대출을 받은 미국인 대부분이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이하 연준)의 기준금리가 2005년 11월 4.0%를 지나 2006년 7월 5.25%로 급등하면서 심각한 타격을 입은 것이다. 기준금리가 5%면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10% 이상이 된다. 이자 부담이 엄청 커진 셈이다. 설상가상 주택버블마저 꺼지자 주택가격이 급락하기 시작했고, 매매도 형성되지 않았다. 자연스럽게 연체율(delinquency)과 유질처분(foreclosure·담보물을 찾을 권리를 상실) 사태가 증가했다. 이런 악순환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2006년 말 미국 상하 양원은 청문회를 열어 이 문제를 심도 있게 다루기 시작했지만 때는 이미 늦었다. 급기야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문제는 글로벌 금융시장의 유동성 악화, 신용경색 및 심리적 패닉 상황을 촉발하기에 이르렀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이) 실물경제로까지 파급되지는 않을 것”이라던 벤 버냉키 연준 의장의 발언은 이내 무색해졌다. 2007년 8월부터 지금까지 연준은 10차례 금리를 인하했고, 현재 기준금리는 2.0%에 머물고 있다. 고유가, 원자재 값 상승 등 물가상승 요인이 충분한데도 버냉키 의장은 물가안정보다 경기회복을 우선시하는 듯하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안정되기까지는 5년을 더 기다려야 할 듯하다. 1985년 저축대부조합(S·LA) 사태도 10년이 지난 1995년에야 약 1600억 달러의 손실을 상각하면서 해소됐기 때문이다. 그런데 문제는 아무도 서브프라임의 정확한 부실 규모를 모른다는 점이다. 적게는 4000억 달러에서 많게는 1조 달러 이상까지 추정되고 있을 뿐이다. 글로벌 경제의 규모가 커졌다곤 하지만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완전히 해소되기까지는 이렇게 상당 기간이 필요한 것이다.

    정확한 부실 규모 몰라 더 치명적



    이번 사태가 안정되기를 기다리는 동안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에 따른 ‘돌출현상’이 국내외를 불문하고 여기저기에서 일어날 수 있다. 국내만 해도 고유가에 따른 주택경기 둔화와 건설경기 악화, 그리고 대외환경 악화에 따른 물가상승과 금리인상 압력 증가, 가계부채 규모 증가의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대외적으로는 미국발(發) 신용카드 연체, 주택경기 침체 지속, 고유가 및 국제 원자재 값 상승에 따른 물가 상승 압력 지속이 잠복해 있다. 또한 국내외 자산시장의 변동폭 확대, 주가 하락에 따른 시장가치 하락, 증시를 통한 기업의 자금 조달 어려움, 기업의 구조조정, 증시 및 주택가격 하락에 따른 가계의 자산효과 악화, 소득과 소비 감소 등 우려되는 돌출현상은 헤아릴 수 없이 많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문제는 이미 금융경제와 실물경제의 선을 넘어 글로벌 경제 전반에 스며들었다고 봐야 한다. 이런 와중에 7월13~16일 미국 모기지 금융시장의 또 다른 대형 국책 모기지 업체인 프레디맥과 패니메이의 부실 문제가 불거졌다. 두 회사의 부실 규모는 총 750억 달러에 이른다.

    그 불똥이 한국 등 아시아의 중앙은행, 금융권, 보험권에도 미치고 있다. 미국 전체 모기지 규모가 10조~12조 달러가 된다고 볼 때 패니메이와 프레디맥의 대출 규모는 전체 모기지의 절반 정도인 5조5000억 달러에 이른다. 이들 기관이 발행한 선·후순위 채권 등이 아시아 시장에 판매된 규모가 전체 대출 규모의 30~40%에 이른다고 한다. 한국은행이 380억 달러, 일본 중앙은행이 800억 달러다. 중국이 투자한 규모가 한국과 일본의 중간 정도 된다고 볼 때 두 국책 모기지 업체의 부실은 아시아에 상상을 초월하는 파급효과를 가져올 것이다.

    한국의 경우 금융권이 매입한 이들 모기지 업체의 채권 규모가 7억7000만 달러에 이른다. 이 가운데 은행권이 30%, 보험권이 70%를 차지한다. 물론 미국 정부의 원리금 상환 지급보증이 보장된 선순위 채권을 매입했다면 문제는 그리 심각하지 않을 전망이다. 프레디맥과 패니메이의 부도는 결국 미국 경제의 부도와 같기 때문에 미국 정부가 마냥 ‘대마불사(大馬不死)’만 주장할 수는 없다. 이처럼 프레디맥과 패니메이의 부실은 규모나 범위 자체가 광대하기 때문에 결국 글로벌 금융시장 전반에 최악의 상황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 피해 규모 크진 않을 듯

    일단 한국은행이 매입한 380억 달러의 채권은 부실 가능성이 낮다고 봐야 한다. 미국으로선 다른 나라의 자금지원이 필요한 상황에서 모기지 시장의 신뢰성을 해치는 조치나 정책을 시도하진 않을 것이다. 금융권이 갖고 있는 7억7000만 달러 규모의 채권도 자산 구성 내용을 자세히 들여다봐야 하겠지만, 선순위와 후순위 채권 비율이 각각 50%라고 가정해도 피해 규모는 크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오히려 한국 경제의 금융시장 발전과 글로벌 금융시장에 대한 이해를 높인다는 점에서 기관과 개인의 적극적인 해외투자 전략은 바람직한 현상이다. 또한 중장기 거시경제 측면에서 1985~95년 저축대부조합 사태 당시 미국 다우지수가 약 209% 증가했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국내 금융시장의 건전성과 발전 잠재력을 제고할 기회로도 볼 수 있다.

    하지만 한국 경제의 위기 요소도 잠재해 있다. 고유가와 원자재 값 상승에 의한 물가상승 압력과 그에 따른 급속한 금리인상은 자칫 국내 부동산담보대출의 부실 가능성을 촉발할 수 있다. 올해 상반기 정부가 수출을 통한 성장을 목표로 환율을 올린 탓에 유가와 원자재 값이 상승했고, 이것이 곧 소비자물가 상승으로 이어졌다. 이제 정부는 서민 경제의 악화를 막기 위해 물가 안정에 초점을 맞춘다는 발상을 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급속한 금리인상이 한국 경제의 부동산시장 침체를 촉발할 수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대외 경제환경의 중요성이 점점 커지는 만큼 정부와 정책 당국은 주요 경제변수의 예측과 대응에 좀더 신중한 자세를 취해야 한다.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