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산업의 기존 공식은 ‘자본력이 곧 경쟁력’이었다. 엔비디아 주도 하에 미국 빅테크들이 고가 칩을 사고 과도할 정도로 투자하는 방식이 그것이다. 이 같은 AI 개발 트렌드에는 막대한 자본이 필요하기에 매그니피센트7(M7·엔비디아·애플·마이크로소프트·메타플랫폼스·아마존닷컴·알파벳·테슬라)이 시장을 주도했다. 중국발(發) ‘딥시크 쇼크’로 이 같은 AI 산업 공식이 흔들리게 됐다. M7에만 쏠리던 투자자의 관심이 AI 산업 전반으로 넓어지면서 중국 기술주 등 수혜 종목이 다양해지고 있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이상윤]](https://dimg.donga.com/ugc/CDB/WEEKLY/Article/67/ca/aa/15/67caaa150178d2738250.jpg)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이상윤]
“美 M7 실적·주가 성장 모멘텀 약화”
글로벌 증시를 주도한 M7 주가가 주춤한 가운데 중국 기술주가 주목받는 배경에 대해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이렇게 분석했다. AI 산업 주도주인 엔비디아 주가는 최근 2025년 회계연도 4분기(11~1월) 호실적 발표에도 좀처럼 고점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다른 빅테크 주가도 고평가 우려 속에서 비슷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그사이 BYD(비야디), 알리바바, 텐센트, 샤오미 등 중국의 이른바 ‘BATX’ 주가는 올해 들어 평균 46% 상승했다. 이를 두고 미국 증시가 빅테크를 중심으로 고평가됐다는 ‘논(non) USA’ 탐색 분위기와 미·중 경제전쟁 와중에 중국 투자는 위험하다는 시각이 교차한다. 이 센터장을 만나 최근 미국 빅테크의 대체 투자처로 거론되는 중국 기술주의 급등 배경과 향후 전망을 들어봤다.
최근 M7 주가가 고점을 회복하지 못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그간 막대한 투자를 해온 M7은 CAPEX(자본적 지출)가 매우 큰 기술 중심 산업의 전형적 모습을 보여왔다. 달리 말하면 보유 현금이 줄어든다는 것으로, M7의 캐시 플로가 예전 같지 않다는 우려가 나온다. 또한 그동안 미국 빅테크의 비즈니스 모델은 성장주였다. 하지만 이제 필수재 산업으로 자리 잡으면서 기존에 누리던 실적 및 주가 성장 모멘텀이 약화되고 있다.”
중국 기술주는 그에 따른 반사효과로 급등한 건가.
“역시 중요한 것은 ‘실력’이다. 중국 기업의 기술 역량이 만만치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미국의 기술 제재로 중국이 정보기술(IT)이나 테크 섹터에서 상당한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다. 그런데 딥시크 쇼크 이후 상황이 바뀌었다. 중국이 미국에 버금가는 경쟁력을 갖춘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미국 빅테크에 대한 투자 모멘텀이 약화되면 투자자는 다음 순서를 찾아가기 마련이다. 한동안 잊혔던 중국시장으로 관심이 쏠린 측면이 있다.”
“중국 내수·부동산 침체 심각한 상황”
일각에선 중국 기술주가 연초 급등 랠리로 과열됐다는 우려가 나온다. 현 시점에서 중국 기술주 투자에 대해 이 센터장은 “중국 기술주가 3월 즈음 숨 고르기에 들어갈 가능성이 있어 당장 뛰어드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중국 증시는 연초에 그야말로 엄청나게 달렸다. 특히 중국 테크주는 단기간 급등하는 등 과열 양상이 있었다. 그런 점에서 조만간 숨 고르기에 들어가지 않을까 싶다. 미국의 대중(對中) 관세 부과에 대한 두려움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중국 테크주에 당장 올라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물론 중국 기술주에도 계속 기회는 있을 것이다. 만약 미국 외 테크주를 고른다면 일단 조정을 받더라도 중국 기업들이 첫손에 꼽힐 수 있다. 이미 중국 테크 기업들은 시가총액 규모가 커서 외국인투자자가 계속 관심을 보일 가능성이 높다.”
그간 중국 증시를 억누른 내수·부동산 침체 등 기존 리스크는 해소됐나.
“아니다. 현재 중국의 내수와 부동산 침체는 심각한 상황이다. 또한 기술 발전이 일자리 감소와 내수 악화로 이어지는 것으로 보인다. 최근 중국에 다녀온 사람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시내에 공안과 청소부가 잘 안 보인다고 한다. AI 기술이 적용된 폐쇄회로(CC)TV로 불법 주정차를 단속하고 로봇이 길거리를 청소하기 때문이란다. 이렇게 되면 중국 내 일자리는 줄어들고 덩달아 내수도 더욱 침체된다. 결국 중국은 자국 AI 시스템을 해외에 팔아야 활로를 모색할 수 있는데, 미국이 이를 기필코 막을 것이다. 따라서 최근 중국 증시가 기술주를 중심으로 올랐지만 마냥 장밋빛 전망은 아니다.”
