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4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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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 진영 대선 주자 16명 너도나도 몸 풀기… ‘이재명 대항마’가 안 보인다

탄핵 인용 시 ‘20일 초단기 경선’… 대선 이후 당권 장악 포석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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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길진균 기자

    leon@donga.com

    입력2025-03-07 09: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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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이 막바지로 치달으며 정치권에서는 조기 대선 분위기가 무르익고 있다. 여당 국민의힘에서는 윤 대통령 탄핵 여부에 대해서 조심스러운 입장을 취하고 있지만 차기 대선 후보로 거론되는 주자들은 링에 오를 채비를 하며 몸 풀기에 나선 모습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국가 발전을 위한 경제 구상을 발표했고, 홍준표 대구시장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연일 출마 의지를 다지고 있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와 안철수 의원은 지지층을 겨냥한 지방 방문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여권 내 뚜렷한 선두 주자가 없는 혼전 양상이 이어지면서 윤 대통령 파면이 결정될 경우 15명 이상이 대거 출사표를 던질 가능성이 거론된다. 이들은 대선뿐 아니라 이어질 당권 경쟁과 내년 지방선거의 장에서 자기 ‘체급’을 올리고자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는 관측이다.

    ‘동상이몽’ 與 주자들

    조기 대선을 치른다면 이번 국민의힘 경선은 ‘역대급’ 경쟁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까지 여권에선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 한동훈 전 대표, 홍준표 대구시장, 오세훈 서울시장, 안철수 의원, 유승민 전 의원, 나경원 의원,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 김기현 의원, 윤상현 의원 등이 대선 출사표를 던질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범보수 인사로 분류되는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까지 합하면 벌써 11명이다. 여기에 김태흠 충남도지사, 박형준 부산시장, 유정복 인천시장, 이장우 대전시장, 이철우 경북도지사 등 5명도 ‘자천타천’으로 조기 대선 후보 물망에 이름이 오르내린다.

    일부 시도지사를 비롯해 대선판에 처음 이름을 올리는 주자는 ‘체급 키우기’ 목적이 깔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민의힘 한 관계자는 “재선, 3선을 거친 몇몇 지자체장은 대선에 출마하지 않으면 더는 정치적 미래가 없다”며 “‘대선 후보’ 타이틀을 달 수 있다면 대선 승패와 관계없이 바로 당대표급으로 정치적 위상이 올라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경선에서 패배하더라도 ‘대선 후보급’이라는 것 자체로 내년 지방선거에서 유리한 측면이 있다”며 “경선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자신이 이끄는 지자체의 주요 이슈도 띄울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현역 신분을 유지한 채 당내 경선에 뛰어들 수 있다는 점이 여러 시도지사의 경선 참여 가능성을 키우고 있다. 공직선거법에 따르면 현직 자치단체장이 대선 본선에 입후보할 경우 선거일 30일 전까지 사직해야 한다. 5월 중순에 대선을 치른다면 4월 중순에는 사표를 던져야 한다. 그러나 이는 경선에서 최종 승리해 대선 본선에 나설 경우다. 본선 진출에 실패하더라도 ‘크게 손해 볼 것 없는 장사’라는 얘기다.

    ‘탄핵 책임론’·명태균 게이트로 경선 구도 안갯속

    뚜렷한 선두 주자가 없는 데다, 경선 구도 자체가 안갯속이라는 점도 여러 인사가 도전장을 내미는 원인이다. 대선판에 뛰어드는 사람은 많지만 본선 경쟁력이 확실한 강력한 후보가 안 보인다는 것은 여권 전체의 고민이기도 하다. 최근 한 달 남짓 ‘강경 보수’ 김문수 장관이 여권 내 지지율 1위로 떠올랐지만 중도 확장성에 한계가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밖에 몇몇 선두권 주자도 검찰의 명태균 게이트 수사 진행 상황에 따라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다. 경선 승부를 가늠하기 쉽지 않다는 얘기다. 국민의힘 한 의원은 “헌재의 탄핵 결정 이후 여론 향방, 검찰의 명태균 수사 등 워낙 변동성이 큰 상황이라 여러 인사가 일단 ‘자천타천’으로 대선 주자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며 “실제 출마자 수는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몇몇 중진은 대권보다 당권을 의식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과거 청와대에 근무했던 여권 한 관계자는 “당대표를 뽑는 전당대회는 핵심 당원들의 지지 여부가 승리에 관건”이라며 “최종적으로 당 대선 후보가 되지 못하더라도 경선 기간 열성 지지층의 목소리에 호응하면서 당심을 끌어모을 수 있다면 대선 후 열릴 당권 경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나타나는 여권의 경쟁 구도는 여전히 혼전 양상이다. 여론조사 전문업체 한국갤럽(2월 25~27일, 전화면접, 오차범위는 95% 신뢰 수준에서 ±3.1%p, 이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고)이 차기 정치 지도자 선호도를 묻자 이재명 35%, 김문수 10%, 한동훈·홍준표 각 4%, 오세훈 3%, 안철수·유승민·이준석 각 1% 순으로 나타났다. 여권 주자 모두 두 자릿수 이하로 엇비슷한 지지율을 보이면서 ‘초단기 경선’이 승패에 끼칠 영향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與, 2017년 탄핵 인용 뒤 21일 만에 후보 선출

    2017년 조기 대선 당시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경선은 박근혜 전 대통령 파면이 결정되고 21일 만에 끝났다(표 참조). 탄핵 인용 뒤 60일 이내에 선거를 치러야 하기 때문에 경선도 속성으로 할 수밖에 없었다. 자유한국당은 3월 10일 박 대통령 탄핵이 인용되고 사흘 뒤인 13일 경선 예비후보 등록을 받았다. 일정이 워낙 촉박하다 보니 각 후보는 선거운동을 제대로 할 시간도 없었다. 방송토론회가 거의 유일한 선거운동이었다. 3월 18일 후보 9명 중 3명을 컷오프했다. 이틀 뒤에는 6명 중 2명을 다시 컷오프했다. 남은 4명(홍준표·이인제·김관용·김진태)이 최종 승부를 벌였다. 그리고 당원 투표 50%와 여론조사 50% 방식의 경선을 통해 3월 31일 홍준표 후보가 최종 승자가 됐다. 후보 등록부터 선출까지 18일이 소요됐다.

    통상의 대선 경선에 비하면 ‘초단기’라고 할 수 있다. 윤 대통령이 당선된 2022년 3·9 대선을 앞두고 국민의힘은 2021년 7월 12일 예비후보 등록을 시작해 9월 15일 1차 컷오프→10월 8일 2차 컷오프→11월 5일 최종 후보 선출 순서로 경선을 진행했다. 후보 선출에 석 달 가까이 걸린 것이다

    이번에는 ‘초단기 경선’인 만큼 초반 기세가 중요하다는 게 선거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주요 주자들이 ‘조기 대선’을 언급하지 않으면서도 SNS, 각종 토론회, 북콘서트 등을 통해 다양한 방식으로 일찌감치 물밑 여론전을 펼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경선 기간이 압축된다는 것은 후발 주자가 바람을 일으켜 판을 뒤집을 공간이 줄어든다는 뜻”이라며 “후보 간 정책이나 비전 대결을 벌일 시간이 부족한 만큼 검증을 앞세운 상호 비판 등 ‘발목 잡기 경쟁’으로 흐를 우려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길진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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