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18일 열린 기자회견에서 결혼에 이르게 된 경위를 설명하는 권상우(오른쪽)와 그의 연인 손태영.
한류스타 권상우와 연기자 손태영이 9월28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결혼한다. 올해 초 만나 교제를 시작하고 7개월 만에 결혼에 이르는 ‘초스피드’ 결정이다. 두 사람의 만남은 연예가의 공공연한 사실로 알려졌다. 그때까지만 해도 관계자들은 ‘젊은 남녀의 연애’로 둘의 교제를 지켜봤다. 하지만 두 사람의 결혼이 공식 발표된 순간부터 여론의 향방은 모호하게 흐르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악성 댓글이다. 손태영은 연예계 데뷔 후 남자 연예인들과의 교제 사실이 모두 외부에 알려진 운 없는 주인공이다. 연애 사실을 숨기지 못했던 그는 한때 배우, 가수와 얽힌 삼각 스캔들의 주인공이 되기도 했고 지난해 말에는 유명 뮤직비디오 감독과 이별한 뒤 방송에 출연해 눈물까지 흘렸다. 이때 그가 한 말은 ‘더는 사랑을 믿지 않는다’였다. 이런 모습을 속속들이 기억하는 대중, 특히 권상우 팬들은 손태영을 향해 분노에 가까운 질타를 보내고 있다.
권상우가 결혼설이 알려지고 하루가 지난 뒤 홀로, 그것도 밤 9시에 부랴부랴 기자회견을 연 것도 이런 여론을 잠재우기 위해서였다.
7월18일 밤, 기자회견을 연 권상우는 “악성 댓글로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 힘들어하는 게 마음 아팠다”며 “결혼을 통해 잘 사는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말했다. 이 자리에서 권상우는 “8월 초로 잡힌 국내 팬들과의 만남에서 손태영과의 교제와 결혼 사실을 공개하려 했다”며 “갑자기 이야기가 불거져 이렇듯 기자회견을 마련한 것”이라고도 설명했다.
두 사람의 만남은 동료 연기자인 김성수를 통해 이뤄졌다. 권상우는 “TV 오락프로그램에서 손태영이 자신의 과거를 토로하며 눈물 흘리는 모습을 보고 마음에 두기 시작했다. 그러다 김성수와 식사하는 자리에서 우연히 만났고, 이후 손태영에게 먼저 연락을 했다”고 만남의 경위를 밝혔다.
또한 권상우는 최근 인터넷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손태영과의 호주 여행 사진을 거론하면서 “호주 골드코스트에서 열기구를 타고 하늘로 올라가 그녀에게 목걸이를 걸어주었다”고 했다. 프러포즈였던 셈이다. 권상우는 “국내에 돌아와서는 반지를 건네주며 다시 한 번 프러포즈를 했다”며 둘의 사랑이 무르익어간 경로를 친절하게 설명하기도 했다.
박수보다 냉소 … 권상우 100억원 손실 가능성도 제기
하지만 기자회견 뒤에도 인터넷의 악성 댓글은 수그러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그러자 권상우는 자신의 팬카페 ‘천상우상’을 통해 억울하고 답답한 심경을 두세 차례 토로했다. ‘사랑하는 사람과의 결혼을 축복해달라’는 게 요지였다.
그러나 오히려 이때마다 팬들의 원성은 거셌다. 팬들이 건네는 의견까지도 악성 댓글로 치부하는 그의 태도에 화가 난다는 의견도 많다. ‘천상우상’의 한 팬은 ‘팬들의 글을 악성 댓글로 받아들이는 권상우 씨가 원망스럽다’고 썼다. ‘팬은 영원하지 않다’거나 ‘스타는 팬 없이 만들어지지 않는다’는 원망도 뒤섞여 있다.
성인의 결혼은 누구의 간섭도 필요 없이 당사자들의 결정에 따라야 할 문제다. 하지만 권상우 손태영의 결혼에 대해 유독 말이 많은 이유는 ‘왜?’라는 의문에서 시작돼 일종의 배신감까지 곁들여졌기 때문이다. 흔한 열애설도 없이 느닷없이 결혼을 발표한 까닭에 ‘예방주사’를 맞지 못한 팬들의 당혹감도 한몫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권상우가 결혼 발표로 많게는 100억원의 손실을 입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한류스타의 대표주자로서 그동안 해외에서 진행 중인 대형 프로젝트 상당수가 갑작스런 결혼 발표로 중단 위기를 맞은 데다, 사실상 성사를 앞둔 국내외 CF 모델 계약도 제동이 걸린 상태다. 실제 권상우가 일본에서 발매하려던 사진집과 해외 순회 팬미팅이 무기한 연기될 만큼 결혼에 대한 싸늘한 반응은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다.
누구보다 억울한 것은 당사자들이다. 사랑해서 결혼하는데 팬들이 이처럼 냉소적으로 반응할 줄은 예상치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마저도 당사자들이 풀어야 할 숙제임은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