테슬라 대체 투자처로 거론되는 비야디는 어떻게 보나.
“비야디는 정말 위협적인 기업이다. 미국 제재 없이 자유무역 형태로 간다면 비야디는 세계시장을 장악할 만한 수준의 기술과 가격 경쟁력을 갖췄다고 본다. 따라서 비야디와 관련된 전망은 기술 문제가 아니라 미국이 향후 어떻게 대중 제재를 가해 목표를 달성할지에 달렸다. 만약 미국 조치가 먹혀들면 비야디는 그동안 투자한 것을 고정비용으로 고스란히 껴안은 채 휘청거릴 수 있다. 비야디 투자에 리스크가 뒤따르는 이유다.”
BATX 외에 주목할 중국 기업이 있다면.
“중국 반도체 기업을 꼽을 수 있다. 중국은 반도체 산업 자생력을 키우고자 반도체 장비·소재 기업을 많이 지원할 것이다. 잘 알려진 SMIC나 화훙반도체 말고도 중국 반도체 장비업체 나우라테크놀로지, 에이맥 같은 기업에 투자자의 관심이 쏠릴 전망이다. 그 외에 지난해 주가가 390%가량 오른 캠브리콘이라는 반도체 설계업체도 있다. 흔히 ‘중국 엔비디아’로 불리는 기업이다. 중국이 엔비디아 칩을 수입하지 못하게 되면 어떻게든 반도체를 자체 생산해야 한다. 이런 상황과 맞물려 첫손에 꼽히는 투자처는 화웨이지만 비상장기업이다. 그렇다면 다음으로 생각할 수 있는 기업이 캠브리콘 등 반도체 설계업체다.”
M7 주가 상승세는 꺾였지만 여전히 비싸다. 당장 중국 기술주도 과열 양상으로 섣부른 투자가 어려워 보인다. 그렇다면 개인투자자는 어디에 주목해야 할까. 이에 대해 이 센터장은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올해 주식시장의 주된 분위기는 미국 증시가 너무 많이 올랐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논 USA’ 기업들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런 흐름의 수혜를 많이 받은 게 유럽시장이다. 당장 이머징마켓으로 가기에는 불안한 투자자들이 지난해 증시가 안 좋았던 유럽에 주목한 것이다. 사실 독일, 프랑스 등 유럽 경제 상황도 좋지 않다. 그럼에도 올해 들어 증시가 제일 많이 오른 국가 중 하나가 독일이다. 그간 증시가 쉬어간 지역을 주목하는 분위기 덕분이다. 그런 점에서 한국 증시도 향후 괜찮은 주가 흐름을 예상할 수 있다. 실제로 국내 반도체 소부장(소재·부품·장비) 업체 주가가 올해 들어 굉장히 많이 올랐다. 그동안 미국 증시 일변도 투자에서 시야를 넓히는 게 수익률 측면에서 좋다.”
최근 일본과 대만의 메모리 반도체 관련주가 많이 올랐는데.
“일본 키오시아, 대만 난야과기와 윈본드 등 기업 주가가 2월 둘째∼셋째 주 2주 동안 30% 가까이 올랐다. 내가 그쪽 회사 관계자들과 얘기해봐도 ‘이유를 잘 모르겠다’더라. 최근 메모리 반도체 시장 상황이 안 좋은데도 주가가 올랐기 때문이다. 반도체 수요가 좋지 않다 보니 기업들이 공격적으로 투자하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투자자는 한 걸음 앞서 시장을 보기 마련이다. 당장 올해 상반기 반도체 기업들이 투자를 못 하더라도 하반기 분위기는 달라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가령 ‘윈도우10 업그레이드 서비스가 종료되면 PC(개인용 컴퓨터) 교체 주기가 뒤따른다’ ‘AI 관련 투자가 프로세서와 메모리 중심으로 이뤄져 스토리지 쪽에 추가 투자 여지가 있다’ 등 기대감이 제기된다. 최근 일본과 대만의 반도체 주가가 움직인 것은 올해 하반기 메모리 업황 개선에 대한 희망이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
“일본·대만 반도체주 급등, 업황 개선 희망 반영”

“역시 관세다. 미국이 관세를 어떻게 부과해 중국을 막을지가 중요하다. 특히 문제는 미국의 관세 인상이 인플레이션과 수요 위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다. 최근 월마트의 실적 가이던스가 시장 예상치보다 낮게 나왔다. 월마트 실적 감소는 미국의 소비 둔화, 나아가 세계경제 조정으로 이어질 수 있다. 당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언급한 관세 인상이 협상용 카드라는 시각도 있었다. 그런데 최근 행보를 보면 그건 아닌 듯하다. 결국 눈앞의 미국발 관세 리스크가 더욱 커진 상황이다. 이제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미국의 ‘그레이트 게임(great game)’이 본격화됐다. 개별 산업 섹터와 기업의 기술 경쟁력 및 주가 전망 못지않게 지정학과 국제정치도 중요하다.”

김우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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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주간동아 김우정 기자입니다. 정치, 산업, 부동산 등 여러분이 궁금한 모든 이슈를 취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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