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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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겹살처럼 부드러운 맛 와인 곁들이면 제격

  • 허시명 여행작가 twojobs@empal.com

    입력2008-07-29 17: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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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겹살처럼 부드러운 맛 와인 곁들이면 제격

    ‘지후니작은섬’의 훈제오리가슴살샐러드.

    홍대 앞 와인바 ‘지후니작은섬’에서 만난 주방장은 10년 경력을 지닌 전준상(32) 씨였다.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요리를 시작해 또래들보다 경력이 많다고 했다. 요즘은 평균 학력이 높아져서 요리사로 입문하는 나이도 높아졌다. 50, 60대 요리사들이 들으면 격세지감을 느낄 일이다. 예전에는 가정형편이 어려워 중학교를 다니는 둥 마는 둥 하다 입에 풀칠이라도 하려고 주방에 들어와 청소하면서 어깨 너머로 요리를 배우기 시작한 이들이 많았다.

    하지만 요즘은 끼니를 잇기 위해 요리사가 되는 경우는 드물다. 요리사만 변한 게 아니다. 음식점도 단순히 한 끼를 해결하기 위한 공간이 아니다. 지후니작은섬은 ‘사랑의 썰물’을 부른 가수 임지훈이 운영하는 와인바다. 내부는 여느 레스토랑이나 다름없다. 다만 큼지막한 와인냉장고들과 노래 부르는 무대가 마련돼 있다. 이곳 음식점은 작은 공연장이고 와인을 마시면서 삶을 고무줄처럼 늘여볼 수 있는 공간이기도 하다.

    그런데 와인을 마시는 우리 문화는 수상하다. 와인과 식사가 함께하지 않는다. 대부분 어디선가 식사를 마치고 와인바를 찾아온다. 그래서 저녁 9시쯤 자리가 찬다. 유럽에선 와인을 식사와 함께 즐긴다. 와인을 마시기 위해 후다닥 식사를 끝마치진 않는다. 이는 아마도 밥을 주식으로 하는 한국과 고기가 주식인 유럽의 음식문화에서 생겨난 차이일 것이다. 밥은 안주가 안 되지만, 고기는 안주가 되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와인바의 안주와 식사 경계는 흐릿하다.

    술안주와 한 끼 식사로도 충분 … 임지훈 생음악 감상 작은 공연장

    지후니작은섬에서는 식사로 코스 요리가 나온다. 먼저 입가심 요리(전채 요리)에 마늘빵과 수프가 나온다. 이어서 샐러드와 파스타, 메인 요리로 포트와인 소스를 곁들인 안심이나 팬에서 구워낸 연어요리가 나온다. 와인과 농담을 곁들이면 두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요리다. 코스 요리는 다리 끝에서부터 서서히 안마를 받는 기분이 든다. 문제는 코스 요리에는 반드시 술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술이 없으면 요리들이 안주로 보이지 않고 반찬으로 보여 “여기 공기밥 하나 주세요!”라고 소리치고 싶은 충동을 느끼게 된다.



    요리사 전준상 씨에게 대표 요리가 뭐냐 물었더니 훈제오리가슴살샐러드를 추천했다. 닭가슴살은 다이어트 식품으로 퍽퍽하지만 오리가슴살은 지방질이 있어 삼겹살처럼 부드럽다. 훈제오리 가슴살에 오렌지, 자몽, 치커리, 적겨자, 양상추, 라디치오, 야채소스, 와인식초, 이탈리안 드레싱, 레몬 드레싱이 곁들여진다. 와인에 곁들인 요리 재료들을 맛보면서 음식은 한 나라의 문화를 표상한다는 말에 절감한다.

    전씨에게 안주와 식사가 어떻게 다르냐고 물었더니 잠시 망설이다 “와인 맛을 살리기 위해 요리를 담백하고 순하게 한다”고 했다. 이쯤 되면 식사에 곁들여진 와인이 아니라 와인에 곁들여진 요리다. 그 요리는 안주이면서 식사다. 전기와 기름을 함께 쓰는 하이브리드자동차 같다.

    지후니작은섬에서만 맛볼 수 있는 요리 안주가 있다. 밤 10시면 흘러나오는 생음악, 임지훈의 노래다. 노래야말로 세상 어떤 술과도 어울리는 최상의 안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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