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4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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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지거래허가제 풀자 아파트값 들썩… 강남3구서 ‘마용성’으로 번져

비수기 무색한 문의 폭주에 매물 회수… 집주인 호가 올려 계약 무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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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채원 기자

    ycw@donga.com

    입력2025-03-08 09: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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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탄핵과 대출 규제로 어수선한 1월엔 한가했는데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 발표 이후인)

    2월부터는 분위기가 바뀌었다. 보통은 주말에 집을 보러 오지만 요즘엔 평일 점심시간에 짬을 내 오겠다는 매입자도 있다.”(서울 마포구 부동산공인중개사 A 씨)

    “지금 전화 오는 매입자에게는 매물 대기부터 걸어놓으라고 얘기한다. 호가를 1억 원 이상 높이겠다는 집주인도 많고, 가격대가 적정한 급매물은 거의 다 빠졌기 때문이다. 집 보러 가는 것도 사실상 선착순이다.”(서울 성동구 부동산공인중개사 B 씨)

    서울시가 2월 12일 ‘잠삼대청’(서울 송파구 잠실동, 강남구 삼성·대치·청담동)의 토지거래허가구역(이하 토허제) 해제를 발표한 후 강남권을 달군 아파트 매입 열기가 ‘마용성’(마포·용산·성동구) 등 강북으로도 번지고 있다. 강남3구 호가가 크게 뛰자 그다음으로 입지가 뛰어난 지역으로 꼽히는 마용성으로 매입세가 이동한 것이다. 기자가 현장에서 만난 부동산공인중개사들은 “2월까지는 부동산시장 비수기인데 토허제 해제 이후 매입 문의가 성수기만큼 오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 발표 후 최고가를 경신한 서울 마포구 한 아파트. [윤채원 기자]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 발표 후 최고가를 경신한 서울 마포구 한 아파트. [윤채원 기자]

    발표 다음 날부터 시장 반응 나타나

    마용성 부동산공인중개사들은 토허제 해제 이후 시장 반응이 생각보다 빠르게 왔다고 놀라움을 드러냈다. A 씨는 “발 빠른 매입자는 발표 당일과 다음 날에 특정 아파트를 보러 가겠다고 바로 전화를 줬다”고 말했다. B 씨 역시 “집주인 중 일부는 토허제 해제 발표 다음 날 매물을 걷겠다고 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최근 마포구에서는 집주인이 호가를 올리는 바람에 계약이 무산되는 사례도 있었다. 계약서를 쓸 날만 정하면 되는 상황이었는데 날짜를 조율하던 중에 토허제 해제 발표가 났고, 집주인이 희망 거래가를 1억5000만 원 높이겠다고 완강히 버텨 계약이 깨졌다는 것이다.

    마용성 아파트 시장의 변화는 통계로도 드러난다. 3월 6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이날까지 신고된 마용성 아파트 2월 거래 건수는 428건으로 집계됐다. 2월 계약분의 거래 신고 기한(30일)이 3월 말까지로 아직 한 달 가까이 남았지만 벌써 1월 신고분(403건)을 넘어선 것이다.

    토허제 해제 발표 후 거래 가능한 아파트 매물도 줄어들었다. 3월 5일 부동산 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토허제 해제가 발표된 2월 12일과 비교해 성동구와 마포구는 모두 1% 이상 감소했다. 성동구는 5625건에서 5561건(-1.14%)으로, 마포구는 4847건에서 4792건(-1.13%)으로 줄어들었다.

    “안전자산 위주의 선택적 매입 장세”

    거래량이 늘면서 주택 가격도 상승했다. 한국부동산원의 2월 넷째 주 아파트값 상승폭에 따르면 송파구(0.58%), 강남구(0.38%), 서초구(0.25%) 등 강남3구는 서울 평균(0.03%)을 웃돌았다. 같은 기간 마포구(0.02→0.09%) 용산구(0.02→0.08%) 성동구(0.01→0.10%)도 오름폭이 컸다.

    ‌3월 6일 아실에 따르면 1월 대비 2월에 가장 가격이 많이 오른 아파트 10위권 중 6곳이 마용성 지역이다(표 참조). 한 달 전만 해도 13억9000만 원에 거래되던 성동구 서울숲푸르지오2차 59㎡(이하 전용면적)는 2월 15일 17억5000만 원에 매매가 이뤄졌다. 한 달 새 3억 원 넘게 뛴 것이다. 용산구는 구축도 인기다. 2001년에 지은 용산구 도원동 도원삼성래미안 84㎡도 2월 15일 14억9000만 원에 거래됐다.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마용성 지역 집값 상승세는 강남3구 가격이 오른 데 따른 풍선효과라고 해석했다. “우수 입지로 불리는 지역의 집주인들이 호가를 올리고, 관망세로 돌아섰던 매입자들도 빨리 매입해야 한다는 ‘패닉 바잉’에 빠지고 있다”는 게 김 위원의 설명이다. 그러나 김 위원은 강남3구와 마용성 부동산시장 열기가 강북권 전체나 경기·인천으로 확산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전망했다. 김 위원은 “지금처럼 금융정책의 불확실성이 높은 시기에는 자금 유동성이 담보된 매입자만 안전자산이라고 생각하는 곳을 사들인다”고 말했다.

    토허제 해제 발표 후 아파트값이 들썩이자 정부와 서울시는 강남4구(강남·서초·송파·강동구)와 마용성 등 주요 지역 거래 동향을 모니터링하고 있다. 집값 띄우기 목적의 허위신고와 자금조달계획서 허위 제출을 막고자 3월 10일부터 6월까지 서울 지역 주택 이상 거래를 집중적으로 조사하겠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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